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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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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즐거운 힐링- 장진화(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5-07-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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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서점가에 시집이나 소설책보다 더 많이 팔리는 책이 있다고 한다. 바로 ‘컬러링 북’, 어릴 적 즐겨하던 색칠공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밑그림에 색색의 색깔을 입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좀 더 정교하고 세밀하게, 또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색칠공부책이다. 어찌 보면 새로울 것 없을 수도 있는 책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게 해주는 어른들을 위한 컬러링북’이라는 시대에 맞는 옷을 입으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컬러링북 열풍에 힘입어 색연필이나 사인펜, 도화지 크레파스 같은 문구류 판매량이 30~40% 정도 올랐다고 하니 그 인기를 가늠해보는 것은 어렵지가 않다.

    실제로 컬러링 북 열풍을 이끈 <비밀의 정원>은 영국에서 발간됐지만 항우울제 복용률이 높은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됐다고 한다. 다양한 형상과 색깔로 그림을 완성해 가면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며, 몰입을 하는 순간 스트레스나 걱정 고민거리들을 잊을 수 있으니 간편하게 힐링하기에 좋은 방법이 틀림없다.

    컬러링 북뿐만 아니라 점잇기북 같은 책들도 나오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시나 소설의 한 구절을 베껴 쓰는 필사책, 필사노트까지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좋은 글귀를 읽고 따라 써 보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으로 치유를 받고, 안정감과 함께 일상의 여유를 느낄 수 있어 필사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복고로의 회귀니,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한다고 하는 디지털 시대에 지친 현대인들이 아날로그를 그리워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건 비록 필사긴 하지만 글쓰기가 스트레스가 아닌 힐링의 영역으로 현대인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글쓰기 공부를 할 때 그 첫 번째 수업이 베껴 쓰기이다. 필사는 글을 읽는 과정을 완성해 주며 새로운 글을 쓸 준비를 해주는 작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때로는 시를, 때로는 장편소설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필사를 하곤 한다. 그런 학습과정을 겪어본 이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필사를 하며 집중할 때, 그리고 필사를 마쳤을 때 느꼈던 쾌감.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함이라는 것을 안다.

    ‘집중력이란 곧 기쁨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재미있으면 자연히 집중하게 된다. 명상을 시작할 때 치유를 목적으로 배우면 끝내 힐링을 경험하지 못한다. 하는 일을 사랑하고 집중하며 명상을 즐기다 보면 자연히 몸과 마음이 치유됨을 경험한다.’ 혜암스님이 <마음비우기>라는 책에 쓴 말이다. 이 말처럼 돌이켜 생각해보면 진정한 힐링은 그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 컬러링 북이든, 필사노트든 내 손에서 이뤄지는 결과물, 그리고 연필이나 색연필의 사각거림,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힐링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서점가에 불고 있는 컬러링 북, 필사노트 열풍이 새삼 감사하다. 그 덕분에 우리 손에 휴대전화가 아닌 펜이 잡힐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온다. 올해 휴가 때는 많은 이들이 연필 한 자루와 노트 한 권으로 새로운 힐링여행을 맛볼 수 있었으면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휴대전화 컴퓨터에 밀려 오래도록 내 속에 방치해 두었던 그 상상과 서정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기를 말이다.

    장진화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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