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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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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이 만난 우리 시대의 청년예술인 (8) 월드뮤직밴드 ‘제나’ 리더·보컬 이소연

창작, 변화, 재미, 음악하는 이유죠

  • 기사입력 : 2023-06-29 21: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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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린 전공하다 부상으로 꿈 접어
    2015년 대학원서 ‘제나탱고’ 만나며
    프로 뮤지션의 길로


    영국 에든버러축제 한국 유일 초청
    이후 3집 앨범까지 발매
    국악·월드뮤직 융합 국내외서 역량 발산


    작년 개인앨범 발매 ‘클래시컬 팝’ 도전
    경계 허물고 창조로 가능성·기쁨 찾아
    앞으로도 나아갈 것


    국악과 월드뮤직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음악 장르를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경남의 대표적 음악그룹 월드뮤직밴드 ‘제나(GENA)’. 리더·보컬을 맡고 있는 이소연 대표는 올해 마흔 살을 맞았다. 서른 청년기를 마무리짓는 특별한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지난해 ‘제이나(Jaina)’라는 이름으로 음반 하나를 내놓았다. 밴드활동을 하다 보면 개인적인 음악 성향을 드러내기가 무척 어려운데,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첫 개인 정규앨범을 발매했던 것. 싱어송라이터로 작사·작곡·연주·노래 등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온 이소연 대표는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음반을 통해 ‘클래시컬 팝’이라는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과 컬러를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밴드와 솔로활동을 병행하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심화 확장시키고 있는 월드뮤직밴드 제나 리더·보컬 이소연씨. 싱어송라이터이면서 아쟁, 바이올린, 반도네온 등 악기들도 잘 다루는 실력파 뮤지션이다.
    밴드와 솔로활동을 병행하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심화 확장시키고 있는 월드뮤직밴드 제나 리더·보컬 이소연씨. 싱어송라이터이면서 아쟁, 바이올린, 반도네온 등 악기들도 잘 다루는 실력파 뮤지션이다.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전공하다 예술고 입시를 앞두고 손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꿈을 접어야 했던 그녀가 다시 바이올린을 잡은 건 2015년. 다니던 대학원에서 ‘제나탱고’(현재의 월드뮤직밴드 제나)라는 밴드를 만나고부터다. 탱고를 좋아하는 선후배들과 재미 삼아 스터디 밴드를 만들었고, 동기부여 차원에서 도전해본 창작음악공모전에 덜컥 대상을 거머쥐게 되면서 프로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하니 음악은 처음부터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공모전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제나탱고는 3년 뒤 2018년 일대 전환을 맞게 된다. 세계 최대의 예술축제로 알려진 영국 에든버러축제 프린지 페스티벌에 한국팀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는 쾌거를 이룬 것. 현지에서 21회의 단독 콘서트를 성공리에 마치고, 런던 한국문화원에서 쇼케이스까지 진행해 많은 음악 전문가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팀은 귀국하자마자 에든버러의 감동을 한 장의 앨범에 담았다. 이렇게 하여 제나탱고 이름의 정규 1집 ‘스위트 탱고(Sweet Tango)’가 탄생했다. 제나는 올해까지 정규 3집까지 발매하며 전국적 지명도를 쌓고 있다.

    한자리에 모인 월드뮤직밴드 ‘제나’ 멤버 9명 .
    한자리에 모인 월드뮤직밴드 ‘제나’ 멤버 9명 .

    팀은 에든버러 경험 후 탱고라는 한 장르에 머물 것이 아니라 재즈 등 다양한 서양음악, 나아가 월드뮤직 전체와 국악 간의 융합을 실험해보자는 취지에서 밴드 이름에서 탱고를 빼고 월드뮤직밴드 ‘제나’로 바꾸었다. 그리고 외부 작곡가에게 의뢰해 곡을 받는 ‘쉬운 길’ 말고, 오로지 자신들이 창작하거나 편곡한 곡으로만 연주하는 ‘어려운 길’을 가자고 원칙을 세웠다. 제나는 영국 에든버러축제 참가 이후 국내외 음악계의 집중적인 조명 속에 ‘색깔 있는 밴드’로 인정받으며 역량을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다.

