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이 만난 우리 시대의 청년예술인 (12) Z세대의 글쓰기, 박은비 소설가
니트족으로 지낸 기간, 글쓰기가 내 삶의 전환점이 됐다
- 기사입력 : 2023-07-28 08: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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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1980~2010년 출생)를 기성세대의 시각이나 가치관으로 이해하기 힘들어 신인류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랫동안 30년을 한 세대로 구분해 왔으나, 사회가 급격하게 변해가면서 언론에서 한 세대를 15년 단위로 구분하기도 한다. M세대(1980~1994년 출생)를 잇는 Z세대는 1995년 이후부터 2010년 사이에 탄생한 젊은 층을 말하며 이들의 특징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사용, 동영상 콘텐츠 제작, SNS 등이 일상화돼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박은비 작가가 함안화천농악 전수교육관 내 전시실 앞에서 자신의 소설 ‘니트컴퍼니로 출근합니다’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 작가는 현재 함안화천농악 사무국에서 문화재청 공모사업과 관련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다.박은비 소설가는 1995년 출생하여 올해 28세이며 여러 소설 공모전에 출품해 장원과 대상을 받았으며 2권의 책을 출간했다. 기성문단에서 볼 때도 어엿한 작가이며 Z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Z세대로 취업할 의사가 전혀 없는 백수를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Z세대이면서 소설가인 박은비가 바로 자신의 문제이면서 가까운 주변의 이야기인 니트족에 관심을 두고 이들을 대변하는 글을 내놓자,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과 연구원의 주목을 받아 심층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영자신문 ‘The Korea Times’ 기자가 찾아와 인터뷰를 가진 적도 있다.
글쓰기 좋아해 경상대 국어국문과 진학
교내 각종 공모전서 잇따라 수상
졸업 후 생계 이유로 꿈 접고 취업했지만
건강 등 문제로 퇴사 후 니트족 생활
박은비 소설가.박은비는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창원 대산에서 자랐으며,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창원 대산고에 재학 중 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 처음 세운 계획이 흔들리거나 망설임 없이 경상대학교 국어국문과에 진학했다.
문학의 여러 장르 중에 왜 소설을 특별히 좋아하는지 묻자, “만약을 가정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서술할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대학 2학년 때 단편소설 ‘둥지 위로 나는 새’로 교내 국어국문과 주최 배달문학 응모전에서 소설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같은 해 전교생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개척자’ 공모전에 단편소설 ‘밥그릇을 깨뜨리는 손’을 응모했다.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가족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구성원들의 갈등을 그렸으며, 과거의 아픔을 딛고 가족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려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학 3학년 때 교내 학술문예공모전에 단편소설 ‘닳아지는 살들’을 응모했다. 평범한 20대 대학생이 아르바이트하면서 편의점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폐기 음식을 가져다 먹다가 위장병을 얻어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평소 알지 못하고 있던 자신의 삭막하고 궁상맞은 현실을 깨닫고 낙담하며, 한편으로 가족의 사랑으로 다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려 최우수상을 받았다.
박은비 작가의 2018년 作 ‘우울한 성장통’과 2022년 作 ‘니트컴퍼니로 출근합니다’.박은비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생계를 위해 잠시 작가의 꿈을 접고 취업했다. 두 군데 직장에서 1년 10개월 정도 근무했으나 적응하기 힘든 문화와 건강 문제까지 겹쳐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 후 3년 동안 쉬면서 Z세대 니트족으로 전락했다. 그 당시를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무능하고 무력함에 자책 좌절하며 삶에 회의를 느꼈던 시기로 어느 날은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고, 그냥 이대로 죽고 싶었다”며 회고했다. 놀면서 너무 무료하여 대학 때 쓴 작품 중에 애정이 가는 시 35편과 단편소설 9편을 골라 〈우울한 성장통〉이란 이름으로 문집을 출간했다. 어려운 여건에서 경비를 아끼기 위해 독립출판 사이트에 들어가 원고를 작성하고 퇴고·편집· 판매까지 했으나 영업 실적은 아주 미미했다. 하지만 책이 되는 전 과정을 체험한 좋은 경험이었고, 이는 앞으로 작가로 성장함에 밑거름과 자양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직으로 3년이 지난 후 계속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없어 다시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준비를 하면서 ‘니트컴퍼니 프로젝트’가 있음을 알았고, 재활을 위해 재미있는 기획이라 생각되어 참여했다. 니트족으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소통하며 가상의 회사생활을 하는 12주였는데, 이때 업무와 직책은 스스로 정했다. 그는 매일 하루 한 개씩 브런치에(글 쓰는 사이트) 글을 업로드하는 일을 맡았고, 종무식 때 성과물을 가지고 전시회를 계획하자 이때 쓴 글을 모아 ‘니트컴퍼니로 출근합니다’란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니트족이 되어버린 20대 청년의 시선으로 ‘청년 히키코모리(니트족으로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장기간 늘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집요할 정도로 깊이 있게 다뤘다. 책의 판매량은 많지 않았으나, 이때부터 주변에서 작가로 인정해 주었고, 이름도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박은비 소설가.무직기간 개인 문집·니트족 대변 책 출간
단편소설 ‘호상’으로 장수문학상 대상도
“지역사회 배경으로 문제의식 소재
청년 시선서 풀어낼 수 있는 글 쓰고파”
박은비 작가가 2020년 제2회 장수문학상 대상을 받은 단편소설 ‘호상(好喪)’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보살피는 효진이의 이야기이다. 할머니의 죽음에 내심 홀가분한 마음도 있지만, 생전에 수면유도제를 복용시켰던 자신만의 비밀이 죄책감으로 남아 괴로워하는 이야기를 다루어 심사위원들로부터 주제 선정과 심리 묘사를 잘했다는 평을 받았다.
어떤 소설가와 작품을 좋아하는지 묻는 말에 “학창 시절에는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독특한 소재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어 좋았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일상적인 소재를 독특한 시선으로 잘 풀어내고 있어 좋았다. 황정은 작가는 사물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리하고 생각이 깊어 좋아한다. 그의 여러 작품 중에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긴 작품은 ‘마더’이다”고 했다.
박은비 작가가 좋아하는 소설가의 특징을 요약하면 독특한 발상으로 시작하여 탁월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작가의 깊이 있는 성찰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그는 함안군 칠북면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으로 오게 된 계기를 물었더니, “약혼자가 함안화천농악을 사랑해 함안으로 먼저 왔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함안으로 왔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함안화천농악보존회 사무국에서 미디어 담당자로 일하면서 업무에 관계된 글을 쓰고 있다. 긴장 속에서 지속적으로 소설을 쓰고 싶어 함안문인협회에도 가입했다. 앞으로의 작품활동에 관한 질문에 그는 “지역 사회를 배경으로 청년의 시선에서 풀어낼 수 있는 문제의식이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평래(소설가)조평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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