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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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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내 도끼는 믿을 만한가- 김일태(시인)

  • 기사입력 : 2022-01-04 20: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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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경제가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로 전환하여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60~70년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던 정신은 ‘빨리빨리’와 ‘안 되면 되게 하라’였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압박하던 이 두 가지 구호는 ‘코리안 타임’으로 상징되던 한국인들의 이미지를 한 세대 만에 바꾸며 한국인들의 급한 성미와 불굴의 의지,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고 쓰는 말이 ‘빨리빨리’라는 인식까지 생겨났다. 어쨌건 이러한 문화는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IT 강국으로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물질적 급성장은 정신적 피폐를 낳았다. ‘빨리빨리’가 조바심으로 이어지고, 정확성보다 신속성이 우선 시 되면서 부실 공사와 각종 대형 사고로, 또 노동력의 착취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 균열이 생겨났다. 그렇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연일 터지는 사건 사고 소식에 그 당시 우리 국민 개개인의 유일한 위안은 ‘오늘도 무사히’였다. 60~70년대 우리 가정의 잘 보이는 벽면에는 하얀 원피스 차림의 천사 같은 어린 소녀가 촛불 앞에 다소곳이 꿇어앉아 두 손을 모으고 있는 그림과 함께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이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산업 현장에서 힘든 노동을 하는 분들은 이 그림을 달아두고 가족을 생각하며 안전 의식을 다잡기도 했다.

    이러한 삶의 풍광은 민주화 운동의 성공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 힘입어, 이른바 패스트 문화가 슬로 문화로 전환됐다. 한 세대 동안 우리를 지배했던 ‘불도저와 선동의 시대’가 ‘지식 정보화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그런데 두 세대 전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던 ‘오늘도 무사히’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위안과 도전의 정신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최근 몇 년을 뒤돌아보면 정말로 무사했던 날이 몇 날이나 될까 싶다. 2년간 세계 인류의 평범한 일상마저 송두리째 빼앗아 간 코로나 여파도 컸지만, 각종 사건·사고와 불미스러운 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아 모두 지나간 날의 힘들고 불미스러운 일들은 덮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희망으로 한 해를 살자고 덕담을 한다. 그러나 어쩌랴. 새로운 희망은 지난날의 잘잘못을 무조건 덮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자성과 변화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새해 벽두부터 실로 엄청난 위협의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변이 종과 함께 국제적으로 정치 경제적 여건과 기후변화 등 우리가 슬기롭게 넘어야 할 요인들과 직면해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우리는 예단하고 회피할 핑계를 찾기보다 시도와 수정을 반복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안 되면 되게’하는 긍정적 사고와 역 발상의 지혜로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에게 불안을 안겨주는 요소들의 근원지를 추적해 들어가면 결국 우리들의 안위와 행복을 이끌어 달라고 권한을 위임한 정치권이다.

    당장 두 달 후에는 나라의 운명을 책임질 대통령을, 이어서 6월에는 지역의 살림꾼을 뽑아야 한다. 어느 시기이든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없었지만, 이번 선거는 나라가 어려울 때라서 정말 제대로 일꾼을 뽑아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금 어떤 도끼를 선택해도 나중에 발등 찍힐 것 같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과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갈 건지 국정 철학도 없고 방향과 목적지도 애매한 공약으로 무조건 자기만 따르라고 하는 후보들에게 현혹돼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잘못 선택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면 우리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또다시 몇 년을 아픈 발등 싸쥐고 ‘오늘도 무사하기’를 빌며 분노의 가슴앓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믿었던 도끼를 탓하며 욕하고 손가락질해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찍힐 곳에 발을 둔 내 책임이 큰데. 우선은 언행에서 불안감과 의구심이 드는 이는 배제하자. 코로나와 경제난으로 거친 여정에 상처받고 있는 이들을 보듬지 않고 무리 지어 떼쓰는 이들에게 치우쳐 약하고 옳은 편을 외면하는 이, 선거 전에는 국민을 상전처럼 모실 것처럼 굴어도 권력을 잡으면 달라질 것 같은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줄 모르고 나의 이익이 모두의 이익인 줄 호도하는 이는 분명히 발등을 찍을 도끼이다.

    김일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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