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기타연주자
- 기사입력 : 2003-07-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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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 상리면 상리중학교(교장 김동환)에 들어서면 기타소리가 은은하
게 들린다.
전교생 38명(남 23, 여 15명)인 이 학교는 학생 모두가 기타리스트(?)
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전교생 모두 특기적성교육으로 수요일 5·6·7교시
에는 외부강사로부터 기타를 배운다. 처음엔 기타 자체가 어슬펐지만 4개월
여 지난 지금은 악보를 보면 스스로 연주를 하는 등 제법 솜씨를 뽐내고 있
다.
지난 2001년 9월 이 학교로 부임한 김 교장은 『역사반 등 특기적성교육
자체에 회의적이었다』며 『그러나 시골중학교 제자들에게 뭔가를 남겨야
한다고 고민하던중 기타를 잘 다루는 사람이 사회에 진출하면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동아리 등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타 40대를 구
입, 가르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교사등 사이에 이견도 많았지만 지금은 공감대를 형성, 기타를
치는 제자들을 보고 대견해한다. 이 때문에 도시지역으로만 진학하려는 초
등학생 상당수는 상리중학교에 가고싶다는 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마을주민
들은 전한다.
학생들은 오는 8월 1~3일 열리는 상리마을 축제를 앞두고 가슴이 설렌
다. 마을축제때 무대에 올라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그동안 배
운 실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학년은 「엄마야, 누나야」, 2학년은 「아
빠와 크레파스」, 3학년은 「개똥벌레」를 각각 연주한다.
학생회장 정건희군은 『방학이지만 마을 축제를 앞두고 집에서 열심히 연
습을 하고 있다』며 『중학교 시절 배운 기타가 평생 추억으로 남을 것 같
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손때가 묻은 기타를 졸업때 선물로 주기로 했다.
상리중학교는 소풍이 따로 없다. 대신 학교운영비를 모두 투입, 사계절
체험학습을 한다. 봄에는 생태체험, 여름에는 해변체험, 가을에는 지리산
정상 등반 및 래프팅, 겨울에는 스키장을 간다. 시골 한켠에 자리잡은 상리
중학교 학생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도시에서 학교
를 다니는 또래들이 부럽지가 않다.
고성=정기홍기자 jk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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