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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김윤숭(지리산 문학관장)·최은아(인산죽염촌 대표) 부부

인산죽염의 아름다운 사회환원… 함양골에 문화 꽃피우죠

  • 기사입력 : 2012-05-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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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숭 지리산문학관장과 최은아 인산죽염촌 대표가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인산 김일훈 선생의 사진 앞에서 다정하게 서있다. 김 관장은 김일훈 선생의 아들이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다. 몸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시선은 늘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일까.

    푸른 녹음이 찾아오는 지리산 자락.

    지리산 제1 관문인 오도재 넘어가는 길목, 희끗희끗 은빛 머리카락을 날리는 김윤숭 지리산 문학관장 부부를 만났다.

    김 관장보다는 부인 최은아 인산죽염촌(주) 대표가 더 잘 알려져 있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도 같고, 흰 머리카락 수도 비슷하고, 옷차림도 수수했다. 1개 정도는 있을 법한 목걸이나 반지 등 장신구도 하나 없다.

    인산죽염촌을 찾은 것은 도회지도 아닌 함양에서 왕성한 문화활동을 하고 인문학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고 단순한 문학관이 아니다. 인산죽염촌(주)과 지리산 문학관(함양군 휴천면 월평리 201) 전시관의 문화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환원 차원을 넘어 문화를 전파하고, 잊혀지거나 사라질지 모르는 문학 자료를 보존하고 재해석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 인산죽염촌의 두드러진 메세나 활동

    인산죽염촌의 가장 두드러진 활동은 메세나 활동을 통해 어려운 예술가들을 돕는 일이다.

    함양에서 2006년 함양죽염축제 인산가곡제를 시작으로 해마다 9월 첫째 토요일 저녁 7시 함양 상림에서 숲속가곡제 인산가곡제가 열린다. 이 밖에도 지리산문학관 지리산예술제를 비롯해 경상대-지리산문학학술대회, 강남대-인산동방문화연구소 국제학술대회, 함양교육청-함양고전경시대회, 함양연암문화제 학술대회 등을 열고 있다.

    인산죽염촌이 이렇게 문화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역 문화가 침체돼 있기 때문이다. 문화를 활성화시켜 지역민들 문화 향수 기회를 더 주고자 하는 것이다.

    최은아 대표는 “문화 없는 강국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문화가 발전해야 국민 심성이 순화되고, 국가가 발전한다”는 것이 신념이다. “열심히 일하지만 개인적인 것을 위해 써본 적 없다”고 최 대표는 말한다.

    차림에서 그의 검소함을 금방 알 수 있게 한다. 최 대표는 목걸이 반지도 없다. 현재 신고 있는 신발도 1만원짜리란다. 집에는 별반 가구도 없다. 50년 전에 지은 집에 24년 전(1989년)에 이사를 가 현재까지 살고 있다.

    웬만하면 들고 다니는 명품 가방, 현재 최 대표가 들고 다니는 가방은 대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간이 남아 근처 가게서 하나 샀다.

    가방에는 브랜드도 없다.

    최 대표의 인생관이 궁금했다.

    “어려서부터 자신을 위해 돈을 쓰면 안 된다. 남을 대할 때는 후하게 하고, 자신을 대하는 데는 박하게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낡은 사고 방식이지만 고수하고 있다”며 “가치관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옛날의 생각과 현재의 생각을 적절히 조화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해서도 생각의 일단을 드러냈다.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을 세우고, 자신이 부자가 되고 싶으면 남을 부자로 만들 정신을 갖고 있으면 나라가 바로 선다”고 말한다. 양극화 심화에 대해서도 “같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낙오자가 있으면 안 된다. 낙오자 없이 함께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 대표는 이와 함께 노동문화를 강조했다. “노동을 가치 있게 여기도록 해야 한다”며 “노동을 해서 잘 먹고 잘살 수 있고, 험한 일 하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벌도록 하면 대학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 대표는 학자 연구가 등의 사람만 대학 가면 된다고 했다.





    ◆의과대학 포기하고 대체의학 매달려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것은 인산죽염을 발명한 인산 김일훈 선생 때문이다. 최 대표가 의과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인산 선생의 ‘우주와 신약’을 읽고는 인산 선생의 제자가 된 것이 현재의 남편 김윤숭 관장을 만난 계기가 됐다. 김 관장은 인산 선생의 셋째 아들이다.