    제나는 경남의 음악팀이지만 전국 연주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9명이다. 월드뮤직을 국악기로 표현하는 일은 연주자들에게 녹록지 않은 일. 세계음악과 한국음악 양쪽의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역을 떠나 오랜 시간 함께 호흡해온 멤버들의 노력과 하모니, 악기 구성의 다양함이 제나의 가장 큰 원동력. 국악기는 대금, 해금, 아쟁이 있고, 양악기는 반도네온, 바이올린, 베이스, 건반, 드럼이 있다.

    “멤버들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국악과 월드뮤직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부분이에요.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나가길 소망합니다. 자체로 창작하거나 편곡한 곡만 연주하는 원칙을 고수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멤버들의 뜻이 단순히 공연만 하는 밴드가 아니라 음악을 창작하고, 신나게 놀면서 공연하는 뮤지션으로 기억되길 바라니까 그 길로 묵묵히 가는 것이죠.”

    월드뮤직밴드 ‘제나’ 공연 모습.
    월드뮤직밴드 ‘제나’ 공연 모습.
    월드뮤직밴드 ‘제나’ 공연 모습.
    월드뮤직밴드 ‘제나’ 공연 모습.

    제나의 대표로서 구성원의 성장과 각자가 꿈꾸는 음악세계의 실현을 위해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하고 있는 이소연씨는 멤버들이 좀 더 창작과 연습에 몰두할 수 있도록 기획과 마케팅, 행정과 매니저 등 어렵고 신경 쓰이는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는 만능 예술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는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와 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실용음악과 뮤직테크놀로지를 강의하고 있고, 문화리아츠 도로시라는 기획팀의 대표로 문화예술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틈틈이 뮤지컬 제작과 음악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지역 청년들과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창작과 변화와 재미는 이소연 대표의 음악활동을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 이를테면 그는 문학(동시), 음악(작곡), 건축(설계)이라는 각기 다른 세 장르를 융합하여 ‘짓다’라는 공통어를 추출하고 거기에 기반하여 ‘짓다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으며, 음악과 과학의 융합인 ‘사이매틱스’ 현상을 문화예술교육에 접목하는 식으로 경계를 허물고 다시 창조하는 행위에서 가능성과 기쁨을 찾아가고 있다.

    “다양한 전공 덕분인지 하나의 현상을 보면 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올라요. 그럴 땐 심장이 두근거리고, 그것이 실현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저도 모르게 ‘해보자’라는 열정이 샘솟습니다. ”

    코로나 19가 정점으로 치닫던 2020~2021년경에는 멤버들이 악기 대신 방역소독기를 메고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갈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밴드활동 8년 동안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왜 없었겠는가. 그는 그때마다 ‘그래서?’라는 말로 쿨하게 자신을 채찍했다.

    “포기하고 싶은 절정의 순간, 그래서? 라는 말로 자신에게 질문을 하면 신기하게도 긍정의 에너지가 충전되더라구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음악인데 누굴 원망하랴! 그러고 나면 그냥 털고 일어나 씩씩하게 달려가게 되더라” 며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는 2015년 정동극장 창작음악 프로젝트 우승 당시 워크숍에서 블랙 스트링 허윤정 선생님이 그때 왜 ‘부디 사라지지 말아라’라고 조언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사라지지 않고 늘 그 자리에서 존재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꿈도 이루어질 것이란 속뜻을 알아차려서일까. 그가 지금껏 작곡한 20여곡 중 가장 애정이 간다는 작품 ‘아델란떼(Adelante: 탱고음악에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의 가사처럼, 아픔이 있더라도 사라지지 말고, 앞으로 나가자고 어깨를 토닥인다.

    “차갑게도 멀어졌다. 눈물길에 비친 달그림자 짙은 바람에 흩날리듯 다가와 내 마음 한곳에 숨죽여 잠들었다. 이대로 떠나가지 마오. 이 손을 놓지 말아다오. 아델란떼! 그대와 처음 춤추던 그날처럼 아델란떼! 모두 잊고서~ uno dos tres cuatro cinco”. 아델란떼의 아름다운 가사가 귓전에 맴돌 무렵, 그는 또록또록한 음성으로 한마디를 덧붙인다. “제나는 앞으로도 늘 제자리를 지키면서 재밌게 연주하고 노래할 거예요. 꿈꾸는 것만큼 성장할 것이라 믿어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아델란떼란 말처럼.”


    김우태(시인)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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