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칼럼] 취직과 휴직 사이 - 전명희 (수필가)
자주 가는 동네 산이 한 귀퉁이씩 나무가 베어져 쓰러지더니 어느 길목은 시야에 가리는 것 없이 산동네가 훤히 뚫렸다. 반반한 줄만 알았던 산의 등허리는 여기 저기 커다란 바윗덩이가 박혀 있고 숨은 골짜기도 깊숙하다. 나무가 들어서 있을 때는 몰랐던 굵은 아람의 흔적도 쓰러진 뒤에야 알아본다. 둥치는 대부...2009-03-06 00:00:00
- [작가칼럼] [김지하칼럼] 나에게 한 수 바둑을 두라면
세상을 바둑판이라고 부른 사람은 여럿일 것 같지만 내 기억에 분명히 남는 이는 19세기의 한국 후천개벽사상가였던 강증산(姜甑山) 선생이다.
선생은 오선위기(五仙圍碁), 다섯 신선이 두는 바둑판으로 한반도의 현대를 예언한 바 있다. 네 신선은 중국, 일본, 미국, 소련이고 나머지 한 신선은 한국이겠다. 그런...2009-03-05 00:00:00
- [작가칼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이광수 (경남문학관장)입춘(立春)을 시작으로 봄의 도래를 알리는 우수가 지났다. 3월 5일이 경칩이니 땅 밑에서 겨울잠을 자던 동식물들이 일제히 지상으로 얼굴을 내미는 해빙의 계절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이치와는 달리 그 자연 속에서 사는 인간세상은 봄이 왔는지 겨울의 계속인지 영 감이 잡히질 않는다. TV를 켜거나, 신...2009-02-27 00:00:00
- [작가칼럼] 우리들의 고향, 그 뒷모습 - 김연희 (시인)
저녁 뉴스를 보다가 꺼 버린다. 넉넉하거나 향기 나는 소식이 없다. 온통 처절하고 가슴 아픈 사건과 사고로 뒤덮인 화면은 차라리 안 봄이 편안하다. 창밖에서 그래도 빛나는 밤하늘이 고맙다.
농어촌 지역에 몸담아 지역민의 일차 보건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자신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다. 농어촌, 과연 꿈과 ...2009-02-20 00:00:00
- [작가칼럼] 길에서 사람을 만나다 - 김순 (소설가)평균 해발고도가 4000m 이상인 차마고도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험준하며 가장 아름다운 길이기도 하다. 실크로드보다 200년 앞선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이기도 했던 5000km의 길. 산 하나에 사계절이 한꺼번에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자연생태가 공존하고 수많은 소수민족의 다채로운 종교와 문화가 길 위에 ...2009-02-13 00:00:00
- [작가칼럼] 고향의 봄 - 이창규 (경남아동문학회장 )다른 노래보다 많이 불린다는 ‘고향의 봄’ 노래 가사는 이원수가 15세 때 지은 시에 홍난파가 곡을 붙여 만든 동요이다. 아동문학의 거목 이원수 선생이 마산에서 소년회 활동을 하던 때에 어린이운동 선구자인 방정환 선생을 만나 잡지 ‘어린이’지에 보내어 그다음 해인 1926년 세상의 어린이들에게 널리 알려져 부르...2009-02-06 00:00:00
- [작가칼럼] 나의 인생 이야기 - 김지하 (시 인, 동국대 석좌교수)나의 인생에 관하여 누구나 말하듯이 “나의 인생은 성공”이라든가 “나의 인생은 실패”라든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참으로 답답한 가운데 어떤 속이 확 뚫리는 그런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내가 내 인생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데에 반드시 놓쳐서는 안 될 한 가닥이 있다면 다음이다.
