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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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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보, 표 없는 유세 펼친 이유는

[총선 그리고] 총선과 MZ가 만나면

  • 기사입력 : 2024-04-26 08: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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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대 총선 격전지 중 한 곳인 창원성산 유세 일정 파악을 위해서 후보들 인스타그램을 팔로잉 중이었다. 본투표일이 다가올 때 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 목격됐다. 시작은 창원성산 녹색정의당 여영국 후보였다. 여 후보 인스타에 별안간 후보가 태그된 여러 스토리(24시간 동안만 공개되는 게시물)가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이 중학생쯤이나 됐을까 싶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여 후보와 함게 셀카를 찍거나, 지나가는 유세차량 또는 벽보나 유세용 명함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면서 여 후보 아이디를 태그하는 방식이었다.

    며칠이 지나서는 같은 선거구의 민주당 허성무 후보, 국민의힘 강기윤 후보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허 후보는 어린학생들과 찍은 인증샷을 여럿 올렸고, 강 후보는 인스타그램 맞팔 요청을 한 한 학생의 스토리를 공유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산을 김두관(왼쪽), 국민의힘 마산합포 최형두 후보 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양산을 김두관(왼쪽), 국민의힘 마산합포 최형두 후보 유튜브 캡처.

    왜 갑자기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이슈가 된 걸까, 학생들 사이에서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유행인가 하는 궁금증만 남긴채 선거는 끝이 났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만난 캠프 관계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독 중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더라는 얘기다.

    창원 마산합포구 후보였던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실 관계자는 유세 때마다 중학생들의 인증샷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먼저 최 후보를 알아보고 달려와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다. 인스타 디엠(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서도 인증샷이나 맞팔로우 요구가 계속됐다고 했다.

    최 후보는 한 학생의 요청에 바쁜 유세기간 중에서도 하교시간에 맞춰 마산 해운중을 방문해 인증샷을 요청한 학생을 만나 사진을 찍어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번 총선 후보들이 졸지에 투표권이 없는 어린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에 응답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표 없는 유세전을 펼쳤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이 괴이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는 고민은 ‘인증샷’에 목숨거는 중학생 조카를 보며 어느정도 풀어나갈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인 조카는 어디서든 인증샷을 찍어야 하고 이 인증샷을 반드시 인스타에 올려야 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점이나 멋진 관광지를 가도 인스타용 사진을 못 찍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야구 룰을 몰라도 인증샷을 위해 NC경기를 보러 간다. 국회의원 선거라는 지역 최대 이슈와 인증샷에 목숨 거는 MZ세대의 만남이 이 특이한 현상을 만들어 낸게 아닐까 하는 것이 기자의 추측이다.

    지난 21대 총선부터 적용된 투표 연령 하향(만 19세→18세)과 학교에서 이뤄지는 선거나 관련 교육 등 영향도 있겠다. 투표일 이전 생일인 고3 학생부터 투표가 가능해지면서 이번 총선 각 학교에서는 예비유권자를 위한 교육도 진행됐다.

    후보들 입장에서는 투표권이 없는 지역민에게, 또는 3~5년 후에나 한 표를 행사할 예비 유권자들에게 미리 유세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겠지만 이 뜬금 없는 관심들이 긍정적인 시그널로 읽힌다. 총선 후보와 인증샷을 찍던 예비 유권자들이 훗날 투표 인증샷을 찍을 때까지, 정치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22대 총선 당선인들이 할 일이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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