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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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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앞에서- 김교한

  • 기사입력 : 2012-04-19 01:00:00
  •   


  • 분노가

    차거들랑

    여기서

    다 풀어라



    아무리

    혼미해도

    우람한

    그대 도량



    안개 속

    진세를 정화하는

    줄기찬

    여명의 함성



    -시집 ‘잠들지 않는 강’에서



    ☞ 어디에도 마음 붙이지 못해 눈썹이 떨리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 어두운 골목을 걸어 나오면 가슴속 분노는 흰 줄기 절벽의 끝에 서 있습니다. 피를 토하는 저 함성은 누구의 넋이런가, 끊을 수 없는 애증에 털썩 무릎을 꿇고 속엣 걸 다 토해 놓습니다.

    그 소리의 깊이에 닿으면 내 불안한 정신 쓰다듬고 한 줄기 생의 끄나풀 쥐어 줄 우람한 그대 보입니다. 세상의 온갖 고뇌와 번뇌를 모아 맑게 정화시키는 그대 앞에서 다 풀고 싶은 날 있습니다.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고 천양희 시인은 말했습니다만 오늘, 시의 화자는 말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 가슴이 먹먹한 자여, 분노가 차거들랑 가 보시라.

    구룡폭포, 직소폭포, 정방폭포가 아니면 어떠리. 용추폭포, 달천계곡, 장유폭포가 쉴 새 없이 곧게 쏟아내는 정신을 보시라. 그래서 어둔 귀도 씻어내고 가슴속 모든 것을 다 쏟아내고 오시라. 마음이 아픈 자여.

    -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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