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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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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공간] 창원 LP 뮤직바 ‘드럼(Drum)’

바늘이 닿는 순간, 우리의 추억이 재생된다

  • 기사입력 : 2024-03-13 08:10:13
  •   
  • 음악이 좋아 DJ가 되고
    추억을 선사하고자
    창원에 LP뮤직바 오픈
    옛 ‘음악 다방’ 역할 이어

    이곳은 오직 LP만 취급
    20대부터 2만여장 수집
    LP마다 추억이 가득

    손님들 음악 매개로 소통
    “아날로그적인 공간이
    바쁜 일상 속 휴식처 되길
    좋은 곳으로 오래 남을 것”


    기자가 좋아하는 모 선배는 1980년대 헤비메탈 밴드 ‘외인부대’의 음반이 휴대폰 안에 있다. 그 노래를 들으면 옆집에 살던 기타리스트 친구와 함께 헤비메탈에 푹 빠져살던 학창시절의 열정이 다시금 떠오른다고 한다.

    세상에 그날 그때의 추억을 일으키는 매개가 많다만 음악보다 더한 것은 없다. 누구에게나 있는 ‘추억의 노래’는 노래를 들었던 당시의 시절과 장소, 감정까지도 가져온다. 그런 의미에서 창원 용호동에 위치한 LP뮤직바 ‘드럼(Drum)’은 우리의 추억을 재생시키는 거대한 레코드와 같다.

    김성수 LP뮤직바 ‘드럼(Drum)’ 대표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앨범의 하나인 조지 시어링(George Shearing)의 라틴 레이스(latin lace) 앨범을 살펴보고 있다.
    김성수 LP뮤직바 ‘드럼(Drum)’ 대표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앨범의 하나인 조지 시어링(George Shearing)의 라틴 레이스(latin lace) 앨범을 살펴보고 있다.
    창원 성산구 용호동의 한 상가 2층에 위치한 LP뮤직바 ‘드럼’에서는 LP로만 듣는 음악과 주류를 즐길 수 있다.
    창원 성산구 용호동의 한 상가 2층에 위치한 LP뮤직바 ‘드럼’에서는 LP로만 듣는 음악과 주류를 즐길 수 있다.

    ◇LP로 듣는 ‘추억의 노래’= 용호동 건물 2층에 위치한 ‘드럼’은 낮은 채도의 조명에 다소 어둑한 매력이 있는 세련된 공간이다. LP판이 둘러싼 바에 앉아 있으면 쉴 새 없이 노래가 들려 오는데, 모두 LP다. 테이블에 종이와 펜이 구비돼 있어 ‘신청곡을 받냐’고 하니 ‘1995년 이전 노래로 부탁드린다’는 답이 들려온다. 본격적으로 LP생산이 중단된 해가 1995년이기에 그렇다.

    일행과 머리를 맞대고 좋아하는 노래를 서너 곡 신청했는데 국내 가요와 팝송 막론하고 모두 재생됐다. 맥주를 마시며 서로의 노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다. 이 노래는 내가 대학생 때, 이 팝송이 명곡인 게….

    평소 디지털로 들어왔던 노래를 LP로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LP는 고, 중, 저역대의 확장이 디지털음반과는 확연히 다르다. 쉽게 말해 음질이 풍부하고 녹음하기 이전의 형태를 아날로그로 재현해 우리 귀에 가장 듣기 좋다. 그렇기에 ‘드럼’은 오로지 LP만을 고집한다. 신청곡의 LP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양해를 구한다. 디지털음악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LP바인 드럼의 정체성이기에. 그러나 ‘드럼’에 ‘내가 좋아하는 그 노래’가 없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무려 2만장이다. ‘드럼’의 김성수(64) 대표가 평생을 모아온 LP들이.

    LP판을 재생하는 턴테이블.
    LP판을 재생하는 턴테이블.
    LP판 재생하는 턴테이블./김승권 기자/
    LP판 재생하는 턴테이블./김승권 기자/
    신청곡이 적힌 종이와 펜이 테이블에 놓여 있다.
    신청곡이 적힌 종이와 펜이 테이블에 놓여 있다.

    ◇노래를 사랑한 남자의 로망= 고성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1979년부터 평생을 DJ로 살았다. 특히 라디오 DJ로서 그날 그때 맞는 노래와 이야기를 청취자에게 선사해왔다. 현재도 KBS 2라디오에서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송출되는 ‘즐거운 저녁길’의 DJ로 있다.

