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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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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공약-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회장)

  • 기사입력 : 2022-02-20 20: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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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니 하루에도 수많은 공약이 쏟아진다. 공약이 구체적으로 다듬어서 국가나 국민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언론에 어떻게 노출되는가가 가장 중요해 보인다. 모 후보의 탈모 치료 급여화가 대표적이다. 우선순위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반론이 많지만,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후보는 ‘여가부 해체’라는 설명 없는 공약으로 어느 정도 관심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문 케어’라는 보건 의료에 중요한 공약을 내세웠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 보이지만 실손보험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걸 보면 애초의 목표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정부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닌데 대선 공약으로 인기 상품이 되고 당선 후 쉽게 현실화되는 경향이 있다.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보수적으로 운영해도 미래가 상당히 걱정되고, 보험료 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차별적이다. 즉 적게 내는 사람과 많이 내는 사람의 혜택은 같은데 보험료 차이가 368배로 다른 선진국보다 매우 크다. 필수 의료에 집중하는 재정 운영이 아쉽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재정을 고려하면서 더 필요한 쪽으로 재정을 투입하고 미래도 대비해야 하는데 대통령 선거 때마다 눈 끌기 용으로 단골 이슈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공약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분법, 친북 친일 친미 친중 논쟁, 젠더 갈등, 지역 갈등 등 득표에 도움이 되면 갈등을 일부러 만드는 경향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대립이 존재하는데 정치 지도자, 특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니 극히 유감이다. 여러 가지 고발제도가 사회 투명성에 얼마만 한 기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상호 불신이라는 부작용이 있는 건 확실하니 조금씩 줄여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인성은 봐야 되지만 너무 도덕적 관점에서 서로 비난은 자제했으면 한다. 정치를 하는 동료 의식은 상호 간에 전혀 없는 것인지 항상 궁금하다. 책에서 보니 미국도 점점 정치하는 사람들끼리 동료 의식이 사라져 적대감을 키우고 있고 반대당 의원과 다정하게 얘기라도 하면 눈총 받는다 하니…. 공약 중 철학에 관한 논쟁을 치열하게 했으면 한다. 정부가 개인이나 기업에 어디까지 관여를 해야 되는지, 백신을 강제화 하는 게 필요한지, 종교의 자유와 다른 헌법적 가치가 충돌 시 어떻게 할 건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건지 등등.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쟁이 아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공공영역에 적용되는 도덕 원리는 공리주의여야 마땅하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다. 물론 몇 가지 더 근원적인 원칙도 있는데 모든 이의 평등, 자유, 그리고 최소한의 인간적 삶의 보장이 그 원칙이다. 하지만 누가 사회적으로 불우하다 해서 측은지심을 일으킨다 해서 전체 사회 복리에는 마이너스가 되는 정책을 해서는 안된다. 공약은 해 줄 수 있는 것, 해 줄 수 없는 것,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잘 구별해야 한다. 젊은 층이 스윙보터가 되니 이번 선거는 2030 잡기가 화두가 되어 있지만 OECD 최고의 노인 빈곤율, 노인 취업률, 그리고 노인 자살률이 암시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우리 사회에 가장 부족한 게 이런 점이 아닐까? 우리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들이니 그런 모습으로 사회 분열을 봉합하는 기회로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만약에 치열한 경쟁 끝에 어느 분이 대통령이 되면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공약 중 해야 될 것, 해서는 안될 것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선거 때의 공약은 말의 잔치이다. 이걸 꼭 지켜야 된다는 강박을 버리고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기 바란다. 물론 국민들도 그런 고충을 이해하고 지지해주어야 할 것이다.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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