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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옴부즈맨 칼럼] 신문언어는 어디까지 진화하나 - 김상수(경남신문 옴부즈맨)

  • 기사입력 : 2009-08-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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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박고대’, 이 말이 무어냐고 독자 여러분에게 물으면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친박연대’의 반대말이라고 하면 의미를 파악하리라 여겨진다. 명박고대는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에 고려대 교우회의 이명박 후보 지지에 빗대 생겨난 신조어다. 그 자체로 뉴스가 되는 신조어는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 들어온 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더욱이 인터넷의 온갖 정보와 맞물려 새로운 언어가 신문지면에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사담(私談)과 공론(公論)의 구별마저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90년대 말 이후 언어가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임을 보여주듯 신문에서도 신조어를 비롯하여 전문용어와 인터넷 언어 사용이 급속하게 늘어 왔다. 문제는 이렇게 수많은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우리말 어법에 어긋난 말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상당수의 급조된 신조어들이 미래지향적이기보다는 암울하고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부정적 어감을 보인다. 따라서 언어의 혼란스러움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계층별 의사소통의 단절, 세대 간의 이질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신조어로서 신문지면에 게재된 언어는 대개 짧은 유행을 탄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용하다 간혹 사전에 오르는 경우도 있으나 얼마 동안 시간이 지나면 거의 사라진다. 최근 3년간 크게 유행한 신조어를 붙여 만든 기사의 제목을 경남신문에서 검색해 보았다. 가장 많이 유행한 단어인 웰빙족 등 웰빙을 붙여 만든 제목이 40건에 달했고 몸짱(30건), 얼짱(13건) 막장(8건) 쌩얼(4건) 지름신(1건) 완소남(1건) 순이다. 이외 신조어는 유달리 정치적 언어로서 빛(?)을 발휘한다. 이는 상징성이 큰 만큼 사회적 메시지도 크기 때문이다. 근간 유행했던 ‘강부자’ ‘고소영’ ‘강금실’ 등에서 보듯이 정치적 신조어는 우리 사회의 세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이 급변 다양화되면서 새로운 언어가 만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금 추세라면 향후 10여년 동안 수만 개의 신조어가 만들어질 것 같다. 신조어는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척도여서 나쁜 것만으로 볼 수 없지만 ‘잡종 언어’라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시킨다. 특히 익명으로 넘쳐 나는 인터넷 글에서 글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가진 것은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어원의 훼손, 맞춤법 파괴 등은 제쳐놓고라도 또 다른 문제는 글에 정상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보거나 읽는 사람은 완전히 배제한 채 옳고 그름이 사라진 일방통행식의 글쓰기만이 난무할 뿐이다. 그 자리에 부정적 언어들이 퇴출되고 희망이 담긴 신조어들이 차지하길 바란다.

    현재 모든 신문은 종이신문(오프라인)으로 제공하는 뉴스를 매일 편집해서 자신들의 포털 사이트에 온라인으로 싣고 있다. 모든 뉴스는 자신의 사이트에 집결되고, 그곳에서 재가공·재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스의 취득 경로가 다양한 현실에서 신문과 방송은 저널리즘이라는 사회적 책임하에 이 문제를 고민하면서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경남신문은 2005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3년 4개월간 ‘우리말 소쿠리’라는 연재물을 실어 바른 언어 생활을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3년여에 걸쳐 ‘심강보의 논술탐험’이라는 연재물에서 올바른 글쓰기를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지역신문으론 드물게 주1회 교육면을 제작하고 있다. 이같이 오프라인을 통한 바른 언어생활 정립을 위한 시도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늘날 우리는 언어의 폭발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시류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신문 언어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오래전 고교생을 위한 문학 강연회에서 모국어의 소중함을 강조한 고은 시인의 지적이 생각난다. “언어는 인간의 시작이자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평생 안고 살아갈 운명이다.” 그의 말에서 오늘날 궁색해져 가는 신문 언어의 현장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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