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열린 2017년 경남창업벤처포럼 및 우수IR기업 투자상담회./경남신문DB/
도내 스타트업 기업이 겪고 있는 자금난 해결의 창구역할을 할 엔젤투자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창업 후 성장기반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 기업은 은행 등 금융권에서 자금조달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술력이 있어도 담보 없이는 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벤처캐피털에 손을 내밀어도 유망기업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외면받는다. 현재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은 대부분 부모나 주변 친인척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일정시점이 지나면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결국 스타트업 기업이 현실적으로 자금을 꾸준히 지원받기 위해선 개인투자자(엔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창업이 활성화된 미국, 이스라엘 등 선진국의 경우 스타트업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의 대부분을 엔젤로부터 유치받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구글, 테슬라, 시스코, 유튜브, 야후, 인스타그램 등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대부분 창업 후 초기단계에서 엔젤투자의 도움을 받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들이다. 현재 미국에서 대학창업의 요람으로 손꼽히는 스탠포드 대학 출신들이 4만여개의 기업을 창업할 수 있었던 것도 엔젤투자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필요= 엔젤투자협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엔젤투자는 92%인 반면 한국은 2%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국내에선 창업과 스타트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자금기반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국내의 경우 그나마 서울에서는 엔젤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지방은 더욱 열악하다. 실제로 국내 엔젤투자클럽 187여개 중 대부분이 서울이 있고 경남 8개 등 지방에는 57개에 불과하다.
이문기 인제엔젤클럽장 등 지역 창업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성공한 기업가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창원의 경우도 김찬모(경남청년창업석세스코칭협회장) 부경 대표이사와 양재부(창원대엔젤클럽장) 신스윈 대표이사 등 몇몇 기업인들이 2~3년 전부터 기업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멘토링을 겸한 엔젤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찬모 대표는 지난 2014년 5월 창조엔젤투자클럽을 결성해 (주)플라즈마코리아 등 7개 기업에 25억원가량의 투자(매칭펀드 포함)를 성사시켰고, 스타트업기업 2개 업체를 부경의 창원 천선동 공장에 입주시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양재부 대표는 이노비즈협회 경남지회가 벤처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2015년 8월 GNI엔젤클럽의 결성 시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클럽장을 맡아오다가 지난 4월 결성된 창원대엔젤투자클럽의 초대 클럽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고 지역의 중소·중견기업의 대표들과 사회지도층의 참여는 미미한 실정이다.
또한 창원산단 내 대기업들도 지역의 신산업 육성과 지역사회에 이익환원 차원에서 펀드를 조성해 신생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인적·물적 자산들을 활용해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면 판로나 기술지원 등 많은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세제혜택 차별화해야=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2015년부터 엔젤투자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해 소득공제 혜택을 대폭 늘렸다. 2015년부터 개인이 1500만원 이하로 투자에 나설 경우 소득공제 혜택이 이전보다 두 배 늘어 100%에 달한다.
소득공제 기업 대상도 이전 벤처기업에서 지난해부터는 직전연도 연구개발(R&D) 지출액이 3000만원 이상인 창업초기 기업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 같은 세제혜택 등의 효과로 지난해 말 기준 전국적으로 엔젤투자 실적이 총 2126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소벤처기업부는 밝혔다. 엔젤투자금액이 2000억원대에 달한 것은 지난 1차 벤처투자 버블이 꺼진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중기부가 집계한 엔젤투자자는 지난해 3984명(1749억원)으로 전년 보다 59.5% 급증했다. 특히 투자규모별로 보면 소액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투자금액이 1500만원 미만의 경우 997명에서 1년 만에 2054명으로 106.0%나 늘었다. 1억원 이상 역시 56.0% 증가했고 1500만~5000만원 구간 역시 26.4%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 위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 소재 벤처기업에 대한 엔젤투자의 경우 소득공제 혜택을 현재 15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확대하는 등 차별화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엔젤 교육 활성화해야=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7월 초 한국엔젤투자협회를 통해 지방에서 처음으로 부산(20명)과 광주(13명)에서 전문엔젤투자자 교육을 실시해 지역엔젤 육성에 대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 같은 교육이 지방에서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시행과 함께 중소기업융합경남연합회, 경남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경남지회 등 경남지역 경제단체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실제 투자가 가능한 여력이 있는 중소·중견기업 대표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갖고 참여하면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기타= 경남지역 엔젤들의 투자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의 K-스타트업처럼 경남지역 스타트업기업과 엔젤투자자들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 각종 정보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테면 스타트업 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의 기업정보를 올려 놓아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종 요건이 충족되면 외국처럼 수시로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지금처럼 주식지분만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시제품 구입 등 펀딩 방법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