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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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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하용식 경남도산림환경연구원 도유림담당

“나무이름 궁금하세요? 잎 모양 구별법으로 쉽게 알 수 있어요”

  • 기사입력 : 2012-04-1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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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용식 경남도 산림환경연구원 도유림담당이 진주시 이반성면 경남수목원에서 쭉쭉 뻗은 30년 된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를 껴안은 채 웃고 있다.
    하용식 도유림담당이 직접 지은 책 ‘마법의 나뭇잎’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 최초의 나뭇잎도감으로 나무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땅에는 모두 1300여 종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들 수목은 크게 침엽수와 활엽수로 대별된다. 침엽수는 소나무과, 주목과, 낙우송과 등으로, 활엽수는 녹나무과, 단풍나무과, 두릅나무과 등 수십 가지로 다시 나눠진다.

    산이나 들을 다니다 보면, 눈에 확 들어오는 나무가 종종 있다. 그러나 나무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비슷한 모양새를 한 나무들이 너무 많다. 그런 탓에, 이런 나무들을 구별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비록 식물도감을 갖고 있더라도, 나무의 이름을 찾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단풍나무과의 단풍나무와 당단풍나무, 고로쇠나무도 그런 경우다. 잎 모양이나 수피, 그리고 수형이 한 나무 같기도 하다. 난감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이럴 경우에 잎 생김새만 보고 수종을 찾아가는, 간단하면서도 수월한 방법을 제시한 인물이 경남도산림환경연구원의 도유림담당 하용식(41) 주무관이다.


    전국 136명에 불과한 산림기술사이기도 한 하용식 주무관은 나뭇잎이 바늘 모양인지, 하트 모양인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지, 아니면 삼각형이나 타원형인지에 따라 순차적으로 수종을 찾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연히 지리산 탐방길에 고로쇠나무를 봤다고 가정해 보자. 이게 단풍나무인지 고로쇠나무인지 분간할 수 없다. 이럴 때 하 주무관이 지난해 8월 발간한 ‘10법칙코드로 만나는 마법의 나뭇잎’을 펴 보면 된다.

    고로쇠나무 잎은 여러 갈래로 갈라진 나뭇잎의 모음이다. ‘마법의 나뭇잎’에서 분류해 놓은 10대 법칙코드 중 제8법칙에 해당한다. 책 첫 페이지에 10법칙코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고로쇠나무가 제8법칙에 들어맞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국내 1300여 종의 수목은 이 ‘10대 법칙’을 결코 벗어나는 법이 없다.

    다음은 제8법칙에서 지시한 17페이지로 이동하면 된다. 제8법칙의 아래법칙이다. 여기에서는 잎의 갈래가 몇 열인가에 따라 4종류로 나눠진다. 고로쇠나뭇잎의 갈래를 세어 보니, 7열이다. 그럼 5~9열의 나뭇잎을 모아 높은 55페이지로 이동한다.




    55페이지에는 고로쇠나무를 비롯해 단풍나무, 만주고로쇠나무, 시닥나무 등의 잎들이 선명한 컬러 사진과 함께 실려 있는데, 산에서 본 나뭇잎이 고로쇠나무 것이라는 걸 이 페이지에서 다른 잎들과 비교하면서 금방 찾아낼 수 있다. 고로쇠나무의 특징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184페이지로 책장을 넘기면 된다.

    한국 최초의 나뭇잎도감이자, 단지 3단계만을 거치고도 수종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마법의 책이다.

    “국제통용 식물분류법에 따른 기존의 수목도감은 개화와 결실에 따른 분류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임학도들도 이를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하물며 일반인들이 산에서 본 나무의 이름을 수목도감을 보며 찾아가는 것은 무척 힘든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수록된 수종의 수를 630종에서 700종으로 확대한 증보판을 올해 안으로 낸다는 각오로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

    일부 사소한 오타가 있었다. 책의 내용을 바로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증보판을 낼 때엔 1판을 리콜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그게 책을 낸 사람의 책임감이라고 했다.

