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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잡초가 아닌 귀초- 이두애(시인)

  • 기사입력 : 2015-07-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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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가운 단비에 우산을 쓰고 강가를 산책했다. 어찌 잡초라 불러야 할지 들풀이라 불러야 할지. 아니 들꽃이라 부르는 게 맞겠다. 한마디로 초록이 짙으면 ‘푸르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계란 프라이 모양의 개망초였다. 들풀들과 어우러진 소박한 자태지만 작은 군락을 이룬 꽃밭 중에 꽃밭으로 칭하고 싶다. 군데군데 쇠별꽃, 질경이, 돌나물, 씀바귀꽃, 소리쟁이 꽃들도 눈에 들어왔다. 자연은 땅에서부터 저 산에도 어김없이 푸르게 더 푸르게 변해 있었다. 빗물이 땅에 젖는 소리에 한참 머물렀다. 어느 농부가 한 말이 생각났다. 잡초는 빗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막아 흙속으로 스미게 한다고. 잡초가 없다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한 빗물이 흙을 휩쓸어 나가는 모습 상상해보라 했다. 그렇다. 잡초는 큰비에 일이 벌어질 것을 대비하고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이번 해 나라를 들썩이고 있는 잊히지 못할 단어들 메르스, 가뭄, 표절…. 눈만 뜨면 들려오는 소리였다. 이렇게 중요한 사건들이 단비를 맞고 있는 흔한 잡초를 보면서 되새겨 보았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얼마든지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문제였다. 5월 20일 한국에서 메르스 최초 감염자가 확인됐다. 하지만 안일한 처치며 온전한 백신 하나 없이 지금까지 버틴 상황이 아닌가! 국민의 보건에 구멍이 뚫린 허술한 후진국 의료수준을 증명했다. 4대강 사업도 환경뿐 아니라 홍수도 방지하며 가뭄이 심할 경우 농업용수로 이용될 수 있게 계획, 개발해야 맞지 않은가? 이 가뭄에도 농업용수로 바로 쓸 수 없어 트럭으로 강물을 실어 나르는 상황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국책사업의 결과가 실망스럽다. 잘나가는 작가, 출판사 문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한때 우리나라의 문학 위상이 높이 평가됐다. 표절로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이 모두 좀 더 신중하지 못한 결과다. 사건이 터지면 수습에서부터 어리석었다. 진정한 부끄러움을 인정했다면 불신이 이렇게 커지질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 뒤에는 경제적 손실, 경제침체, 불신, 다시 개각되는 정부인사 등 복잡한 일들로 다시 회오리바람을 몰고 온다. 다치는 것은 국민이 아닌가. 잡초의 뒷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들풀, 들꽃들은 뽑히고 밟혀도 강하게 들판을 지키고 있다. 강인한 생명력 때문인지 약초, 연고, 화장품 원료로 염색재료로도 다양하게 쓰인다. 어쩌면 잡초가 아닌 귀한 풀(貴草)이다. 식용으로 쇠비름나물, 질경이튀김, 민들레, 들국화차…. 익히 알고 있다. 나라이든 사람이든 풀이든 제자리에서 본연의 근성을 알고 좀 더 나아가 한 번 더 신중했다면 힘든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7월이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버렸다. 참 많이도 들어보고 공포를 실감한 메르스, 대통령메르스, 신경숙메르스, 장맛비에 모두 씻겨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다. 또 가뭄도 해소돼 전 국토가 편안했으면 한다. 혼란스러웠던 악성바이르스 이념들이 정치, 경제, 문화 어디 온전한 곳이 없을 정도로 할퀴고 상처를 남겼다. 메르스 환자들 모두 완치돼 서로 불신 없고 명랑한 분위기를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 햇볕 좋고 푸른 그늘이 드리운 정자에서 오순도순 이야기들이 영글어 가는 여름이 됐으면 한다.

    이두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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