‘개자식’ 이야기다. ...2009-02-05 00:00:00
- [작가칼럼] 고향 - 정이식 (동화작가)어떤 일에 내리는 결정이 전보다 아주 유약해졌다. 한창때는 이것저것 안 가리고 빠른 결정을 내렸는데 요즘은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이번엔 직업을 바꾸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며칠 밤낮을 고민해도 속 시원한 답이 안 나왔다. 그래서 설 이튿날 홀로 고향 선산을 찾았다. 산소에 술을 따르고 절...2009-01-30 00:00:00
- [작가칼럼] 설렘과 추억이 묻어있는 설맞이- 최영인 동화작가“10만원 이상 결제 시 선물세트 증정.”
“20만원 이상 구매 시 1만원 현장 할인.”
명절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이벤트 명목으로 유혹의 문자들이 날아온다. 설이라고 딱히 사야 할 것도, 선물할 곳도 없으면서 구경 삼아 매장을 기웃거리다 평상시보다 덤으로 하나씩 더 달린 상품에 끌려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쇼핑카트...2009-01-23 00:00:00
- [작가칼럼] 우화(羽化)를 꿈꾸는 그대에게 - 이서린 (시인)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있는 날. 겨울을 웅크려 봄을 기다리던 그대가 마악 잠에서 깨어나는 날. 길거나 짧은 동굴을 빠져나오는, 아직 습한 그대의 따뜻한 체온. 부스럭거리는 그대의 겨드랑이나 품속이 한창 달구어진 지금. 그대의 욕망, 혹은 열정이 오래, 오래도록 이 문학판을 달구어 주시길. 해마다 우화(羽...2009-01-16 00:00:00
- [작가칼럼] 2012년 지구 종말론 - 이광수 (경남문학관장)
지난 1992년 10월 28일 자정을 기하여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전국 160여개 교회 8000여 신도들이 벌인 광란의 소동은 끝내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서울 모 교회 본부에는 1500여 신도가 모여 휴거 예배에 들어갔고, TV방송국에서는 현장 생중계까지 하는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불발로 끝난 이 사건은 휴거...2009-01-09 00:00:00
- [작가칼럼] [김지하 칼럼] 착한 경제와 대한해협 - (시 인, 동국대 석좌교수)
‘착한 경제’란 말이 대유행이다. 지금 우리의 경제난을 넘어설 대안이 ‘경제만능주의’ 따위가 아니라 ‘착한 경제’라는 것이다. 경제학 용어로 바꾼다면 ‘호혜시장’쯤 될까. ‘호혜시장’이라면 바로 고대의 ‘신시(神市)’ 같은 것이고 동학(東學)의 최해월 선생 표현대로 ‘비단 깔린 장바닥’이겠다. 요컨대 ‘사랑과 모심...2009-01-08 00:00:00
- [작가칼럼] 희망으로 불황의 긴 늪 건너기
새벽이다. 등산복을 차려 입고 팔룡산을 오른다. 이미 많은 사람이 산을 오르고 있다. 해가 솟아오르는 짧은 순간을 보기 위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야트막한 마을 뒷산에도 이렇게 많은 인파가 운집한 것을 보면 전국적으로는 엄청난 사람들이 해맞이에 나선 것 같다. 왜 우리는 새해 아침의 일출에 열광하...2009-01-02 00:00:00
- [작가칼럼]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바라보며 - 김태두 (아동문학가)가장 깊숙이 숨어 있던 달력 한 장이 드디어 얼굴을 내밀었다. 오랫동안 참고 기다린 보람이 그만큼 커야 할 텐데,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이 달력은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수많은 시선에서 무엇을 읽어낼까.
일년을 어떻게 보내었는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나누어 보며 사람들을 심판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벌과...2008-12-19 00:00:00
- [작가칼럼] 꿈에게 날개를 단 이야기 - 김연희 (시인)
올 겨울은 만만치 않게 혹독할 것이라는 예측은 기상예보가 아닌 연일 매스컴에서 쏟아내는 경제뉴스 탓일 게다. 날씨 추운 것이야 속옷 하나 더 껴입거나, 외투를 걸치면 되겠지만 뼛속까지 시리게 고통줄 것 같은 IMF 한파와 유사한 혹한의 엄동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대책도 없는 걱정이 지속된다. 신문 보기...2008-12-1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