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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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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 땅 순례 ② 녹차와 소리의 고장- 전남 보성

  • 기사입력 : 2005-05-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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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생명력 꿈틀대는 '마음의 고향'


        보성은 사계절 푸른 생명력을 품어내는 차밭과 구성진 소리의 고장이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 천년고찰 대원사로 가는 여정은 행복한 들과 산. 호수의 어울림이다.

        [벌교-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순천시와 벌교읍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진트재에서 내려다보이는 벌교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늑하고 포근하다. 보성 기행은 태백산맥의 무대를 찾아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벌교를 무대로 하는 소설 ‘태백산맥’은 현대사를 역사의 전면으로 끌어냈다. 이곳은 아직도 이념적으로 좌익과 우익이 대립하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진>벌교에 있는 홍교(왼쪽)와 현부자집.

        소설의 배경 무대를 찾아가는 길목에서 문화유산해설사 이경미(42·010-3915-0513)씨의 안내를 받았다. 소설 ‘태백산맥’이 문을 여는 장소는 제석산 아래 자리잡은 현부자네 제각(祭閣)이다. 현부자집 대문 2층 누각에 올라서니.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나카지마(中島)가 조선인 소작농들을 동원. 20리 벌교 포구를 따라 방죽을 쌓도록 해 조성한 중도들판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소설 속의 문학기행은 작가 조정래 생가를 거쳐 포구의 양안을 이어주는 소화다리로 이어진다. 염상구가 희한한 결투를 벌였던 철다리. 벌교의 이름이 비롯된 홍교. 서민영이 야학을 열었던 언덕 위의 회정리 돌담교회. 좌우로 첩첩 산줄기들이 뻗어 내려오다 문득 만들어낸 커다란 물 사발 같은 율어의 지세가 소설 속의 현실로 자리잡고 있다.

        [백민미술관. 대원사]
        걸쭉한 남도사투리가 묻어나는 벌교 장터를 떠나 국도 15번으로 들어서면 푸른 생명력의 기를 느끼게 하는 보리밭이 이어진다. 주암호가 내려다보이는 조각공원이 자리하고 있는 건너편에는 아직 단장이 채 끝나지 않은 서재필 선생 기념공원이 독립문의 모형과 함께 있다.

        주암호를 가르는 문덕교와 죽산철교를 지나면 작은 계곡을 따라 대원사로 이어지는 길에는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 터널을 이룬다. 대원사 가는 길목에 군립 백민미술관이 있다. 연건평 1천190㎡. 총 소장품 490점으로 백민(百民) 조규일(曺圭逸)선생이 자신의 작품과 소장하고 있던 국내외 유명화가의 회화작품 등 350여 점을 기증하고. 폐교된 초등학교를 미술관으로 수리하여 1992년 문을 열었다.

        백민미술관을 나오면 이내 산속에 숨어있는 대원사를 만나게 된다. 대원사는 백제 무령왕 3년(서기503년) 신라에 처음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에 의해 창건되었다. 절집은 근대에 이르러 민족의 비극인 여순 사태와 6·25를 지나면서 극락전과 석조물 몇 점만 남기고 모두 불타버리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자진국사 부도와 극락전만이 옛 정취를 말해주고 있다. 자진국사 부도는 방형 지대석 위에 팔엽의 복련이 덮여있으며. 그 밑에 팔각 원당형을 이룬 대석에 두 줄의 선각을 돌리고 있다.

        답사 길에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대원사 주지 현장 스님은 늘 현장에 있어서 법명이 현장이라고 하였다. 우리 회원들에게 자진국사부도를 안내하면서 연꽃을 엎어놓은 모양의 무늬는 복련이고. 꽃부리가 위로 향한 연꽃은 앙련이요. 그리고 대원사에는 새끼연. 가시연. 이연. 저연… 연이 있다고 하여 모두 웃었다.
        대원사를 더욱 보배롭게 하는 것은 티베트 박물관이다. 티베트의 정신 문화와 예술 세계를 소개하고 한국 불교와 영적인 교류를 촉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박물관은 티베트 사원 양식으로 건축되었고. 박물관 내부에는 현장 스님이 15년 전부터 모은. 600점이 넘는 티베트 미술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현부자네·소화다리 따라 '태백산맥' 숨결 흐르고

        불타버린 비운의 대원사엔 티베트 박물관

        차밭 가는 길목엔 오층석탑·석불좌상이 반기고… 

     

        [차밭으로 가는 길]
        대원사에서 보성 차밭으로 가는 길목 복내면 비봉산 자락에 봉천리오층석탑과 반석리석불좌상이 있다. 봉천리 오층석탑은 오동사 터에 서있는 탑으로. 2단의 기단(基壇) 위에 5층의 탑신(塔身)을 쌓아 올렸다. 기단은 아래층 기단이 너무 낮아 마치 바닥 돌처럼 보인다. 위층 기단의 남쪽 면에는 승려의 모습이 돋을새김 되어 있어 흥미롭다.

        반석리 석불좌상은 전체 높이 2.22m. 광배 너비 1.36m이다. 자연석을 배(舟)모양으로 다듬고 그 위에 불상을 새겼다. 둥글고 큰 얼굴은 엄숙하면서도 토속적인 인상을 풍기고 있으며. 머리 뒤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진 둥근 머리 광배가 있다. 보성 읍내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율포해수욕장 가는 방향으로 7km쯤 가면 활성산 봇재이고. 봇재를 중심으로 산비탈과 계곡으로 넓은 차밭이 펼쳐진다. 보성은 우리나라 녹찻잎의 90%를 생산하는 차의 주산지이다. 1939년에 차 재배의 적지를 찾아다니던 일본인들이 여기에서 발을 멈추었고. 해방 이후 보성 차밭은 12년간 방치되다가 개발되어 지금은 국내 녹차 소비가 많아져 공급이 수요를 못 따르고 있다. (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 회장)


        <여행 Tip>
        [맛집]
        1)청광 도예원(☏061-853-4125)= 문덕면 죽산리 449 대원사 가는 길 백민미술관 건너편에 있다. 한옥으로 된 도예원에서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다. 차뿐만 아니라 녹차항아리수제비(6천원). 제육볶음 정식(6천원)도 먹을 수 있다. 싱싱한 채소와 군고구마까지 곁들인 음식은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안주인 허영숙씨의 음식솜씨를 우리 답사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강남식당(☏061-857-7528)= 벌교읍 벌교리에 있다. 꼬막정식이 유명하다. 벌교에서는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꼬막으로 된 밑반찬이 나오긴 하지만 꼬막정식에는 삶은 꼬막을 비롯해 꼬막전. 꼬막 초무침. 꼬막 비빔밥 등 꼬막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요리가 나온다. 주꾸미 정식도 함께 한다.

        [찻집]
        차향 가득한 집(☏061-853-8887)= 보성 읍내에서 5km를 달리면 오른편에 500평의 대지에 20평 남짓한 자그마한 찻집이 있다. 주인의 다도 예법 설명에 이어 찻잔을 들고 차의 향기와 빛깔과 맛을 음미하며. 비로소 보성 차의 진정한 향기를 가슴 속 깊이 음미할 수 있다. 주인이 직접 생산한 차 종류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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