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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옴부즈맨 칼럼] 또 한 해를 보내며- 김상수 경남신문 옴부즈맨

  • 기사입력 : 2009-12-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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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이 끝난다.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면 느껴오는 일이지만 돌이켜 볼 때 올해 또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그래서 언제나 한 해를 보내고 마지막 달력 장을 떼어 내는 순간에는 여러 가지 감회가 교차하게 된다. 한 해의 못 다한 아쉬움 속에 묵은 해를 보내면서 새해 맞을 채비를 해야 할 무렵이다. 지난 4월부터 경남신문 옴부즈맨을 맡아 오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니 나름대로 정성껏 글은 썼으나 부족한 점이 허다함을 발견하게 된다. 일몰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무사히 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반성의 여지도 적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더해진다.

    연말이 되면 신문이나 방송은 어김없이 올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한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선정된 10대 뉴스를 보면 극단적 불신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에 관한 소식이 넘쳐난다. 한마디로 우울하고 칙칙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다. 사회적 갈등은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 엄청나게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 전반에 걸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많은 일을 겪으면서 힘겹고 험한 일이 많았던 한 해로 모두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신문 방송 등 미디어 매체에 있어 올해의 뉴스 아니 화두는 무엇이었던가. 굳이 현직 언론인들이 내세우지 않더라도 올해 최고의 현안은 방송법, 신문법 등 쟁점 미디어 관련 법안 개정이다. 사회적 논의의 장까지 넘어간 이 문제에 대해 사회 저변에 깔린 다양한 목소리를 접한 바 있다.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시장, 경쟁 논리와 맞물려 언론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양극화의 최대 피해자는 지역신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2009년은 신문업계에도 바람 잘 날 없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 한 해였다.

    이같이 일찍이 경험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지역신문의 과제와 활로에 대해 몇 가지 고민을 다시 하게 된다. 우선 지역의 여론시장이 무너지면 지역사회의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결과적으로 지역여론의 다양성을 해치면서 지역민이 지역 언론이라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관심이 사라질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여기에 시장 경쟁 논리하에 기업 대학 등 지역의 주요 부분들마저 무너져 가고 있는 총체적 부실현상도 지나칠 수 없다. 특히 할당된 지역 언론 시장을 놓고 서고 뺏고 뺏기는 제로섬(zero-sum)게임마저 진행될 것이다. 이런 외부적 환경으로 옥석을 가리지 못한 채 정말 지역민이 원하는 신문마저 위기에 직면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지역신문의 존재가 여기서 다한 것처럼 고개를 숙일 필요는 전혀 없다. 신문은 종이라는 매체를 통해 정보를 담아 내는 뉴스이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것은 종이라는 매체일 뿐이지 뉴스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론, 즉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것이 처방전이 될 것 같다. 좋은 신문의 요건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좋은 신문이란 오랫동안 외부의 압력에 대항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지켜온 과정에 함축돼 있다. 혹자는 언론사의 몸집에 비례해 용기와 표현의 자유가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한계점을 지나 비대해질 경우 권력의 눈치를 보는 타협적인 보도 관행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는 올곧은 자세를 감내해야만 한다.

    이제 새로운 매체와의 무한 경쟁 시대에 지역신문이 살 길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풀어가는 데 있다. 충격과 반전의 연속인 이 시대에 여전히 지역신문이 존립해야 할 근거는 유효하기 때문이다. ‘신문이 사랑 받아야 건강한 사회다’라는 명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이제 어수선한 세밑을 보내면서 지역신문을 살리는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지역신문 살리기는 지역민을 비롯하여 모두의 고민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하나의 원론적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김상수 경남신문 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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