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5일 (수)
전체메뉴

(447) 신개천하(信蓋天下)- 믿음이 천하를 덮는다

  • 기사입력 : 2012-09-04 01:00:00
  •   


  • 주나라의 강태공(姜太公)이 지었다는 ‘육도(六韜)’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은 관대한 데 있다. 관대함이 천하를 덮은 그런 뒤에 능히 천하를 포용할 수 있고, 신의가 천하를 덮은 그런 뒤에 천하를 관리할 수 있고, 어짊이 천하를 덮은 그런 뒤에 천하를 품을 수 있고, 은혜가 천하를 덮은 그런 뒤에 능히 천하를 보전할 수 있고, 권위가 천하를 덮은 그런 뒤에 능히 천하를 잃지 않을 수 있다[治天下之道在於大,大蓋天下然後能容天下,信蓋天下然後能約天下,仁蓋天下然後能懷天下,恩蓋天下然後能保天下,權蓋天下然後能不失天下].”

    서양은 15세기 이후 배 만드는 일과 무기 만드는 일에 매진하여 동양보다 과학기술이 훨씬 앞섰다. 16세기 중반 서양의 과학기술이 동양으로 전파되었다. 서양의 많은 선교사들이 전교할 목적으로 중국에 오면서 과학기술을 미끼로 갖고 와 전파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과학기술에 관심은 가졌으나, 이를 산업이나 국방에 실용화하지 못하고, 단지 황제의 오락물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통해서 서양과학기술이 약간 전파되어 실학자들이 관심을 가졌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 일본만은 서양의 과학기술을 받아들여 동양 삼국 가운데서 가장 먼저 앞서 나갔는데, 특히 무기 개발에 뛰어났다.

    영국이나 미국은, 러시아의 세력이 남하하는 것을 두려워하였고, 중국도 거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라 신경이 쓰였는데, 섬나라 일본이 강성해져 대항해주니, 마음속으로 다행이다 싶어 뒤에서 은근히 도와주었다.

    일본이 1894년 대제국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두고, 1904년에는 러시아의 무릎도 꿇리니 겁이 없어졌다. 1910년 우리나라를 삼키고 동남아 각국을 점령하고 1931년에는 만주를 차지하여 만주국을 삼키고, 1937년에는 중일전쟁을 일으켜 중국을 침략하여 북경(北京), 상해(上海), 남경(南京), 무한(武漢) 등 중국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일본의 세력이 너무 커져 동양 천지의 대부분을 차지하자, 미국이 겁이 났다. 어떻게 일본을 제압하느냐 하는 고민을 하는 중에, 1941년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습격해 스스로 전쟁을 걸어왔다. 국력이나 무기 수준에서 상대가 안 되는 일본이 억지로 버티다가 1945년 8월 15일 드디어 무조건 항복하였다.

    1945년 항복 직후에는 죄인처럼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더니, 6·25전쟁 때 미군 군수물자를 제조하는 기회에 경제를 회복해서 경제대국이 되니까, 자신들의 죄상을 다 잊어버렸는지, 요즈음은 전혀 사죄하거나 참회하는 마음이 없이 함부로 설친다. 요즈음 일본 총리 노다와 전 총리 아베의 발언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망언(妄言)이다. 위안부 문제를 완전히 부인하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긴다.

    미국은 개척정신으로 일어나 세계 1차, 2차대전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정정당당하고 건전한 자세로 국제질서를 잡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요즈음 빚이 많아지고 경제가 침체되니, 옛날의 정정당당하고 건전한 자세는 다 잃어버리고 옹졸하고 치사하게 되어 간다. 남의 나라 전자제품에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걸어 자기 나라 제품에 유리한 평결을 내렸다. 이러고서 국제사회의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등 국제사회의 선도국가가 되려는 나라는 관대하게 베푸는 아량이 있어야 하고 신의를 지켜야 한다. 스스로 신의를 망가뜨리고서 어떻게 세계를 관리할 수 있겠는가?

    * 信 : 믿을 신. * 蓋 : 덮을 개. * 天 : 하늘 천. * 下 : 아래 하.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