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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공명선거 파수꾼 김종대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

유권자 눈 현혹되지 않도록 24시간 눈 부릅뜨지요
체신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1991년 지자체 실시 때 선관위 첫발
목욕탕 급습·증거 변기 은닉 등 기억에 남는 사건 많아

  • 기사입력 : 2012-04-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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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대 경남도선관위 지도과장이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에서 한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켜보고 있다./성민건기자/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 돈 선거 등 후진 선거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공명선거 기틀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을 볼 때 선관위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식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주말, 경남지역의 공명선거를 총지휘하는 경남도선관위 김종대(52) 지도과장은 직접 현장까지 나가 불법선거운동을 단속하는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완벽한 선거 관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22년간 공명선거 파수꾼 수행

    김종대 과장이 선관위에 첫발을 디딘 시기는 1991년으로 22년간 일선시군위원회와 도위원회, 중앙위원회 등에서 선거 관련 업무나 대국회 업무, 기획 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그는 1984년 체신공무원으로 우체국에서 일을 해오다가 1991년도에 부활된 지방자치제 실시에 따라 선거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독립된 헌법기관에서 근무를 해봐야겠다는 기대감으로 선관위에 몸을 담게 됐다.

    그는 합천군 대양면 산골마을이 고향으로 일찍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선박회사, 건설회사 등에 다니다가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1981년 공무원의 길을 걷게 됐고, 부인도 우체국에서 30여 년간 근무하고 있다.

    김 과장은 “국민의 의식수준 향상과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강력한 감시·단속으로 공명선거의 기반은 구축됐다고 느끼지만 아직도 잊을 만하면 돈 선거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선거문화는 후진국 행태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김 과장은 불법선거운동 단속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을 여러 가지 꼽았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선거 때 모 후보 측에서 노동단체와 합세해 선거운동 기간 중 특정 후보자를 연호하면서 거리를 행진하는 등 불법집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위원회의 해산 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아 불법집회를 해산시켜주도록 경찰관서에 협조를 구해 경찰과 합동단속을 했으나 해산시키지 못해 결국 검찰에 협조를 구해 강제 해산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위반행위의 실체를 밝힐 수 없어 위반자를 사법조치하지 못하고 종결했다.

    김 과장은 “이 사건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으나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기간 중에 특정 후보자가 세력화해 불법선거운동에 관여함으로써 자칫하면 선관위의 단속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04년 거창군수 보궐선거 때는 모 후보자 측의 아들이 목욕탕 신장 개업을 빙자, 목욕티켓을 인쇄해 선거구민들에게 무료로 나눠 준 사건이 있었다. 신고가 들어와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단속 직원과 일반 선거구민을 목욕탕에 투입, 정황을 수집했다. 선거일 바로 전날이라 사실이 아닐 경우 많은 부담이 있었지만 위법성이 농후했기 때문에 목욕탕을 급습,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돼 행위자를 고발하고 신고자에게는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2010년 10월에 실시한 함양군수 재선거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모 후보의 선거운동 책임자가 선거운동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이들로 하여금 농촌 일손돕기 등을 통해 후보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을 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것이라는 신고가 있어 신고자와의 긴밀한 협조하에 기획적으로 단속했다.

    김 과장은 “단속 결과 모 후보의 선거운동 책임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를 농촌 일손돕기 등의 방법으로 선전하게 하고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이들을 선거사무원으로 선임해줄 것을 약속한 것이 확인됐다”며 “또 선거운동 방법을 교육하는 등의 행위를 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것이 확인돼 행위자를 고발하고 신고자에게는 경남에서 발생한 선거사범 신고건 중 최고의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폭언·비방에 밤잠 설치기도

