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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3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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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자산 기록 프로젝트- 마산어시장 알바들] (8) 마산수협 공판장

새벽을 여는 공판장, 싱싱한 생선만큼 생생한 삶의 현장
마산어시장 수산물 유통 시작
남성동 마산수협 공판장

  • 기사입력 : 2022-11-30 20: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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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시장의 ‘漁’. 어시장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생선들은 어떻게 시장에서 생겨날까요? 생선들을 산지에서 들여와 경매를 통해 어시장 곳곳으로 퍼뜨리는 심장과도 같은 곳이 있습니다. 어민들이 수협에 위탁한 수산물을 경매하는 ‘공판장(위판장)’입니다.

    각 공판장에는 수산물의 하역부터 분류와 경매 지원·보조를 담당하는 사람들, 항운노조원들이 근무하지요. 마산어시장과 운명공동체 관계인 마산수협이 관리하는 공판장은 세 곳인데요, 냉동수산물을 다루는 본소, 선어·활어를 취급하는 남성동, 활어를 경매하는 원전 공판장입니다.

    알바들은 남성동 공판장에서 일하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장화를 신고, 36년째 이곳에서 일하는 경남항운노동조합 직할활어반 김동서(60) 반장님 뒤를 따라갑니다. 약 2000개 어상자를 처리한 이날 누군가의 식탁에는 우리들의 손길이 닿은 생선이 오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오늘의 할일
    생선 종류·크기별로 나누기
    나무 어상자 나르기
    김장용 생새우 옮기기
    김동서 반장님 인생이야기 듣기

    마산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PD가 경남항운노조 직할활어반 김동서 반장과 함께 마산수협 공판장에서 수산물 하역과 분류를 마치고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마산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PD가 경남항운노조 직할활어반 김동서 반장과 함께 마산수협 공판장에서 수산물 하역과 분류를 마치고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어시장이 시작되는 곳

    03:00 “아이가, 아가씨들이 도울 수 있겠어요? 어려블(어려울) 건데.”

    한밤중인 마산수협 남성동 공판장. 사방이 뚫린 깜깜한 지붕 아래 이곳만 불이 환합니다. 알바들이 찾은 남성동 공판장은 지난밤에 갓 잡은 싱싱한 생선들을 옮겨오는 곳으로 물량에 따라 출근 시간이 달라집니다.

    “좀만 더 추버지면(추워지면) 대구가 엄청 들어오거든, 그 때 되면 새벽 1시에 작업을 시작하지. 일로 오보소(와 보세요).”

    03:21 선어들을 싣고 온 차량들이 속속 도착하고, 조합원들은 바삐 박스와 어망을 내립니다. 잡아온 생선들을 경매에 부칠 수 있도록, 기준이 되는 ‘나무 어상자’에 담아야 하거든요. 생선을 바닥에 쏟아부은 뒤 분류하는 것이 관건. 탱수(삼식이)와 잡어를 나누고, 뒤엉킨 쭈꾸미와 작은 문어, 한치와 작은 오징어, 갑오징어도 제 상자를 찾아줘야 합니다. 이곳에선 경남 연근해에서 잡힌 수산물들을 주로 경매하는데, 오늘은 전라도 신안 등지에서 잡은 새우들도 있습니다. 김장철이어서 김장에 넣을 작은 생새우들이 온 겁니다. 어상자 하나에 17만원(한 때 30만원까지 치솟았던)하는 몸값 비싼 아해들을 넣으면 김치가 시원하다네요. 알바 노하우가 물오른 아름PD는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때에 어상자를 날라 칭찬을 받았습니다. “판장 생긴 이래로 이런 알바들은 처음이다, 처음. 부르길 잘 했네!”

    김동서 반장(왼쪽)이 크리스마스 지팡이 같은 모양을 한 ‘요구’를 들고 경매를 보조하고 있다.
    김동서 반장(왼쪽)이 크리스마스 지팡이 같은 모양을 한 ‘요구’를 들고 경매를 보조하고 있다.

