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가고파] 시간 빈곤- 이준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4-03-17 19:39:33
  •   

  • ‘하루가 짧다. 쉬지 않고 일을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만 할까?’ 일과에 대한 한 여성 직장인의 푸념이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 학교 갈 준비를 한 후 회사에 출근해 하루 8시간 동안 죽어라 일을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집으로 돌아와도 일은 끝이 없다. 아이들 챙기랴, 집안일 하랴, 노동은 집으로 이어진다. 하루 평균 여가시간이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이 여성 직장인은 시간빈곤층이다.

    ▼시간 빈곤은 1주일(168시간) 중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필수시간을 노동, 출퇴근, 가사, 육아 등을 이유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이다. 시간빈곤(time poverty)은 1977년 자선재단 버터플라이 설립자인 클레어 비커리가 ‘시간 빈곤: 빈곤의 새로운 형태’라는 논문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라고 한다. 비커리는 빈곤층을 가르는 척도에 필수시간, 무·유급 노동시간, 자유시간으로 나누고 시간 빈곤은 자유시간의 부족을 뜻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연장근로 한도 위반에 대해 하루 8시간이 아닌 1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시 말해 1일 8시간 근무가 아닌 주간 단위 초과분으로 계산하는 게 맞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정부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면서 근로시간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시간빈곤층은 더 늘어날 공산이 커 직장인은 불안하다.

    ▼시간의 빈곤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모든 일을 멈추고 나만의 시간을 갖기만 하면 되는 걸까. 아니다. 이럴 경우 텅 빈 시간으로 오히려 심리적 빈곤감을 더 느낀다고 한다. 그 빈 시간 나만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지 내용을 채워야 한다. ‘뭘 해야지’ 상상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상상과 행동이 하나가 될 때 내 삶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이준희(정치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