    그에게 도감의 도움 없이도 식별할 수 있는 수종이 몇 개인지 물었다. 700개 정도라고 했다. 이름뿐 아니라, 생육 특징, 활용도, 그리고 어떤 토질에 잘 자라는지 등을 줄줄이 꿴다. 산림환경연구원 동료들은 이런 그를 ‘나무박사’라 부른다.

    그가 나무박사가 된 것은 진주시 대곡면의 고향 마을에서 생약 가공업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는 “아버지께선 저의 나무선생이셨다”고 했다.

    무슨 나무이든지 이름을 물어보면, 머뭇거림 없이 그 수종과 용도 등을 상세하게 가르쳐 줬다고 했다. 자연히 나무에 대한, 또 숲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었다.

    진주산업대학(현 경남과학기술대학) 산림자원학과에 입학한 그는 수목도감을 겨드랑이에 끼고 다닐 정도로 나무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끝장을 보자”는 생각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대학 졸업 후 임업직 9급 공무원 시험을 통해 지난 98년 임용된 그는 하동군청 산림녹지과에서 6년을 근무하고 현재의 산림환경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년 뒤, 그 어렵다는 산림기술사가 됐다. 공업부문의 기능장처럼, 산림부문에서 최고의 자격증를 갖게 된 셈이다.

    산림기술사는 지난 1986년 제도 시행 이래 136명이 배출됐을 뿐이다. 도내에서는 그를 포함해 6명의 기술사가 있다. 산림기술사는 산림에 관한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산지보전과 사방사업 등의 계획, 연구, 시공, 평가 및 지도·감리 등의 기술업무를 맡는다.

    그는 산림환경연구원에서 산림 표면 침식이나 붕괴, 산사태 등을 막기 위한 사방사업을 맡으면서 친환경 생태통로와 관련한 특허를 등록했다.

    사방사업의 하나로 사방댐을 설치하는 경우 그동안 야생동물의 생태통로가 막힐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그는 큰 비가 왔을 때 어류가 상·하류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또 갈수기 때에도 통로 상류의 일정한 영역에서 서식 가능하도록 하는 생태통로를 만들었다. 또 통로에 물이 빠졌을 때에는 포유동물들도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부터 도유림의 경영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산림의 자원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공기 정화, 수자원 공급, 산사태 예방, 야생동물 보금자리 등 숲의 일반적인 공익적 기능을 뛰어넘어, 산림을 어떻게 경영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방치돼 있는 숲이 많습니다. 이러한 숲을 자원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 덕유산에 자라고 있는 독일가문비나무의 경우 1그루에 최고 3000만원을 호가할 정도입니다. 숲이 돈이 된다면, 그 관리도 훨씬 잘될 것입니다.”

    그가 특히 애정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치유의 숲’을 만드는 일이다.

    “낙엽송은 당뇨, 전나무는 고혈압을 치유하는 물질을 배출하는 등 수종별로 치유기능이 다르지 않습니까. 이에 착안해 도유림인 거창군 위천면 금원산 일대에 다양한 수종의 ‘치유의 숲’을 경상대학교와 제휴해 조성 중입니다. 현재 20㏊가량에 불과하지만, 향후 40㏊로 면적을 확대해 오는 2018년 개장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 숲이 사라지면서, 숲을 보는 우리의 안목도 낮아진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노간주나무를 예로 들어 보죠. 국내 학계에서는 이 나무가 직경 20~30㎝ 정도까지만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합천군 봉산면에서 직경 1m에 이르는 노간주나무가 우리 산림환경연구원에 의해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습니다. 지금 이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됐고, 많은 연구자들이 이 나무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고 있습니다.”

    나무와 숲도 아는 만큼 보이고, 또 보이는 만큼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나무철학’이다.

    글= 서영훈기자 float21@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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