    김 과장은 “선거 관련 업무를 하면서 욕설과 비방도 많이 듣고,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으로 부하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접하면서 공명선거 실현을 위해 자신의 아픔도 잊은 채 묵묵히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선관위 직원 모두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1998년도에 실시한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모 도의원 후보자가 선거 종료 후 선거비용 회계보고서를 허위로 제출해 보완 요구를 했음에도 응하지 않아 사법기관에 고발을 했는데, 자신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선거관리 사무실을 방문해 욕설과 폭언을 하는 등 거세게 항의하고 자신이 경영하는 주간 지역신문을 이용해 수차례에 걸쳐 선관위의 고발 내용을 비난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 당시 단속담당계장인 저에 대해 모욕적인 내용과 폭언, 심지어는 ‘지구 끝까지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겠다’는 내용 등을 사설에 싣고, 사무실 방문, 전화 등으로 욕설, 협박을 해 신변에 많은 위협을 느껴 길거리를 다니는 것조차 힘들었으며 밤잠을 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증거물 화장실 변기에 버려

    2010년 하반기 보궐선거 때는 위반행위 증거물을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은닉하려던 사건도 있었다. 모 후보자의 측근이 유권자에게 금전을 배포할 목적으로 금전을 배분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어 위반혐의자를 선관위로 동행했는데,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면서 소지하고 있던 메모지를 찢어 변기에 버려 흔적을 없애려고 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은닉 시도는 변기 고장으로 실패했고, 화장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조사공무원이 화장실 변기 안에 배설물과 함께 섞여 있는 메모지를 수거한 결과 메모는 일지 형태로 작성된 것으로, 순찰지역, 순찰시간, 순찰자, 선거 관련 내용 등이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김 과장은 “선거법 위반행위 여부를 조사한 결과 상대 후보의 불법선거운동을 감시하는 자로 파악돼 금전 배분의 의심은 밝힐 수 없었으나 감시활동에 따른 활동비 수령 여부에 의심이 있어 수사의뢰를 하게 됐는데 선관위 단속직원들이 위반행위를 밝히려는 일념하에 화장실 변기 안의 증거물까지 확보한 사례였다”고 말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지난 연말 들려온 부하직원의 사망 소식이었다. 평소 쾌활하고 묵묵히 맡은 바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던 직원이 간암으로 숨을 거뒀다.

    김 과장은 “제16대 국회의원선거 때 모 후보자의 선거법 위반행위를 단속하면서 후보자의 폭언과 협박 등으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느껴 그때부터 몸이 쇠약해져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도 모르게 간암 말기에 이르러 사망한 것으로 느껴져 단속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과장으로서 많은 죄책감에 사로잡혔다”고 한숨을 쉬었다.


    ◆불법선거운동 억제가 최우선

    “정당·후보자 등의 선거 관련 활동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활동 과정에서 위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김 과장은 불법선거운동의 단속에 앞서 시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반행위에 대해 사전 안내를 해 불법선거운동행위를 최대한 억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선거법 위반행위 단속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단속 실시 유형은 위반행위 신고자의 제보에 의하거나, 선관위 직원들의 단속 현장 활동에 의한 경우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조사 과정에서 위반행위의 내용이 경미하다고 판단될 경우 자유로운 선거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위반 사실 안내 및 시정명령을 하고 사건을 종결처리하고 있으며, 위반행위 사안이 선거에 미칠 영향이 큰 금품·음식물 제공이나 비방·흑색선전행위, 불법선거운동 조직에 대해서는 사전에 최대한 많은 증거자료를 수집해 위반행위자를 반드시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단속 활동을 하고 있다.


    ◆유권자·후보에게 한마디

    김 과장은 “아직도 일부 유권자는 후보자로 하여금 금품을 요구하고 있고, 후보자 역시 금품을 미끼로 표를 사려는 행위가 간혹 발생하고 있다”며 “이제 구시대적인 정치문화는 청산하고 후보자는 정책대결에 의한 표를 얻고 유권자는 후보자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고 어느 후보자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선량이 될 수 있을 것인지를 잘 판단해 선택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와 함께 “민주정치는 참여에서부터 시작된다. 유권자인 일반 국민 누구나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투표를 통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 투표율이 계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의민주주의의 대표성에 심각한 과제를 남기고 있다”며 “투표 참여는 선거관리기관인 선관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 국민이 주권의식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이종훈기자 lee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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