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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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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고성배 한국차문화연합회 회장

“진상품 차 길러낸 ‘차의 고장’ 마산 영광 되찾아야죠”

  • 기사입력 : 2012-03-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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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배 한국차문화연합회 회장이 광리다원 사랑방에서 다도를 선보이고 있다. 찻상에 놓인 모든 다기는 그가 직접 만든 것들이다. 광리다원 사랑방을 거쳐간 많은 이들이 경남의 차 문화를 이끌고 있다.
     
    광리다원에는 수많은 다기들이 전시돼 있다. 고성배 회장이 자신이 직접 개발한 1인용 다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정현리 진북산업단지를 지나면 오른쪽 언덕 위에 ‘광리다원’이 있다.

    ‘광리’는 지명이 아니라 광리다원을 운영하는 고성배(60) 한국차문화연합회장의 호다. 구원할 광, 마을 리, 세상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 세상에 도움이 되는 마을을 만들자는 뜻으로 스물아홉 나이에 그가 직접 지은 것이다.

    마산과 하동에서 다향축전을 개최하고, 국회에서 차의 세계화전을 여는 등 차 문화를 알리는 데 매진하고 있는 고성배씨. 원래 그가 하던 일은 도자기를 굽는 것이었다.



    인사동에서도 유명한 ‘광리’

    광리다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가마’다. 그가 다기를 포함해 각종 도자기를 구워내는 곳이다. 가마 오른쪽편으로는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장이 있고, 왼편에는 그의 작품이 전시돼 있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가 도자기를 시작한 것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자기를 시작하면서 그는 세상에 쓸모있는 것을 만들자는 생각에 ‘다기’를 굽기 시작했다. 마침 차 문화가 갓 시작될 무렵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통찻집에 있는 다기의 50~60%는 그가 공급했을 정도로 다기 분야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80~90년대 그의 명성은 자자했다. 광리다원의 문하생만 9명이나 됐다.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인사동에서도 그의 다기 작품을 취급하는 곳이 여러 곳이 생겨날 정도였다.

    태평양에서 ‘설록차’를 출시하면서 그에게 제안을 했다. 설록차와 다기를 한 세트로 판매해보자는 것이었다. 설록차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의 다기도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일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1인용 다기를 처음 만든 사람도 바로 고성배씨다. 도자기로는 유일하게 정부조달물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83년부터는 도예 교습소를 열어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다기에 담긴 차에 빠지다

    다기는 차를 담는 그릇이다. 다기를 만드는 그는 자연스레 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80년대는 차, 즉 녹차 문화가 태동하는 시기였다. 현재는 녹차의 고향으로 유명한 하동이지만, 80년도에는 차를 만드는 곳이 화개제다와 쌍계제다 2곳뿐이었다. 그는 전국의 차밭을 찾아다니고, 차와 차 문화를 익히기 위해 몰두했다.

    광리다원의 옛 이름은 광리도원이다. 객이었던 차가 도자기를 몰아내고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전시장 한편에는 햇빛이 잘 드는 방이 있다. 바로 차 마시는 곳이다. 차를 마시는 곳이자 다도를 가르치는 곳이다.

    아직은 차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시절, 차를 즐기고, 예를 배웠다. 그에게서 배운 많은 이들이 현재 우리나라 차문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각 국가마다 민족 고유의 명절이 있는데, 우리는 설이나 추석에 차례 지내러 간다고 하죠. 차로써 예를 올린다는 뜻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차례상에 과연 차를 올리는 국민은 얼마나 있을까 깊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마산의 재발견

    그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을 넘어 차 문화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마산의 재발견’ 때문이다. 월영대와 만날공원이다.

    신라시대 대문장가 고운 최치원 선생이 제자를 가르치던 곳이 지금의 마산합포구 해운동에 있는 월영대다. 고운 선생은 차를 즐겼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공자의 후손으로 1351년 노국대장공주와 함께 고려에 들어온 한림학사가 있었다. 공소 선생이다. 그는 고려로 귀화했고, 1381년 마산에 묻혔다. 시호로 ‘회원군’을 받았고, 후에 창원백에 봉해졌다. ‘회원’과 ‘창원’ 모두 현재의 지명으로 사용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마산합포구 예곡동에 묘소와 재실이 있다.

    고 회장은 매년 여는 다향축전 때 이들 선인에게 차를 바치는 헌다례를 연다. 고 회장은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과 마산지역 읍지 등을 통해 마산이 나라에 차를 진상하던 지역이었고, 주요 특산품이 차라는 것을 알고, 마산의 차 문화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산 다인, 국회 입성

    고성배 회장은 사단법인 한국차문화연합회를 이끌며 지난 2000년 마산에서 경상다향제를 열었고, 경남 어린이 차 예절 경연대회를 처음 열었다. 지금은 전국 대회로 규모가 커졌고, 시상도 대상에 장관상을 수여할 정도로 상격도 높였다. 지방에서 그것도 마산에서 전국대회를 유치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2002년에는 장소를 하동으로 옮겨 경상다향제를 열었고, 다시 마산으로 돌아와 전국 대회로 키웠다. ‘대한민국 다향축전’이다. 12회째를 맞은 지난해 행사는 10월 7일부터 사흘간 마산합포구 문화동 만날공원에서 열렸다.

    고운 최치원 선생과 창원백 공소선생에 대한 헌다례를 시작으로 전국 어린이차예절 경연대회, 전국 차음식요리 경연대회, 전국 들차 경연대회 등 차와 관련된 굵직한 행사가 함께 열렸다.

    한국오성다도연구회의 다례시연을 펼쳤고, 중국 본토에서 직접 방문해 중국선차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중의 차 문화인들이 모여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여는 등 큰 규모의 행사였다.

    그가 이끄는 한국차문화연합회는 정부조달공예문화회와 함께 국회의원 회관에서 ‘차와 공예전’을 열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경남 차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고, 해마다 국회의원 회관에서 차의 세계화전 행사를 열기도 한다.

    2009년 행사 때는 10월 8일을 차(녹차) 마시는 날로 선포하는 등 차 문화를 알리는 데 누구보다 열정을 쏟고 있다.




    차 문화 전파에 남은 생을 바치다

    고 회장은 차 문화를 알리는 데 지난 세월을 바쳤다. 그리고 그 활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고 회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중국 요인들이 그를 중국으로 초청했다. 한-중 차문화 교류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운영하는 광리다원은 그의 아들 고대영(32)씨에게 물려줄 예정이다. 아들은 무형문화재 백영규 사기장 문하에서 도자기를 배우고 있다.

    아들에게 다원을 이어받게 하고, 그는 만날공원에 새 터를 꾸릴 예정이다. 만날공원 인근에는 그가 수년 전부터 조성하고 있는 차밭이 있다. 하동과 함께 차 재배지로 유명했던 마산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단순히 차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차와 차 문화를 좀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차 문화 체험장도 만들 생각을 갖고 있다.

    유명한 다기장에서 다인으로, 다시 차 문화를 전파하는 활동가로서의 그의 삶은 오늘도 계속된다.

    “힘든 일이죠. 집에서도 반대가 심했고. 차 문화를 알리는 것도 힘이 들고, 특히나 지역에서 이를 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차로써 조상에게 예를 올리던 민족입니다.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옛것을 되찾는 일입니다. 또 누군가는 이어서 할 것이라 믿지만 제가 있는 동안이라도 조금이나마 더 보탬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글= 차상호기자 cha83@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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