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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헌정질서 위기와 3·15부정선거 망령-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2-03-13 20: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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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 투표하는 그날 현장에 나도 있었다. 좀 이상했지만, 예외적인 코로나 사태 속에서 그럴 수 있나 여겼다. 그러나 귀가하면서 생각해 보니, 아! 이건 심각한 문제였다. 직접 유권자 명부 확인도 못했고, 투표지는 사무원을 통해서 대리 수령하고, 참관인도 없었다. 별도 투표소에서 기표하고, 사무원이 투표지를 받아서 비닐봉지에 담아서 대신 투표함에 넣는다고 받아갔다. 기막힌 일들이다. 방대한 조항의 공직선거법을 검색해서 들여다보니 불법·탈법 투성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동네 현동만이 아니라 경남을 포함하여 전국적 상황이고, 21세기 민주국가에서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소쿠리 투표’했다고 난리다.

    미리 잡힌 선거 일정에다가 코로나는 3년째니, 얼마든지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하고도 ‘중대 실수’라고 사과하고 넘어갈 일인가? 사전 투표 이전에 전국의 지방 선관위들이 ‘이런 선거 관리 지침은 불법 소지가 많다. 혼잡한 오후 5~6시에 확진자들 투표를 별도로, 동시에 할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 투표가 끝나는 6시 이후에 일반인 투표소에서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묵살됐다고 한다. 중앙선관위가 부정한 의도를 갖고 일을 진행했다는 강한 의심을 자초한 대목이다.

    사실은 ‘촛불혁명 정부’를 자칭하는 문재인정부 등장부터 부정 선거 논란은 선거마다 계속되어 왔다. 여론 조작 ‘드루킹 사건’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수감으로 귀결되었다. 이후 울산시장 선거를 비롯하여 지방선거 부정 의혹은 아직도 ‘늑장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다. 지난 총선도 ‘3·15부정선거 이후 최악의 부정 선거’라는 비판의 소리도 나왔고, 해외에서 학술적 논란까지 있었다. 야권의 한 유명 인사는 민주당의 당직자 이 모씨가 그 주범이라는 주장까지 공공연히 하고 있다. 최근에 집권 세력은 문대통령 캠프 출신 조 아무개를 연임시키려다가 지역 선관위 종사자들이 대거 반대했고, 결국 그 당사자는 뜻을 접었다. 도대체 중앙선관위가 무슨 짓을 했길래,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국 지역선관위의 이런 거대한 반란이 일어났다는 말인가? 이런 가운데서 바로 이번 대선의 전국적 부실 선거, 후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엉망진창의 부정 의혹 선거가 백주 대낮에 전국적으로 버젓이 자행된 것이다. 주권 재민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나라에 시민적 상식이 살아 있다면 이런 일이 5년 내내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고, 사후에라도 그 진상이 드러나 재발 방지책이 나왔을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인 것이 보수 야당이었다. 야권 성향의 유명 유튜브들은 물론 전직 당 대표까지 끈질기게 부정 선거 ‘증거’를 폭로해 오고 있지만, 논란만 계속되고 몇 년이 지나도 아무런 명쾌한 결론을 국민 앞에 제시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강한 부정선거 의혹을 가지면서도 겨우 한 일은 정부·여당의 부정 선거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전 투표를 해야 한다. 아니다 당일 본투표를 해야 한다’ 이런 엇갈린 주장으로 국민들을 혼란에 몰아넣는 것이었다. 이러니 보수 진영 일각에서도 ‘보수나 진보나 썩어 문드러진 건 마찬가지’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K-민주주의’를 자랑하던 이 나라에서 앞으로도 1950년대에나 있었던 온갖 부정선거 우려에 전전긍긍해야 하나? 부정선거는 헌정파괴 중범죄일 뿐,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다행히 대선 직후 문재인정부 하에서, 아마도 사상 처음으로 대법관인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수사 대상이 되었다. 중앙선관위뿐만 아니라 역대 부실·부정 선거를 기획한 것으로 의심되는 세력들을 철저히 조사·단죄하여 공정 선거의 시스템과 헌정 질서를 온전히 바로 세우지 않으면 이 나라 미래가 암울하다.

    내일은 62주년 3·15의거 국가기념일이다. 마산에서 김용실, 김주열 등 고교생들과 구두닦이 오승원 등 12명이 민주 재단에 피 흘리며 쓰러져 ‘민주주의의 순교자’가 된 그날이다. 전 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놀라운 눈으로 주시했던 전쟁 폐허 속의 ‘4월 혁명 진원지’에 ‘3·15의거 정신’은 살아 있는가, 죽었는가?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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