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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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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기립입인(己立立人)- 자기도 성공하고 남도 성공시켜 주고

  • 기사입력 : 2012-03-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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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출세를 못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대단한 출세를 했다고 인정받는 사람들도 한 단계 더 올라가지 못한 것을 늘 아쉬워한다. 예를 들면 몇 개 부처의 장관을 지낸 사람도 “국무총리를 한 번 해야 하는 건데”라는 말을 하고, 국회의원 몇 번 지낸 사람도 “그때 국회의장 될 기회가 있었는데” 등등의 말을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실력 있고 능력 있고 인격이 훌륭하고 덕망이 있어서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다.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점이 많겠지만, 여러 가지 조건과 운명 등 너무나 복잡한 요소가 작용한다. 조건과 운명 등은 높은 자리로 갈수록 더욱더 심하다. 김종필(金鍾泌)씨 같은 경우는 대통령 한 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었는데, 결국 대통령을 못 했고,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은 대통령 경선에 나올 때까지도 “설마 대통령 되겠나” 하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가졌지만, 결국 대통령을 했다.

    국회의원은 여러 가지 특권이 있지만, 4년마다 한 번 선거를 통해 다시 당선되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농담으로 ‘국회의원 자리는 비정규직’이라고 말한다. 한 번 당선되어서 일 좀 해 보려 하면, 금방 다음 대(代)를 걱정해야 되는 운명이다. 공천과 선거라는 두 단계를 거쳐야 다음 4년이 보장되는 것이다.

    선거에 앞서 공천(公薦)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단계가 만만치 않다. 선거에서 지면, 국민이 선택한 표가 적기 때문에 졌으므로 쉽게 승복하는데,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경우에는 승복하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공천에 떨어진 사람들은 대체로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즉각 반발하면서 탈당하여 다른 당으로 가거나 무소속 출마를 해 어제까지 자기가 몸담았던 당을 맹비난하는 사람들이다. 둘째는 탈당을 하지는 않지만, 당이 하는 일을 방해하거나 냉소하는 사람이다. 셋째는 당에 남아서 당을 도우면서, 자기 대신 공천을 받은 사람을 적극 돕는 사람이다.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 가운데서 첫째의 경우가 대부분이고, 셋째의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아무런 흠이 없는 자신이 공천을 못 받게 되면, “내가 어느 모로 봐도 나은데, 왜?”라고 생각하며 매우 억울하여 불만이 가득하겠지만, 한편으로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이름 없이 묻혀 지내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나는 국회의원 몇 번 해 봤으니, 나 대신 공천 받은 사람에게도 기회가 한번 가야지”라고 생각하면 크게 억울할 것도 없다.

    즉각 탈당해서 다른 당 소속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분풀이가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자기도 당선 안 되고, 자기 대신 공천 받은 사람도 당선 안 되게 하면, 좋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깨끗이 공천에 승복하고 자기 대신 공천 받은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더 좋은 일 아니겠는가?

    논어(論語)에 “자기가 서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세워주고, 자기가 현달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현달하게 해 주라[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잘되고 싶다. 그러나 자기도 잘되고 남도 잘되어야지, 자기만 잘되고, 남을 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 위기에 처했던 김무성 의원이 대인답게 공천에 승복하면서 당에 남아서 당을 도우겠다는 결단을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고, 국민들에게 별로 보여주지 못했던 국회의원으로서 오래간만에 훌륭한 일을 했다고 할 수 있다.

    * 己 : 자기 기. * 立 : 설 립.

    * 人 : 사람 인.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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