    04:20 “이거? ‘요구’다 요구. 갈고리 달린 지팡이지, 갈고리 걸어서 어상자도 한꺼번에 옮기고, 큰 생선들 푹푹 찍어 올리는 데도 쓰니까네(쓰니까) 이기(이것이) 우리한테는 숟가락이지 숟가락.”

    가장 바쁜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활어 상태로 오는 것들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대개 경매 직전 고기들을 내리기 시작하거든요. 이 때부터 김 반장님의 요구는 현란하게 움직입니다. 반장님의 요구는 다른 조합원과 달리 빨강 초록 테이프가 어슷하게 감겨 있어 크리스마스 마술 지팡이 분위기가 물씬 났습니다. 특별한 색 덕에 반장의 권위를 높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04:35“이건 호시 가자미, 저건 계피 가자미니까 구분해서 던져. 배를 뒤집어야 잘 보이지.”

    납작한 생김새에 미끄러운 피부를 가진 가자미는 잡는 것도 힘듭니다. 어상자 색과 비슷한 어두운 피부를 가진 생선들은 마릿수를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 하얀 배가 보이도록 담아야 하는데 당최 잡히지 않습니다. 다른 분들이 잘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특수 장갑에 있었네요. 표면에 오돌토돌한 돌기가 나 있어 미끄러운 생물들을 잡기 쉽답니다. 그새 요령을 익힌 아름PD는 장갑 없이 가자미를 너끈히 들어올립니다. 어시장 알바하기 전에는 미끄럽고 물컹한 생선을 만지지도 못했는데 말이지요.

    이 기자가 마산수협 공판장에서 경매 준비를 위해 나무 어상자를 옮기고 있다.
    이 기자가 마산수협 공판장에서 경매 준비를 위해 나무 어상자를 옮기고 있다.

    ◇줄어드는 나무 어상자들

    04:55 수십종이 넘는 수산물들이 어상자에 쌓여 있는 모습이 ‘진짜 어시장’을 실감케 하지만 예전보다 물량이 확연히 감소한 것이라 합니다. 마산수협은 기후 온난화(수온 상승)에 따른 바다 생태 변화, 연안 매립을 비롯한 각종 발전 사업으로 인한 연근해 산란지 감소로 어족량이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쓰이는 어상자 개수도 줄고, 결과적으로 위판액도 적어지게 됐고요. 처리한 어상자 개수에 따라 받은 대금을 1/n로 나누는 조합원들이다보니 여유로워진 위판장이 반갑지 않습니다.

    “5~6년 전보다 적어도 1/3 이상 줄었지. 예전에는 우리가 부산 다음으로 물량이 많았거든. 지금은 여수, 통영, 삼천포 이쪽으로 고기가 많이 난다카데.(난다고 하더라)”

    특히 나무 어상자는 빠르게 줄어드는 중입니다. 무겁고 잘 부러지는 데다 위생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돼며 플라스틱 어상자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인데요, 지난 6일 부산공동어시장은 오래 전부터 추진했던 플라스틱 어상자 사용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어상자를 공급 중인 박대년(65)씨는 “예전에는 하루에 1000개씩 나갔는데 요새 500~600개 선에 그친다”며 “지금 600원에 판매되는데 자재값이 올라 사실 가격도 올려야 할 판이다”고 말합니다.

    이 기자와 이 PD가 새우를 담기 위한 나무 어상자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
    이 기자와 이 PD가 새우를 담기 위한 나무 어상자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

    ◇‘요구 지팡이’의 지휘

    05:30‘딸랑딸랑’ 종소리가 경매 시작을 알립니다. 요새는 5시 10~20분 사이 열렸는데 오늘은 조금 늦게 시작했네요. 김장철 초빙 손님, 전라도 새우부터 진행됩니다. 경매사와 중매인, 선주들 모두 예민해지는 순간입니다. 어떤 물건이 좋고, 이윤을 남길 수 있을 만한지 촉을 세워야 하니까요. 이들 사이에서 경매를 지원하는 반장은 더 집중해야 합니다. 생선들을 직접 정리해 품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그가 요구로 하나하나 어상자를 짚으며 품목과 수량을 읊어줄 때마다 중매인들이 가격을 제시합니다.

