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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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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209)

- 적다 사다 간직하다 받은 날짜 받은 사람

  • 기사입력 : 2024-05-01 0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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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114쪽부터 115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14쪽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집에서도 제가 쓰는 돈을 공책에다 모두 적어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집에서도’는 앞서 요즘 배움책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가정(家庭)’이라는 말이 아닌 ‘집’이라는 말이 들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있는 ‘제가 쓰는 돈’이라는 말도 요즘 많이 쓰는 말을 쓴다면 ‘자기(自己) 용(用)돈’이 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짜장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요즘에 많이 쓰는 ‘용돈’이 ‘용(用)돈’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옛날 배움책에서는 ‘쓰는 돈’이라고 쉽게 풀어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다음에 나오는 ‘적어 본다’는 말도 참 쉬운 말이라는 것을 요즘 쓰는 ‘기입(記入)’이라는 말과 견주어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용돈 기입’이라 하지 않고 ‘쓰는 돈 적기’라는 말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말글살이가 누구나 알기 쉬운 좋은 말글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섯째 줄부터 열둘째 줄까지 세 가지 월(문장)이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쓰는 것이냐?”, “우리들도 이런 것을 적어보자.”, “여기 적은 것의 셈이 바로 되었는가를 보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셋째 월에 나온 ‘셈’이라는 말은 요즘 많이 쓰는 ‘계산(計算)’이라는 말과 뜻이 같은 말인데 이렇게 쓰면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열셋째 줄에 있는 ‘산다’도 요즘 배움책뿐만 아니라 나날살이에서 흔히들 쓰는 ‘구입(購入)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114쪽 밑에서 둘째 줄과 마지막 줄에 걸쳐 ‘당번을 정해 이 일을 돌려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이 말을 보고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요즘 배움책이었다면 ‘당번을 정해 이 일을 교대로 하고 있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교대로 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돌려 보고 있다.’라고 요즘에는 볼 수 없는 말을 써서 나타냈다는 것이 참 새로웠기 때문입니다. 좀 더 나아가 같은 뜻을 가진 토박이말 ‘겨끔내기’라는 말을 써서 ‘이 일을 겨끔내기로 보고 있다’라고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115쪽 첫째 줄에 ‘많이 사면’도 ‘대량(大量) 구매(購買)/구입(購入)하면’이 아니라서 좋았고 둘째 줄에 ‘값을 싸게 해 주기도 하고’와 셋째 줄에 있는 ‘사게 되므로 값이 싸다’에서 ‘값이 싸다’도 ‘저렴(低廉)하다’가 아니라서 참 좋았습니다.

    다섯째 줄의 ‘종이 값’, 일곱째 줄의 ‘돈을 갚으면’, 여덟째 줄의 ‘간직해서’, 아홉째 줄에 있는 ‘꼭 맞게 하여 둔다’도 쉬운 토박이말이라서 좋았습니다. ‘지가(紙價)’, ‘상환(償還)’, ‘보관(保管)해서’, ‘일치(一致)시켜 둔다’라는 말을 쓸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열째 줄에 있는 ‘청구서’의 뜻을 풀이하는 데 나온 ‘받을 돈을 밝히기 위해서’라는 말과 열둘째 줄에 ‘영수증’의 뜻을 풀이하는 데 나온 ‘돈을 받았다는’과 열다섯째 줄에 있는 ‘받은 날짜’, ‘받은 사람’도 모두 쉬운 말을 쓴 좋은 보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좋은 보기를 보고 새로 만드는 배움책도 쉬운 배움책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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