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경남시론] 정치판의 모욕 해석법- 김대군(경상국립대 윤리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11-02 20:21:26
  •   

  • 대선 경선 과정을 보면서 정치가들의 모욕 주고받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저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두 번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데도 다들 멀쩡하다. 마치 대선 경선이 상대방에게 모욕주기나 되는 것처럼 모욕 주기에 여념이 없다. 캠프를 만들어서까지 모욕 거리를 찾아서 쏟아내는 것이 경선 과정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치인들의 모욕 주기는 극으로 치닫고 있다. 내상을 입을 법도 한데 거뜬한 정치가들을 보면서 모욕 주기가 아니라 모욕을 이겨내는 노하우를 이참에 배우고 가자는 생각이 든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모욕은 모욕감을 주고 피해를 남긴다. 모욕성 글, 말, 영상들로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등져 숨기도 하고, 삶을 내려놓고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인터넷시대가 되면서 모욕성 언사들은 전파 속도도 빠르고 널리 퍼져서 인격을 추스를 새도 없이 파괴적으로 내몬다. 형법에서는 이유 없이 인격 가치에 가해지는 모욕성 공격에 방어할 수 있도록 모욕죄(제311조) 조항을 두고 있다. 법률가들은 인격의 사회적 가치를 저하시키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할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구체적 사실이 아닌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경우에는 모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법에 의해 모욕죄의 처벌로 질서를 잡는 것도 모욕적 상황을 벗어나는 방편이 되긴 하지만 모욕감을 벗어나는 노하우를 찾고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알고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모욕감의 굴레 속에서 불편함과 불쾌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욕을 피해로 생각하여 모욕감을 키워서 불필요한 고통을 받기도 한다. 피해와 모욕의 관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버스에서 서서 가는데 급정거로 앞사람이 뒷사람의 발가락을 밟아 상처가 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뒷사람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앞사람이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고 뒷사람이 사과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피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피해는 객관적인 것으로 뒷사람의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모욕은 앞사람에 의해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뒷사람의 주관에 의해 있고 없고 가 결정된다.

    모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어서 모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욕으로 받아들여서 피해로 연결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학교폭력이나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폭력에서 알 수 있듯이 모욕은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뿐만 아니라 피해로도 여겨져서 보복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유형의 폭력도 그 원인을 한마디로 줄이면 ‘너는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욕 또는 모욕 아닌 것조차 모욕으로 받아들여지고 피해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모욕이 반복되면 그 모든 모욕을 생각만으로 떨쳐내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모욕 주기도, 폭력으로 되돌려주기도 모두 정당화되지 않는다. 다만 여기선 모욕을 떨쳐내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세상살이에서 분노를 일으키는 수많은 모욕적인 상황들을 마주친다. 이때 피해와 모욕을 구분할 수 있다면 나 또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욕적인 상황들을 피하기가 훨씬 쉬울 수 있다. 인격체로서 부여받은 인간의 존엄성은 모욕에 의해 손상되지 않는다. 일례로 욕설에 의해 나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가치는 오로지 나 자신에 의해 떨어지는 것이다. 모욕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욕도 없고 피해도 없다. 우리는 인간이고 모욕감을 느끼지만 모욕 다루기는 자기 철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모욕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을 정치판의 모욕에서 벤치마킹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은 모욕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허허 웃고 있는 ‘모욕 튕겨내기의 달인’이 되어 있지 않은가.

    김대군(경상국립대 윤리교육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