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경남의 건축물 기행] 경남의 보물창고, 학교의 변화

숲·극장·테라스·카페까지… 없는 게 없는 꿈의 배움터

  • 기사입력 : 2024-03-14 08:04:42
  •   
  • 창원 대원초 운동장에 친환경 ‘상상의숲’
    남해초 공간 혁신으로 빛나는 ‘별별극장’
    사천 용남중·고 작은 마을 속 중심 공간
    경상국립대 필로티는 전시·세미나실로


    학교는 오래전부터 도시나 마을의 중심이 되었다. 가장 큰 건물이기도 했고, 가장 넓은 운동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학교 행사를 마을 주민과 같이하거나 마을 행사를 학교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그만큼 학교 공간은 지역사회 공공 공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앞으로 그 기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최근 학교는 지역사회 연계사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과 경상남도가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학교안 마을배움터사업’, 학교공간이 사용자인 학생과 선생님의 아이디어로 변화하는 ‘학교공간 혁신사업’, 다양한 학습공간과 지역사회의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 등이 그것이다.

    창원 대원초에 조성된 ‘상상의 숲’.
    창원 대원초에 조성된 ‘상상의 숲’.

    ◇학교안 마을배움터사업= 먼저 ‘학교안 마을배움터사업’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빈 공간 활용의 혁신사례이다. 경상남도, 경상남도교육청, 한국토지주택공사, 농협은행 경남본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창원 대원초등학교의 ‘상상의숲’과 남해초등학교의 ‘별별극장’을 완성했다. 이 사업은 경남 공공건축가가 주도해 학생, 선생님, 지역주민과 각 분야별 전문가 등 사용자 참여설계라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가 나왔다. 특히 학생들의 참여와 제안은 교육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창원 대원초등학교의 ‘상상의숲’은 운동장 일부를 활용하여 학생과 주민이 편안하게 쉬고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주민 공유공간으로 변화했다. 다양한 문화공연과 야외학습이 가능한 야외무대, 작고 아담해 어린이의 아지트가 된 친환경 트리하우스, 인공포장이 아닌 잔디로 언덕을 덮어 자연친화적인 상상의 숲, 야외무대와 트리하우스를 잇는 산책길과 전망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 어린이 놀이터의 종합놀이기구와는 차별화된 색다른 놀이공간으로 자연과 함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교사동 개축사업으로 주변이 다소 복잡하여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교사동 개축이 완료되면 보다 좋은 상상의 숲으로 다시 탄생되길 기대한다.

    남해초 ‘별별극장’ 내부.
    남해초 ‘별별극장’ 내부.

    남해초등학교의 ‘별별극장’은 내부공간을 변화시켜 학생과 주민이 연극·뮤지컬을 배우고 연습하고 발표하는 배움터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남해초등학교는 몇 해 전부터 연극으로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등 지역에서 보기 드문 보물 같은 어린이 연극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나 실력에 비해 연극 연습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동창회관인 100주년 기념관의 2층 강당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학생과 선생님의 열정에 비해 많이 부족한 공간이었다. 이 공간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돌려줄 것인가가 디자인 워크숍의 개념으로 출발했다.

