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7일 (금)
전체메뉴

‘예산 0원’ 문 닫는 외국인노동자센터… “불법 브로커 활개 우려”

삭감 예고 세 달 반 만에 현실화
도내 3곳 포함 전국 9곳 센터 타격
창원 센터장 “절차 없이 계약 해지 불법체류 등 관련 범죄 걱정돼”

  • 기사입력 : 2023-12-25 20:24:41
  •   
  • 외국인노동자의 적응을 돕는 경남지역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이 전액 삭감돼 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와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현장에서는 센터가 문을 닫으면 불법 브로커들이 활개를 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1일 국회는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노동자’와 ‘방문취업 동포’ 등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임금 체불 등 고충 상담과 한국어와 국내 생활법률 등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다. 지난 9월 7일 고용노동부가 전국 9개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거점센터장들에게 센터 예산 전액 삭감을 예고한 지 3개월 반 만에 현실화된 것이다.

    2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원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입구에 센터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성승건 기자/
    2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원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입구에 센터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성승건 기자/

    도내 외국인노동자 거점 지원센터는 모두 3곳(창원, 김해, 양산)으로 전국(9곳)에서 가장 많다.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도내 거점센터 3곳의 센터장과 상담원, 직원 총 41명은 내년 1월 1일부터 일자리를 잃게 됐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모두 127명이 대상이다.

    25일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창원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의 운영기관인 통도사자비원에 창원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약정 중도해지를 통지했다. 당초 고용노동부와 통도사자비원이 체결한 운영 약정은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였다.

    통도사자비원은 고용노동부와 맺은 운영약정이 중도해지됨에 따라 센터장과 상담원 6명, 직원 8명 등 15명에게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실상 직원들은 고용노동부의 방침에 따라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다.

    통도사자비원은 고용노동부가 중도해지를 철회하면 근로계약 해지 통보도 철회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국회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일말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창원시 공무원으로 공직생활 39년을 마치고 올해 3월 부임한 진종상 창원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장은 “3년 단위로 약정을 했는데, 아무 절차도 없이 이런 식으로 통보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진 센터장은 외국인노동자들의 ‘불법체류’ 관련 고충 상담도 해온 만큼 센터가 문을 닫으면 브로커들이 활개를 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진 센터장은 “센터가 없어지면 범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벌써 브로커들이 건당 5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책정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고 전했다. 불법 브로커들이 센터에서 무료로 받던 상담 등을 돈을 받고 거래한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창원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이현정 베트남 통역상담사(베트남 출신 귀화자)는 “센터가 문을 닫는다는 말이 아직도 와닿지 않는다”며 “당장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체불 같은 여러가지 애로가 있을 때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도내 3곳을 비롯한 전국 9개 거점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 고용노동부는 센터 운영을 중단하는 대신 내년부터 외국인노동자의 상담과 교육 등을 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최근 외국인력 유입을 늘리면서 숙련인력 활용 등 질적 변화가 요구돼 교육과 상담 등 체류관리도 수요자 중심으로 체계화하고 전문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월 27일 2024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E-9) 도입규모를 16만5000명으로 확정했다. 이는 올해(12만 명) 대비 37.5%(4만5000명) 늘어난 수치로, 2004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력정책실무위원회 위원인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다수 민주주의 체제가 아닌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정부 관공서에 대해 위협적이라는 인식이 많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남의 나라에 와서 그 나라 정부의 공무원들한테 고충을 처리해 달라고 하는 게 제대로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김태형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