    “내가 없으면 경매가 제대로 안 된대도. 우리가 고기들을 제일 잘 아니까 경매를 돕는 거지.”

    품목이 있는 곳으로 옮겨다니며 경매 중에 물건을 보느라 흩어진 중매인, 신선도가 높은 생선을 빨리 경매에 부치지 않는다고 화난 어민, 그 순간에도 하역을 위해 들어오는 물차들까지 신경쓰며 경매를 원활하게 진행시켜야 합니다. 소음 가득한 공판장 내에서 공지하고, 질서를 만들려니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 방도가 없다고 토로하네요.

    이 기자와 이 PD가 경매 준비를 위한 수산물 하역과 분류를 하고 있다.
    이 기자와 이 PD가 경매 준비를 위한 수산물 하역과 분류를 하고 있다.

    ◇대를 이어 운명으로

    08:55 반장님이 요구를 쥐게 된 건 1987년. 아버지가 하던 이 일을 이을 때부터입니다. 어시장에 매일같이 나오며 공판장의 변화를 목격하고 체감하는 사람이지요. 지금의 매립지 위 공판장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현재 오동동 경남복집 즈음에 바다에 떠 있는 형태였답니다.

    “예전에는 물차도 없어 배로 많이 싣고 왔지. 얼음을 채워서 빙장 상태로 왔거든. 컨베이어 벨트고 이런 게 없으니까 통나무 같은 걸 배에 대고 미끄럼틀로 사용해 내렸어. 미끄럽지 않아서 잘 안 내려가면 얼음을 하나 공가가지고 쫙 밀면은 잘 내려오거든.”

    밤낮이 바뀌어 토끼잠을 자고, 요구로 물건을 찍어 나르다보니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 부상을 달고 살지만 그래도 매일 만나는 수산물이 다르고 일이 생동감 있어 질리지 않는답니다.

    “깊이 못 자는 거 이게 젊을 때부터 그리 힘들대. 그래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거지. 긍정적으로, 일 많으면 짜증도 나고 싫지만 또 물량이 많이 들면 돈을 벌잖아. 스트레스 하루하루 받지만 나는 마음 비안 지(비운 지) 오래 됐어. 내가 하루에도 몇 번 속으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고 삭히지. 싸우려면 끝이 없어.”


    ▶지역자산기록 보고

    성신대제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8호)

    성신대제./경남신문DB/
    성신대제./경남신문DB/

    ‘고기가 많이 잡히길, 항해 나간 이들이 안전하길’

    마산어시장이 생겼을 때부터 사람들이 바랐던 것이겠지요. 이곳 사람들은 조선 중엽부터 260년간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 일상의 고달픔을 풀어내기 위해 ‘성신대제’를 지내왔습니다. 매년 음력 3월 28일 기제를 지내다 10년마다 열리는 대제 때는 선주와 어장주, 시장상인들까지 앞다투어 생선을 바치며 제를 지내는 데 적극 동참하고 지역민들의 민속놀이가 벌어졌다고 해요. 뜻있는 수협중매인조합의 후원으로 마산경제의 중심지가 마산어시장이었던 1970년대 초반까지도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제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공간적·경제적 확장과 공동체 의식의 변화 등으로 마산어시장도 포괄하지 못한 채 마산수협 본소 제사 정도로 치부돼 왔습니다. 최근 어시장을 벗어나 공개행사가 열리고 있는 성신대제, 마산어시장의 역사와 특성을 담은 재미난 축제로 거듭나길 바라봅니다.

    글= 이슬기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알려왔습니다= 지난 24일 [마산어시장 알바들](7)편 지역자산기록 보고에 게재한 그림은 이강용 화백의 ‘홍콩빠(2018·혼합재료)’ 작품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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