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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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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27) 애양기본(愛養基本)

- 바탕을 기르기를 좋아한다

  • 기사입력 : 2024-04-30 08: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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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원장

    한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게 패배하여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은 세계 축구연맹 서열 21위, 인도네시아는 134위에 기록되어 있다. 2대 2로 비겨 승부차기에서 아깝게 10대 11로 졌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도 인도네시아에 내내 끌려 다녔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9회 연속 올림픽 출전했는데,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었음은 물론이다.

    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14개 가운데 여자핸드볼만 겨우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올림픽 선수단의 규모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가장 적은 150명 규모로 축소됐고, 획득 가능한 금메달 숫자도 5개로 하향조정됐다. 일본은 획득 가능한 금메달 숫자가 15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우리나라가 13개, 일본이 7개였는데, 12년이 지나는 동안 완전히 역전됐다.

    국내에 농구 축구 배구 등 프로 경기전이 계속 활성화되고 있고, 세계적인 선수들도 많은데, 왜 이렇게 축구 실력이 저하되었을까? ‘기본기(基本技)와 체력훈련을 도외시하는 것’이 그 근본 원인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이름이 나면, 기본기는 무시하고 고급기술만 배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고급기술도 중요하지만, 기본기 훈련이 낡은 방법이 아니다.

    모든 종목에서 다시 한번 기본기를 중시하는 훈련을 강화해야 하겠다. 기본기 훈련뿐 아니라 강인한 정신력을 배양하는 정신교육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한국 마라톤의 현재 수준을 보면 얼마나 선수들의 정신력이 후퇴했는지 알 수 있다.

    운동경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학문도 마찬가지다. 한국학(韓國學) 분야에서 기본기는 당연히 한문 실력이다. 한문 실력은 한문학과는 물론이지만 국문과, 중문과, 사학과, 철학과, 고고학과 등의 학문 연구에 필수적인 도구과목이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전문가들의 한문 실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컴퓨터 인터넷 등을 통한 검색 기능이 발달함에 따라, 한문 원전(原典) 독서에 공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학계에서조차도 한문 원전 독해를 중시하면 마치 원시적인 공부방법인 양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다.

    2006년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 연구사업을 진행하여 고구려(高句麗) 발해(渤海)의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하려는 음모를 꾸미자, 우리나라에서 이에 맞서 동북아역사재단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을 압도할 만한 연구업적을 내었다는 소식을 못 들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의 한문 실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국 학계에서는 그동안 수백 권의 연구서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韓國古典飜譯院)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한문 고전을 번역하여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다. 그런데 접속자의 99%가 번역본을 이용하고, 원문을 이용하는 사람은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문 연구자들도 거의 대부분 번역본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고도의 정밀을 필요로 하는 학술연구에서 번역본을 이용한다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모든 분야에서 기본을 충실히 길러야 장래 원대한 일을 도모할 수 있다. 우선 눈에 보이는 기교만을 익히다 보면, 크게 발전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愛: 사랑 애. *養: 기를 양.

    *基: 바탕 기. *本: 근본 본.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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