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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창동에는 예술소극장이 있다-이서린(시인)

  • 기사입력 : 2009-05-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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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리는 사람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곳에는,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문종근 연출의 가 공연되는 창동예술소극장. 창동 메가라인영화관이었던 건물 지하에는 오늘도 영종도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로 가기 위해, 상처 받은 현실을 잊기 위해,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이 늦은 저녁,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서성이고 있다.

    마치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designtimesp=22695>처럼, 매일 저녁 영종도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꿈이란, 희망이란 이루어지지 않아도 꿈을 꾸는 동안 혹은 희망을 가지고 있는 동안 행복한 것. 하여, 연극을 보는 동안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나 역시, 언젠가는 달려올 버스를 기다리며 즐겁고 행복했다.

    소극장. 1980년대 마산에는 연극전용 소극장이 몇 군데 있었다. 터전 소극장, 마산극단소극장, 어린왕자, 우주공간, 극단 불씨촌 소극장 등. 80년대 말에 절정을 이룬 소극장은 마산 창동이 예술의 중심지임을 확고히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즐겨 찾은 ‘어린왕자’는 찻집이면서 소극장도 겸하고 있어 혼자, 혹은 친구들과 함께 커피도 마시고 연극도 즐긴 내 청춘의 한 장소였다. 남성동 우체국 맞은편이면서 성당 옆 골목에 위치했던 ‘어린왕자’ 1층은 마주앙이란 와인을 처음 맛본 술집이 있었고, 3층에는 ‘무아’라는 음악감상실이 있어서 내가 즐겨 숨던 장소였다. 추억이란 지나간 시절에 대한 아련한 슬픔이 깔려서일까,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촉촉해지는 것은.

    창동과 오동동에 있던 소극장들이 90년대 말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2000년도 들어서면서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극단 객석도 사라졌다. 그 후 작은 무대에서 배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무대는 볼 수가 없었다. 배우의 눈동자, 떨리는 목젖을 가까이 볼 수 있는, 말 그대로 아주 작은 극장들이 없어진 것이다. 하긴, 창동에서 사라진 것이 소극장뿐이겠는가.

    요즘 다시 창동을 살리자고, 이전의 창동 문화를 만들자고 많은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중의 하나로 올 4월 초에 창동예술소극장이 문을 열었다. 제2의 창동 소극장 시대가 개막되었다고들 한다. 마산시에서 공연비를 지원해 주고 마산예총이 책임을 맡고 이끌어 나가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각 장르의 공연들이 준비되어 있고 또 무대에 올려질 것이라 한다. 연극, 무용, 음악, 청소년문화제, 국악 등이 계속 공연될 것이다.

    힘든 환경 속에서 문을 연 창동예술소극장. 공연을 기획하고 창작하고 무대에 올리는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같이 힘을 합해야, 소극장이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소극장을 만들고 작품을 공연해도 관객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 시작인 마산의 예술인들에게 격려와 힘을 실어주기 위해선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찾아야만 한다. 영화관이 주는 재미도 있지만 공연예술이 주는 충만감은 직접 찾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배우가 던지는 대사에 맞장구도 쳐주고 박수도 치면서 함께 호흡하는 즐거움은 꽤 매력적이다.

    지금 창동예술소극장에는 마산 극단 객석과 무대의 상설공연이 올려지고 있다. 매일 저녁 배우들이 무대에서 열정을 쏟고 있다. 무대라고 특별히 따로, 또 높이 설치된 것이 아니라서 정말 바로 코앞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재미가 아주 크다. 1996년과 2008년, 연출한 작품이 전국 연극제에서 두 번이나 상을 받은 문종근 연출가의 작품을 보는 작은 행복을 기꺼이 누려 보시길 바란다. 기획, 제작비가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연극을 하는 이들에게, 당신들의 관심과 공연장을 찾는 발길은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 오늘 저녁, 혹은 내일이라도 창동 쪽으로 한 번 나들이 해보시면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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