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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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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권토중래(捲土중공업來)- 흙먼지를 일으키며 기세를 몰아서 다시 온다. 실패한 뒤 다시 실력을 길러 재기한다

  • 기사입력 : 2012-08-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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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0회 런던올림픽이 끝났다. 우리나라는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따서 전 세계에서 5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이 어떠한지를 전 세계에 보여 줬다.

    스포츠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하나 따는 데는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요소 161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타고난 소질, 끈질긴 노력, 집중력, 정신력, 좋은 지도자와의 만남, 좋은 소속 팀, 부상 안 당하는 행운, 대진운, 경기 당일 몸 상태, 당일의 날씨, 심판의 공정성, 기회 포착 능력, 판단력, 상대 선수에 대한 적응 등등에서 한 가지만 빠져도 금메달을 따기 어렵거나 고전을 하게 된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이 런던으로 갈 적에는 모두가 메달의 꿈을 안고 갔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처지가 각각 다르게 되었다.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갔다가 금메달을 딴 선수, 꼭 딸 것이라고 생각하고 갔다가 못 딴 선수, 잘하면 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갔다가 딴 선수, 잘하면 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갔다가 못 딴 선수, 혹시 딸 수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갔다가 딴 선수, 혹시 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갔다가 못 딴 선수, 금메달은 못 따도 은메달이나 동메달이라도 하나 땄으면 생각하고 갔다가 메달을 딴 선수, 전혀 메달을 못 딴 선수 등 다양할 것이다.

    금메달을 딴 선수는 10년 20년 연습하면서 흘린 땀의 결실을 보았다. 이미 텔레비전 방송 신문 등에 대대적으로 잘 소개됐고, 앞으로 포상금, 격려금, 연금 등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광고모델, 초청강연 연사 등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중계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땄거나 메달을 못 딴 선수들을 특별히 배려하느라고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선수 본인은 겉으로 태연한 척해도 실망감이나 좌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올림픽 열기에 파묻혀 크게 못 느끼겠지만, 귀국하고 선수단을 해체하고 혼자 남게 되면 실망감이나 좌절감이 더욱더 클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럴 때 자신을 잘 관리해야 한다. 4년 뒤 금메달 획득을 위해서 더욱 과학적이고 엄격한 몸 관리와 규칙적이고 철저한 훈련을 곧바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좌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적미적 세월을 보내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 아무것도 없고, 금메달은 더욱더 멀어질 것이다. 한번 패배해 후퇴했던 군대가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훈련을 많이 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밀고 나가는 것처럼 해야 한다.

    혹 나이가 많아 부득이 은퇴를 해야 하는 선수가 있다면, 선수 시절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아쉬움을 훌륭한 지도자로 성공함으로써 보상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자기 나이 또래의 수많은 선수들이 대부분 올림픽을 목표로 연습을 해 왔는데, 선발전에서 떨어져 올림픽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말았으니, 올림픽에 나가 싸운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 독자 여러분들은 금메달을 못 딴 사람들을 따뜻이 위로하고 격려해 줘야 할 것이다.

    *捲 : 말 권. *土 : 흙 토.

    *重 : 거듭 중. 무거울 중. *來 : 올 래.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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