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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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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옴부즈맨 칼럼] 24면 전체를 보여 주는 1면 사진을…- 김상수(경남신문 옴부즈맨)

  • 기사입력 : 2009-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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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년대 이후 신문의 증면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바뀌었다. 상당수의 독자들이 제목과 사진만 보고 관심 있는 기사만 추려 읽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특히 독자의 눈을 대신해 역사의 현장을 살펴보는 사진은 신문 제작의 방향을 크게 바꿔놓았다. 이제 신문의 지면은 시각적인 면까지 고려해 제작하다 보니 날이 갈수록 화려해지는 느낌이다.

    이 같은 상황은 신문의 차별화 전략으로 이어지면서 취재는 물론 지면 제작의 질적인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대표적인 시대적 변화 사례가 지면의 진화다. 모든 신문이 개성 창출이 신문의 활로라는 전제하에 섹션면이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종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지면을 구성한다. 일반 뉴스면에서는 차별성을 찾기가 어려우므로 각 매체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뉴스를 가공 배치하는 것이다. 여기에 보다 다양한 디자인적인 편집하에 취재 의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사진을 게재해 저마다의 색깔을 드러낸다.

    경남신문의 경우 주5일 근무를 고려해 목요일 자에는 레저 관련 기사를 담은 파격적인 지면이 제작된다. 가장 특화된 면의 하나인 ‘기찬 주말’을 비롯 ‘요리쿡 조리쿡’ 등의 지면에는 화려하다 못해 감각적인 사진을 활용한다. 이 지면은 사진을 통해 한눈에 기사의 요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독자의 시선을 끌면서 사진 속의 공간을 거쳐 본문 기사를 받아들이게 되는 형태도 취한다. 시원스런 사진 한 장이 독자들의 감정을 바꾸어 놓을 정도다.

    하지만 교육면과 건강면 두 지면에 게재되는 사진물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뉴스 자체에 접근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사진들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2~3개 면으로 제작되는 교육면에는 입시정보 등 각종 교육 관련 기사와 함께 학생들과 교사의 글 사진도 실린다. 학교생활과 관련한 기사의 경우 거의 엇비슷한 사진물이 눈에 거슬린다. 얼핏 사진만 보면 학교신문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다. 건강면도 마찬가지다. 대개가 건강과 관련된 정보 전달에 독자의 관심도가 떨어질 단순한 진료사진 일색이다. 결국 눈길이 가지 않는 사진으로 인해 본문기사에 대한 보편적인 흥미마저 잃게 된다.

    사진과 관련된 또 다른 지적은 1면 사진이다. 1면은 그 신문의 뉴스 판단력을 보여 준다. 그래서 1면 사진은 신문의 얼굴로 일반기사와 함께 매일 고민 속에서 채택해야만 한다. 사진 한 장으로 신문 제작의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경남신문에서 이 같은 고민 결과가 시원찮은 듯 가끔 그날 주요 뉴스의 무게감과 어긋나는 사진을 보게 된다. 특히 1면에 계절물 사진이 비교적 많이 게재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양한 독자층을 배려한 계절물 사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날 1면 사진 한 장이 24면 전체 뉴스의 역사성은 물론 신문의 정체성까지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덧붙여 경남신문에서 항시 아쉬운 점의 하나가 사진 설명이다. 사진 설명은 또 다른 기사이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전달하면서 기사 전체의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의외로 소홀히 다뤄지거나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번 같은 유형의 사진설명 또는 본문 기사를 그대로 베껴 놓은 듯한 내용이 게재될 경우 열독률이 크게 떨어진다. 한마디로 ‘판에 박은 듯한 기사’가 되기 십상이다. 사진 설명을 제대로 쓰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사에 담긴 시·공간을 잘 알아 소화해야 한다. 이 점을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된다.

    흔히 신문의 사진은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기 때문에 역사를 담는다고 한다. 과거의 기록이자 흔적이라는 의미로서 신문사진을 역사에 결부시킨 것이다. 여기서 신문사진은 과거에서 역사로 전환되는 모멘트(moment)인 시간과 함께 공간적 의미를 갖추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신문사진에 있어 순간을 포착하는 것보다 역사, 즉 진실을 내포(內包)해야 하는 과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상수 (경남신문 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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