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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50년 情- 강지현(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4-03-19 19: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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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름 7㎝ 무게 30g 남짓의 동그랗고 까만 파이. 달달한 초콜릿과 폭신한 비스킷, 쫀득한 마시멜로의 환상적인 조화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환장하는 맛. 군대에선 주말마다 종교를 옮겨다니게 한다는 강력한 맛.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맛. 누구나 추억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국민 간식’이자 ‘정(情)의 대명사’, 초코파이가 내달 50번째 생일을 맞는다.

    ▼지난해 국내 소매점 파이 부문 판매 1위. 여전히 잘나가는 ‘반세기 스테디셀러’ 초코파이는 1974년에 태어났다. 동양제과(현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이 미국 출장길에 ‘문파이(Moon Pie)’를 맛본 후 2년간 개발에 매달린 결과다. 한 개 50원. 라면 한 봉지가 20원 하던 시절이다. 비싸도 잘 팔렸다. 놀라운 인기에 롯데·해태·크라운제과가 차례로 뛰어들었다. 맛, 모양, 심지어 이름까지 비슷했던 초코파이. 오랜 상표전쟁 끝에 2001년 대법원은 초코파이를 ‘보통명사’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한국을 접수한 초코파이는 세계로 뻗어 나갔다. 1993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지금은 60여개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초코파이 종류만 14가지, 베트남에서는 제사상에 오를 정도다. 맞춤형 전략은 현지화 성공비법. 중국에선 ‘仁’ 일본에선 ‘美’를 포장지에 새겨 각국의 정체성을 담아냈고, 인도에선 식물성 마시멜로를 개발해 현지인 입맛을 공략했다. 초코파이는 ‘Choco Pai’ 같은 해외 짝퉁이 생길 정도로 ‘탐나는 K과자’가 됐다.

    ▼바나나맛, 딸기맛, 말차라떼맛, 수박맛, 민트초코맛 등 다양한 신제품과 한정판으로 맛의 변주를 선보이고 있는 초코파이. 그래도 그중 으뜸은 ‘이미 알고 있는 그 맛’ 아닐까. 50년쯤 정이 쌓이면 말이 필요없다. 이미 마음 속에 있으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냥 바라보면/ 마음 속에 있다는 걸.’(1989년 초코파이 CM송) 쉼 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맛’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다.

    강지현(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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