    디자인 워크숍은 참여설계를 기반으로 사용자인 학생이 주가 되고 선생님, 학부모, 동창회, 지역주민들이 다함께 머리를 모아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는 프로젝트이다. 여러 번의 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어린이 건축가도 발굴하고 그들이 바라는 극장을 하나하나 의논하기 시작했다. 처음 디자인 안은 기존 무대의 위치를 고수하고 객석을 수납식 관람석으로 교체하여 연습공간을 확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았다. 다시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는 가운데 무대의 위치를 90도로 돌려 공간의 장변 방향에 놓는 의견이 나왔다. 신의 한 수였다! 그로 인해 무대도 넓어지고 무대와 객석의 친밀도도 좋아졌다. 별별극장의 변화로 지역 아마추어 극단도 생기고 매년 연극발표도 하고 있다. 사물놀이, 어린이 연극, 주민 참여 연극들이 진행되는 동안 이 어린이들이 별이 되어 세계를 누비는 상상을 했다. 별별극장이 보물섬 남해에 또 하나의 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천 용남고 뒷마당 전경. 용남고는 테라스형 주택과 같은 모습으로 각 교실마다 테라스가 있고 다양한 공간의 변화로 확장공간과 단위공간의 사용이 유연하다./하동열 건축사/
    사천 용남고 뒷마당 전경. 용남고는 테라스형 주택과 같은 모습으로 각 교실마다 테라스가 있고 다양한 공간의 변화로 확장공간과 단위공간의 사용이 유연하다./하동열 건축사/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은 다양한 학습 공간을 만들기 위한 사업으로 공간혁신, 그린학교, 스마트교실, 학교복합화, 노후시설 개선 등을 목표로 학교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중 학교복합화는 학령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여 학교시설과 생활SOC를 결합, 지역사회의 중심적인 커뮤니티 시설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읍면 지역일수록 이러한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어 마을 학교로서의 역량을 높이고 있다.

    사천시 용현면의 용남중·고등학교는 작은 마을 속에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는 학교이다. 최근 용남고등학교는 교육공간의 파격적인 변화로 전국 교육 관계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우수교육시설 대상과 경상남도 건축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치 테라스형 주택과 같은 모습으로 각 교실마다 외부공간인 테라스가 있고 내부는 다양한 공간의 변화로 확장공간과 단위공간의 사용이 유연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천 용남중·고등학교 전경.
    사천 용남중·고등학교 전경.

    중학교 또한 미래학교의 개념을 적용하여 지역주민의 행사나 배움이 가능한 공간을 제공하는 마을학교를 구성하였다. 중학교 교사동의 본관은 일반교과 과목 교실을 구성하고, 마을과 인접하여 마을학교 및 공연장, 다목적 강당을 두어 지역 주민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외부공간의 연결은 운동장에서 미래학교 필로티 공간을 지나 중정을 통과하여 고등학교 앞마당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공간의 흐름이 있고, 각 외부공간은 학교와 마을축제가 매년 열릴 예정이다.

    세 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미래교육관은 중정을 중심으로 연결통로로 연결되어 중정이 내외부 동선의 중심이 된다. 용남중학교는 지역의 학생 오케스라를 운영하고 있어 세 동 중 하나는 공연장으로 구성되어 연습과 공연을 지역학생 및 주민과 함께 한다. 마을학교는 목공실, 메이커스페이스, 미술실 등을 활용하여 주민이나 인근 학생들의 새로운 배움의 장소로 활용된다.

    사천 용남중·고등학교 전경.
    사천 용남중·고등학교 전경.

    대학의 사례도 있다. 유휴공간을 유용하게 변화시켜 학생들의 휴식이나 토론의 장소로 개방하는 공간의 변화이다. 물론 빈 강의실에서 토론하거나 휴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정한 공간의 분위기가 그 목적에 맞아야 공간의 사용이 확대된다. 경상국립대 BNIT건물의 1층 필로티 공간은 어둡고 쓰레기만 쌓이는 공간이었다. 이 공간에 전시, 카페, 세미나실 등 각각의 분리된 건물과 이를 이어주는 골목길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였다. 학교의 유휴공간을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변화시켜 꼭 필요한 공간으로 제공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곳 주변에는 학교가 있기 마련이다. 저녁이면 운동 삼아 운동장을 돌기도 하고, 체육관을 빌려 실내운동을 하기도 한다. 학교의 변화는 참 더디긴 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아주 많은 변화가 있다. 꼭 학생이 있는 가족이 아니더라도 주변 학교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면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까운 학교 운동장을 걸어보면 봄의 기운과 함께 우리의 미래 자산인 학생들의 꿈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남에 각 지역에 맞는 1000개의 학교에 1000개의 보물이 탄생하기를 기원한다.

    (건축사사무소 시토 하동열 건축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