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칼럼] 굴절된 삶- 박형권(시인)
개미들이 위태로운 쑥대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잠깐 동안에 쑥대의 우듬지가 개미로 초만원이 됐다. 개미들이 의지한 쑥대는 심각하게 기울어 있었다. 물은 엄청나게 불어 있었고 개미들 중 상당 부분이 서로 엉켜 있었지만 뚝 떨어져 물에 휩쓸려갔다. 내셔널지...2015-08-14 07:00:00
- [작가칼럼] 서랍 속 몽당연필- 유행두(시인·동화작가)
출근을 하면 연필을 깎는 것부터 일과가 시작된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연필깎이에서 뾰족하게 깎여져 나오는 연필심을 보면 마음을 잘 깎아놓은 듯 기분이 좋아진다. 이 연필을 통해 아이들이 미래의 꿈을 가지런하게 잘 써 주길 바라며 아픔이 있어도 잘 견뎌내...2015-08-07 07:00:00
- [작가칼럼] 교육은 깨달음이 아닐는지!- 이두애(시인)
여름방학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아이들과 부딪히는 날들이 많다. 늑장부리고 흐트러진 생활을 지켜보자니 잔소리만 늘고 사이만 벌어지는 느낌이다. 때로는 위로하고 시간을 같이 가지고 싶어도 저만큼 멀어져 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소통이 어려워지는 ...2015-07-31 07:00:00
- [작가칼럼] 즐거운 힐링- 장진화(아동문학가)
요즘 서점가에 시집이나 소설책보다 더 많이 팔리는 책이 있다고 한다. 바로 ‘컬러링 북’, 어릴 적 즐겨하던 색칠공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밑그림에 색색의 색깔을 입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좀 더 정교하고 세밀하게, 또 고급스럽게 만들어진...2015-07-24 07:00:00
- [작가칼럼] 유혹의 도시- 박형권(시인)
마산은 유혹의 도시였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유혹이라는 제 역할을 다하다가 2010년대에 들어와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유혹의 동력은 술공장 간장공장 섬유공장, 그리고 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이었다. 인근지역의 젊은이들은 마산에 가서 돈 벌거나...2015-07-17 07:00:00
- [작가칼럼] 때문에, 덕분에- 유행두(시인·동화작가)
나는 남의 탓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가난하기 그지없는 부모님 때문에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했고 결혼을 한 이후에는 모험을 싫어하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는 겁쟁이 남편 때문에 불편한 생활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 단체에 가서는 ...2015-07-10 07:00:00
- [작가칼럼] 잡초가 아닌 귀초- 이두애(시인)
반가운 단비에 우산을 쓰고 강가를 산책했다. 어찌 잡초라 불러야 할지 들풀이라 불러야 할지. 아니 들꽃이라 부르는 게 맞겠다. 한마디로 초록이 짙으면 ‘푸르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계란 프라이 모양의 개망초였다. 들풀들과 어...2015-07-03 07:00:00
- [작가칼럼] 들판에게 길을 묻다- 조은길(시인)
들판을 좋아한다. 들판 중에서도 초록카펫을 깔아놓은 듯 팽팽한 소년들판을 제일 좋아한다. 그곳에는 빛과 어둠이 공평하게 배분되는 곳이다. 밥과 옷과 잠이 공평하게 배분되는 곳이다. 그리하여 그곳에는 잘남도 못남도 귀함도 천함도 없다. 모함도 배신도 왕...2015-06-26 07:00:00
- [작가칼럼] 봄볕, 언제 들까- 정영선(시인)
벌써 여름 날씨가 땡볕을 퍼붓는다. 이 여름에 꽁꽁 언 가슴을 녹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봄을 향해 지친 발목 절뚝이며 하염없이 생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지난겨울, 내가 속해 있는 단체에서 불우이웃을 방문한 적...2015-06-19 07:00:00
- [작가칼럼] 우리가 잊고 지낸 밤하늘- 김태경(아동문학가)
새하얀 가로등 불빛이 끝나는 지점, 나는 그곳에서 더 깊은 길로 들어간다. 늦은 시간이라 들어가고 나오는 차가 없는 한적한 시골길. 그 길 위에서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을 끈다. 그러자 한껏 나긋해진 밤바람이 온몸에 착 감기고, 거리낌 없이 반짝이는 별들...2015-06-12 07:00:00
- [작가칼럼] 안식과 평화를 모두에게- 김재근(시인)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작으면서도 가장 강렬하고 경건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종교와 이념, 사상, 권력을 초월한 오직 인간의 회개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이곳의 실내는 초현실주의 미술의 위대한 거장 마크 로스코...2015-06-05 07:00:00
- [작가칼럼] 장미와 잡초- 조은길(시인)
장미의 계절이 돌아왔다. 딱딱한 민낯의 콘크리트 집들이 활짝 핀 장미꽃다발을 안고 축제의 주인공처럼 환하다, 모든 꽃들이 저마다 개성을 지니고 아름답지만, 눈부신 5월 햇살과 신록을 배경으로 갓 피어난 장미꽃의 자태는 유일한 흠이라고 할 만한 가시마저...2015-05-29 07:00:00
- [작가칼럼] 주남저수지 예찬- 정영선(시인)
며칠 전 친구 두 명과 주남저수지를 찾았다. 생태탐방로 새드리길 따라 끝없이 피었던 노란 유채꽃이 스러진 자리, 드문드문 양귀비가 붉은 자태로 반겼다. 둑 아래쪽에 흐드러지게 핀 찔레꽃 향이 뭉텅뭉텅 코끝을 자극하는 오후, 우리는 조여진 삶의 허리끈을 ...2015-05-22 07:00:00
- [작가칼럼] 옛 노래 속에 흐르는 인생의 고락(苦樂)- 김태경(아동문학가)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자주고름 입에 물고 눈물 젖어….”콧노래로 흘러나오는 옛 노래, 무심결이었건만 어느새 가사를 읊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노래뿐이랴. ‘울고 넘는 박달재’, ‘섬마을 선생님’, ‘처녀 농...2015-05-15 07:00:00
- [작가칼럼] 봄날, 매천 황현을 만나다- 김재근(시인)
붉은 모란이 찬란하게 피었다 지는 오월이다. 크고 화사한 꽃잎이 봄을 물들이면 내 마음도 한껏 피어난다. 그러나 그 화사함도 잠시, 꽃잎이 시들고 계절은 연둣빛 물결로 이어진다. 꽃이 지고 파릇한 새 잎이 다시 돋아나지만 그리운 사람은 가고 돌아오지 않...2015-05-08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