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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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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친 길- 이승은

  • 기사입력 : 2012-04-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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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 걸어왔던 순한 길이 사라졌다

    문 밖 늘 궁금해도 섬뜩해진 나의 외출

    행방을 놓친 길들이 실핏줄에 얽혀있다

    길에 치인 자국마다 꽃잎은 시들어가고

    그때부터 몸 어딘가 간이역이 들어섰다

    가끔씩 어깨 언저리 시린 까닭 알겠다



    -시집 ‘꽃밥’에서

    ☞ 우리는 매일 각자의 길을 향해 달립니다. 길 위에서 가끔 새치기도 하고 또 달립니다. 무작정 달리는 길에 무수히 흩어지는 발자국들, 가던 길을 놓치고서야 잘못 든 길임을 알았습니다.

    먼 풍경들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보고 뜬눈으로 지새며 아쉽고 서러운 마음에 가슴을 치기도 합니다.

    시의 화자가 ‘더불어 걸어왔던’ 따뜻하고 순한 길은 마냥 펼쳐지지 않습니다. ‘길에 치이고’ 사람에게 시달려 멍든 자국도 생깁니다. 생채기 앓는 ‘꽃잎은 점점 시들어’ 가고 사랑도 잃었습니다.

    하지만 시의 화자는 알고 있습니다. 참 삶의 길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을. 느리지만 더불어 가는 길이 인간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몸이 아프다고 말하기 전에, 어깨 언저리 시리기 전에 깨달아야 할 입니다.

    -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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