    그러고 보니 ‘드럼’의 입구에는 김 대표가 젊은 시절 라디오 방송실에서 LP를 바라보는 빛바랜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직업을 살린 듯 ‘드럼’의 장비도 다양하다. 턴테이블은 종류별로 4개나 있고 실제 방송국에서 쓰던 콘솔믹스기도, 진공관 앰프도 있다. 그가 20대 때부터 꾸준히 LP를 사왔던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었다. 좋아하는 노래들이 너무도 많았고 하나같이 소장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레코드숍에서 구매를 했다면 레코드샵이 문을 닫은 이후에는 개인에게 사들이기도 했다. KBS가 LP판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도 대량으로 매입했다. 그렇기에 소장한 LP들에는 저마다의 추억이 있다. 가장 오래된 LP는 1950년대 출생으로 미국에서 발매한 오리지널 원판이고, 당시 판 하나당 3000원이나 4500원인데 8만원을 주고 산 귀한 녀석도 있다. 느낌이 좋고 마음에 드는 아트웍(삽화)을 가진 LP커버는 ‘드럼’의 벽면 곳곳에 걸어놨다.

    ‘드럼’에는 이미 한 남성의 추억이 곳곳에 스며 있다. 김 대표가 지향하는 것 또한 ‘추억의 선사’다. ‘드럼(Drum)’은 악기인 드럼과 함께 ‘두드리다’의 뜻도 가지고 있다. 추억의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것. 10년 전 즈음 ‘드럼’의 문을 처음 열었을 때 그런 초심이 있었다.

    진공관 앰프./김승권 기자/
    진공관 앰프./김승권 기자/
    드럼에 전시 중인 다양한 희귀 음반.
    드럼에 전시 중인 다양한 희귀 음반.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다= 김 대표는 ‘팝송 세대’였다. 당시 젊은 세대가 자주 듣는 라디오FM에는 팝송이 주를 이뤘다. 팝송을 듣고 싶지만 오디오가 있는 집은 드물었고 그래서인지 청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은 ‘음악 다방’이었다. “실연하고 쭈그리고 앉은 사람, 친구들과 수다떠는 사람, 혼자 와서 음악을 듣는 사람. 음악다방에는 음악이라는 매개 하나로 다양한 군상이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왔어요.”

    ‘드럼’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사람들이 모인다.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추억과 감정이 한데 섞인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뭉클한 얘기들을 많이 해요. 20대 때 스콜피온의 노래를 참 좋아했는데, 이제껏 가족을 부양하며 앞만 보고 달려오다 노래를 다시 들으니 세월이 흘러간 격세지감도 느끼고 스스로에게 해준 게 너무 없었다는 생각도 든다고 하더군요.” 그들이 덧붙이는 것은 ‘오랫동안 가게를 지켜달라’는 말이다. 언제든 음악을 매개로 다시 청춘으로 돌아갈 수 있게, 또 다시 가슴에 많은 것을 안고 집을 나설 수 있게. 김 대표는 그럴 때마다 이 공간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LP바를 만드는 것은 오랜 꿈이었지만 그것은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공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드럼’의 목표는 ‘좋은 공간으로 오래 남는 것’이다. “LP가 주는 아날로그적 공간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휴식 공간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이 공간이 오랫동안 남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주소 창원 성산구 용호동 73-23

    엑센트 빌딩 2층

    영업 월~토 7:00pm~12:00am

    (일요일 정기휴무)


    김성수 LP뮤직바 ‘드럼(Drum)’대표./김승권 기자/
    김성수 LP뮤직바 ‘드럼(Drum)’대표./김승권 기자/

    김성수 대표 인터뷰

    “LP만의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 끊임없이 두드릴 것”

    -노래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친형이 70년대 서울에서 DJ를 했기에 형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카세트 등 그런 음악과 관련된 것은 잘 몰랐는데 형을 통해 음악을 좋아하게 됐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DJ를 꿈꿨다.

    -LP뮤직바 공간을 언제부터 구상했나.

    △20대부터 LP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노래를 틀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다는 로망도 있었고 직업이 DJ이니까 많은 사람과 노래 듣고 싶었다. 노후의 로망이었지만 실제로 이루게 됐다.

    김성수 LP뮤직바 ‘드럼(Drum)’대표./김승권 기자/
    김성수 LP뮤직바 ‘드럼(Drum)’대표./김승권 기자/

    -DRUM이라는 이름은 계속 생각해왔나.

    △좋아하던 선배가 오래전에 마산에서 드럼이라는 커피숍을 했었다. 그 공간에서 틀어주는 음악과 분위기, 그런 것들이 너무 좋았다. ‘드럼’을 열 때 다른 이름도 생각해봤는데, 드럼만한 게 없더라. 결국 이 이름을 그 선배한테 허락받아서 썼다.

    -사람들이 주로 찾는 노래들이 있는지.

    △요청이 자주 들어오는 LP 2000개 정도는 따로 빼 놨다. 많이 신청하는 팝은 퀸과 이글스 노래이고, 국내 가요는 김광석, 이문세, 유재하 노래다.

    -드럼에서 틀어주는 음악은 기준이 있을까.

    △사장 마음이다(웃음). 그날의 날씨, 기분에 따라 다르다. 주로 팝송과 재즈를 좋아하고 LP도 그쪽 장르가 많다.

    -LP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바늘을 올렸을 때 시작되는 LP만의 풍부한 첫 소절. 그 순간은 매번 감동이다. 비오는 날 들으면 그런 낭만이 또 없는 것 같다.

    글= 어태희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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