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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주성불호(酒性不好)- 술 마신 뒤의 성질이 좋지 않다

  • 기사입력 : 2012-09-1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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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0여 년 전 하(夏)나라 우(禹)임금 때 의적(儀狄 : 杜康)이라는 사람이 곡식을 가지고 술을 만들어 우임금에게 바쳤더니, 우임금이 맛을 보고는, “맛은 있지만 앞으로 이 술 때문에 나라를 망치는 사람이 많겠다”라고 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지하에서 발굴된 유물 가운데 8000년 전에 술을 빚던 토기가 발견되었으니, 술의 역사가 더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술의 기원은 원숭이 같은 산짐승들이 과일을 주워 모아 나무 홈 같은 데 놓아두었다가 저절로 발효가 된 것을 인간이 발견하여 마신 것이 시초다.

    그리스신화에 디오니소스, 로마신화에 바카스라는 이름의 주신(酒神)이 있으니, 술의 역사는 동서를 막론하고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3500년 전 은(殷)나라 시절의 갑골문(甲骨文)에, 벌써 술병을 나타내는 ‘유(酉)’자, 술 따르다는 뜻의 ‘작(酌)’자 등이 나타났으니, 그때 이미 술이 일상생활에 보편적으로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속담에 “술이 없으면 예(禮)가 이루어지지 않는다[無酒不成禮]”라 할 정도로, 인간생활과 술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잔치할 때, 장례 지낼 때, 제사 지낼 때, 사람을 만날 때, 헤어질 때, 싸울 때, 화해할 때, 맹세할 때, 일 시작할 때, 일 마쳤을 때, 전쟁에 나갈 때, 개선할 때 다 술을 마신다. 기분 좋다고 마시고, 기분 나쁘다고 마신다.

    술은 분명히 인간사회의 윤활유 구실을 하고, 흥을 돋우고 근심을 없애는 활력소 역할을 한다. 적당히 마시면, “모든 약 가운데서 최고[百藥之長]”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술은 적당량 마시면, 혈액이나 기(氣)를 순환시키는 효과가 있다. 약을 술에 담가서 같이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술의 성질이 약효를 미세한 말초혈관까지 이동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술이란 것은 적당히 마시면 좋은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단주(斷酒 : 술을 끊는 것)는 되어도 절주(節酒 : 술을 절제하는 것)는 안 된다”는 말까지 있다.

    술은 마시면 자꾸 마시고 싶은 중독성이 있다. 몸은 나빠져도 술을 매일 마시면 술맛이 더 있다. 그래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술을 자꾸 마시게 되고 나중에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것이다. 이른바 ‘술에 인이 박이다’는 말의 인은 한자 ‘은()’에서 왔다.

    술이 취한 상태에서 생긴 습관은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가 없다. 술이 취한 정도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전에 하던 습관이 그대로 나온다. 소위 말하는 주정(酒酊)이다. 말이 많은 사람, 시비 거는 사람, 때려부수는 사람, 싸우는 사람, 난동을 부리는 사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등등, 그 종류가 여러 가지고 정도의 차이도 크다.

    요즈음 술의 힘을 빌려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성범죄자 등이 크게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국가기관의 단속과 교화가 절실하다. 어렵겠지만 자신의 의지로 술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강하게 해야 한다.

    술만 보면 절제 없이 마시고, 술을 핑계대고 사회문제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인생을 허송하는 사람이다. 술을 마시고 큰 실수한 사람을 그다음 날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용서하는 우리나라 관습이 이들의 범죄를 방조한다.

    중국 청나라 때는 길에서 주정하면 사형까지 시켰다. 중국 사람들은 술 마시고 실수한 사람을 그다음부터는 죽을 때까지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우리 문화와 비슷한 점이 많지만 술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관대하지 않다. * 酒 : 술 주. * 性 : 성품 성. * 不 : 아니 불. * 好 : 좋을 호.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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