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크기·상륙 지점 ‘매미’와 유사
상인들 침수 될까 모래주머니 쌓고
농민들 물꼬 트고 지지대 설치
어민들 어선 옮기며 ‘노심초사’
“2003년 추석 연휴 피해 생생
태풍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
추석을 앞두고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도내 전통시장 상인들과 지역 농어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태풍의 크기와 상륙 지점이 경남에 큰 상처를 남긴 태풍 ‘매미’와 유사하면서 혹여나 당시 피해가 재연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동읍의 한 과수원에서 농민이 조생종 태추단감을 수확하고 있다./김승권 기자/◇전통시장= 5일 오전 도내 최대 규모 전통시장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이곳 상인 여럿이 모래주머니를 각 건물 입구에 쌓고, 유리창 파손을 막기 위한 테이프 고정 작업이 한창이다. 30년 넘게 과일 장사를 한 최은심(60·여)씨는 “태풍 매미 때 건물이 잠길 정도로 물이 찼는데 그것보다 큰 태풍이라니 걱정이 크다”며 “추석 대목이라 평소보다 물건을 세 배 넘게 떼 왔는데 만약 물에 잠기면 다 망한다”고 불안해했다.
마산어시장 상인들은 태풍의 ‘악몽’이 생생하다. 2003년 추석 무렵 ‘매미’로 인해 시장이 침수되면서 큰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했고, 2013년 ‘차바’ 때도 물난리를 겪어서다. 가게 내부 전선들을 정리하던 이상근(52)씨는 “매미 때 가게가 잠긴 적이 있어 혹여나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질까 걱정된다”며 “큰 태풍을 막기에는 일반 상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횟집 상인 정모(72)씨는 “정부에서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어떻게 집에만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오늘 오전까지만 장사하고, 오후부터 수족관하고 식당 안에 물이 안 들어가게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창원시 의창구 명서전통시장 역시 추석 대목 분위기보다 태풍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다. 이곳 시장에는 아케이드(지붕)가 설치돼 있지만, 지대가 낮은 탓에 폭우 시 침수 피해가 종종 발생한 바 있다. 채소 가판대 장사를 하고 있는 이호순(70)씨는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예전만큼 지갑도 잘 안 열리는 것 같다. 장사도 장사지만 비가 많이 오면 여기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오늘 장사를 끝내고 물건을 다 치울 수 없으니 가판대를 물건과 같이 덮어두고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기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건어물·제수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영숙(56)씨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제사가 많이 줄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도 많이 올라 장사가 예년만큼 안 된다”며 “추석 대목이라고 떼 온 물건을 다 팔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가게 침수 없이 태풍이 비껴가기만 바랄 뿐이다”고 속내를 전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 속천항에서 한 어민이 대피한 어선을 살펴보고 있다./김승권 기자/◇지역 농·어민= 지역 농민들도 태풍 상륙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과와 배 등 과일의 경우, 조생종은 수확을 끝냈지만 중생종이나 만생종의 경우 아직 수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낙과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진주시 문산읍에서 배 농사를 짓는 정성효(67)씨는 “낙과를 막기 위해 가지 묶음이나 나무 고정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자칫 거센 바람에 오히려 나무가 부러질 수도 있어 이래저래 걱정이다”며 “아직 익지도 않은 걸 딸 수도 없고. 그냥 비켜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고 했다. 거창 주상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신모(60)씨도 “이번 태풍이 역대급이라고 해 피해를 막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면서 “잦은 비에 당도가 걱정되는데, 낙과 피해 없이 비켜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단감 농가 역시 지지대를 설치하는 등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일부 농가들은 태풍이 오기 전 수확을 진행하기도 했다. 창원 북면에서 단감농사를 짓는 김모(54)씨는 “아직 과수가 크지 않아 낙과 피해는 덜하겠지만, 강한 바람에 잎이 많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단감은 잎이 떨어지는 양에 비례해 광합성 작용이 줄어들면서 생육에 지장이 오고, 당도도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벼농가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삭 침수에 대비해 농민들은 물꼬를 트는 작업을 하며 태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논농사의 경우 물이 빠지지 않고 벼가 젖은 채로 있으면 병해충은 물론, 수확할 때 제대로 된 쌀이 나오지 않거나 이삭에서 싹이 나는 ‘수발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날 낮 무렵부터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항은 피항을 온 배들로 가득했다. 어민들은 비가 몰아치는데도 배수로에 이물질을 퍼내고, 에어컨 실외기를 끈으로 묶는 등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영효 주도마을 어촌계장은 “지금 인근 어선들이 모두 피항을 온 상태다. 대부분 어민이 태풍 매미 때 진동 들판으로 어선들이 떠내려 간 아픈 경험이 있어 같은 피해를 겪지 않기 위해 빈틈없이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3면
김정민·김재경·어태희, 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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