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7일 (금)
전체메뉴

[생활속의 풍수지리] 집터 잡기

  • 기사입력 : 2010-11-19 00:00:00
  •   
  • 집터를 고를 때 필히 참고로 할 사항 중에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언급하는 복거사요(卜居四要)를 들 수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무릇 살터를 잡는 데에는 첫째, 지리가 으뜸이고 다음으로 생리(生利)가 좋아야 하며 다음으로 인심이 좋아야 하고 다음으로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

    ‘지리’는 먼저 수구를 보고 다음에 들판의 형세를 보며, 다음에 산의 모양을 보고, 다음에 흙의 빛깔을 본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수리(水理·水脈)를 보고 다음에 조산과 조수를 본다.

    그다음의 ‘생리’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미 바람을 들이마시거나 이슬을 마시며 살 수 없게 되었고 갓을 입고 털로 몸을 가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사람은 입고 먹는 일에 종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위로는 조상과 부모를 공양하고 아래로는 처자와 노비를 길러야 하니 재물을 경영하여 넓히지 않을 수가 없다.

    그다음의 ‘인심’은 풍속이 올바른 곳을 가리지 않으면 자신에게 해로울 뿐만 아니라, 자손들도 반드시 나쁜 물이 들어서 그르치게 될 염려가 있다. 그러므로 살터를 잡을 때는 그 지방의 풍속을 살피지 않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산수’는 정신을 즐겁게 하고 감정을 화창하게 한다. 사는 곳에 산수가 없으면 사람을 촌스럽게 만든다.

    필자는 위의 사항들 중에서 ‘지리’에 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지리에서 수구(水口)는 기가 드나드는 출입구의 역할을 하는데 넓게는 물이 나가고 들어오는 곳이며 좁게는 대문을 말한다.

    물이 나가는 형상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 나가는 것이 보이면 재산이 모조리 빠져나간다고 하여 흉하게 보며(穴前水直走千財散而一朝·혈전수직주천재산이일조: 혈 앞에 물이 직접 나가면 하루아침에 천만금 재산이 흩어진다), 집은 작은데 대문이 크다면 집터의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가기 때문에 매우 흉하며 가난을 면할 길이 없다.

    그러나 집이 적당하면서 대문이 작은 것은 오히려 길하다고 본다.

    이 모든 것은 기(氣)의 드나드는 이치를 알면 이해가 될 것이다. 또한 들판의 형세는 집터가 얼마만큼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을 가졌는가에 따라서 너무 커도 흉하며 너무 작아도 흉하다.

    물이 재물이라 해서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많은 강물이 보인다거나 망망대해가 보이는 것은 오히려 재물이 흩어지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흉하게 본다.

    그리고 산의 모양은 반드시 집터를 거부하지 않는 형상을 취해야 하며 주변의 사신사(四神砂: 左靑龍.右白虎.前朱雀.後玄武)의 국세가 아름답고 유정(有情)해야 한다.

    풍수에서는 음택과 양택 모두 흙의 색깔과 토질을 중요시 여긴다. 흙의 색깔은 양명해야 하며 오색토(다섯 종류의 색이 어우러진 흙)를 길하게 보며 토질은 비석비토(非石非土)라 하여 돌도 아니고 흙도 아닐 정도로 단단하지만 힘을 줘서 깨트리면 밀가루처럼 고운 입자로 되는 흙이면 길하게 본다.

    그렇지만 박환(剝換·돌이 흙으로 변하여 바뀜)이 잘 되지 않은 터는 토질이 약해서 짐승이 쉽게 파헤칠 수가 있으며 물이 쉽게 스며들 수도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

    堅土人强, 弱土人柔(견토인강, 약토인유: 터가 강하면 후손이 강하고, 터가 약하면 후손이 유하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집터를 고를 때에도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와 주의를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집에는 정신이 있다”고 한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말은 집의 신비한 작용력을 강조한 것인데 실제 집안 곳곳이 기운의 흉한 곳과 길한 곳, 센 곳과 약한 곳이 있어서 거주자의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으며 그로 인해 하고 있는 일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재민(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