    최 대표는 꿈이 있다. 의과대학을 포기하고 대체의학에 매달린 자신을 후회하지 않는다.

    인산 김일훈 선생은 이제마 선생과 함께 한의학을 보약의학에서 치료의학으로 지평을 넓혔다. 인산죽염촌에서 개발한 약으로 해외로 진출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인산죽염촌에서 개발한 천연한방 항암제는 ‘치암단’으로 15개국에 특허 출원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폐렴 기관지 등의 구급약인 치폐단, 신장을 치료하는 치신단 등의 약이 있다.

    인산죽염촌은 2011년 농림부 기능성평가 인체적용 전 시험 지원사업 선정(1억원 지원-동의대와 공동사업)을 비롯, 올해 중기청 농공상 융합형 기술개발사업(죽염 약간장의 숙취해소 피로회복 음료 개발사업 4억원 지원 -경남대 교수팀)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전대 대학원 한의학과 한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최 대표는 “계속 연구를 해 인산 선생의 꿈인 질병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일생을 바칠 계획이다”고 포부를 말했다.



    ◆지리산 문학관 운영

    ‘문학공간’으로 등단해 시조집으로 ‘인정음’, ‘지리산문학인 소요유’ 등이 있는 김윤숭 관장과 문학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문학관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지리산 문학사를 편찬하는 것이다. 특히 지리산은 3개 도 14개 시·군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어 문학적으로 영호남을 통합하는 통합기능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지리산 문학의 특징은 자료 수집에서 전시 보관 등을 통해 데이터 기지를 구축,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아우르고, 종합문학관을 지향한다.

    이런 뜻이 통했는지 지난 1일 한국의 3대 원로 시조시인인 사봉 장순하 선생이 개인 장서 2만 권을 지리산 문학관에 기증했다.

    문학관은 그 보답으로 사봉 시조 기념관을 만들 계획이다. 문학관은 함양의 대표 브랜드인 산삼을 테마로 하는 산삼문학관도 계획하고 있다. 산삼문학의 시조는 고운 최치원인데 산삼외교를 했다는 문헌이 최치원 선생 문집에 나와 있다. 고운 선생-산삼-함양을 묶어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있다. 문학관 운영은 지자체 지원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인산죽염촌의 지원으로 이뤄진다.



    ◆ 함양골에서 키운 여섯 남매

    인산한의원 앞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고 자녀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셋째 아들이 지난해 미국 브라운대학에 입학했다.

    첫째는 딸로 서울대 법대 4학년이고 둘째는 아들인데 서강대 2학년에 다니다 군입대했다. 셋째가 미 브라운대학에 입학했다. 혹시 다음도 있느냐고 물었다. 공주 한일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이 있단다. 놀란 마음에 또 있느냐고 했더니 다섯째는 함양고등학교 2학년인데 수학을 잘한단다. 옆에 있던 아빠가 거든다. “수학만 좋아한다”고 했다. 화제를 바꾸려는데 막내는 물어보지 않느냐고 했다. 여섯째는 중학교 1학년이다. 자녀는 모두 6명이다.

    부부는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김 관장은 “반골 기질이 있는데, 두 명 낳아 잘 기르자는 정부의 가족 계획을 전면 부정했다. 한 자녀로는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 당시 그의 신념이라고 했다.

    김 관장은 87년, 28살 때 최 대표를 만났다. 한 다스(12명) 낳겠다고 결심했는데 결혼을 늦게 해 꿈을 못 이뤘다고 했다.

    “나는 목표가 10명이었다”고 이번엔 최 대표가 거들었다. 결국 6명을 낳았으니 절반의 성공이다. 국가가 부유해지려면 국민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 부부의 생각이다.

    시골에서 과외도 못 시켰다. 중학교까지는 모두 함양에서 나왔다. 시골에서의 애로사항은 교육과 문화 향유였다.

    김 관장이 서울서 대학 다닐 때 세종문화회관까지 가 가곡의 밤 음악회를 보곤 했다. 그래서 가곡의 밤을 함양에 직접 초청했다.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 줄 몰랐다’는 아들 말에 보람을 느꼈다”고 김 관장은 말한다.

    김 관장은 또 “상림의 숲속에서 여는 음악회는 상림의 가치를 높인다”고 했다.

    아내 최 대표가 말한다. “돈은 내가 벌고 옆에 있는 양반(남편)은 돈만 쓴다.”

    남편 김 관장은 말한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은 더 중요하다.”


    글=김용대기자 jiji@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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