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려서부터 즐겨 들어오던 한자성어 가운데 제일 친숙한 것 중 하나는 가화만사성이 아닐까? 만화로된 천자문이라도 읽은 초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그 뜻을 알고, 어느 집 거실에는 액자에 넣어져 가훈으로 벽에도 걸려있으니 제법 히트 친 한자성어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 모든 일은 가정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그 뜻이 간단하지만 당연히 옳다고 느껴진다.
가정은 우리사회의 가장 기본 되는 단위, 인간이 태어나 가장 먼저 접하는 사회집단이며, 가족구성원 간 마음으로 서로 지지가 이루어지는 안식처이다. 부모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고, 언제라도 돌아가 쉴 수 있는 곳이다. 이 가정의 평온함은 두말할 것 없다. 가정이 흔들린다면 우리가 돌아갈 곳은, 마음의 안식을 얻을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얼마 전 다문화가정 여성이 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파출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여성은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입술이 터진 채이고, 7~8살 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는 겁에 질린 눈으로 엄마 곁에 조용히 붙어 앉아 있었다. 당장 그 여성의 피해보다 아이의 미래가 걱정이었다. 지금은 주눅이 들어 엄마 옆에서 눈만 껌뻑이고 있는 이 아이가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 엄마에게 막말하고 주먹질하는 아버지에게, 밥상이 날라 다니는 집구석에서 7살 아이가 배울 것은 뻔하다. 아이는 오늘 폭력을 학습하였고, 언젠가는 배운 걸 써먹는 날이 올까 두렵다. 그 대상이 학교 친구이거나, 훗날의 배우자 또는 다른 가족이거나, 아니면 자신보다 약한 여성에게 또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향한다면 그것이 학교폭력으로 또 다른 가정폭력으로 성폭력으로 전염되고 발전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배제하고 그 성격을 사소한 부부싸움으로 만들어 개인 간의 사생활 문제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가정폭력은 개인 간의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살인사건의 4건 중 1건은 가족 간에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가정폭력은 피해자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이고, 더 큰 사회적 폭력의 씨앗이다. 개인의 밥상머리 교육부터 피해자나 가해자를 포함한 사회전체가 가정폭력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환기시키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가화만사성!! 우리사회의 온갖 복잡하고, 다양하고, 거창한 문제해결에 앞서 기본으로 돌아가 가정을 먼저 챙겨보자. 그럼 천년이상을 히트 친 이 말처럼 다른 일들은 저절로 다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산청경찰서 단성파출소 경사 최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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