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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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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야!”- 이재달(심산서울병원 부이사장·전 MBC경남 국장)

  • 기사입력 : 2024-02-07 19: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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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진영이 현직 대통령이던 공화당 부시 후보에게 도전하면서 내걸었던 구호다. 미국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는 쉽지 않은데, 이 구호 한 방이 클린턴 후보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요즘 해외 유행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야!”(It’s not the economy, stupid)이다. 문제의 본질이 경제라기보다는 정치라는 뜻이다. 정치의 영향력이 커져서 아예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현상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politics)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를 따 ‘폴리코노미(policonomy)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 현상이 심해질수록 표심을 겨냥한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게 된다.

    특히 올해는 선거의 해, 정치의 해다. 세계 곳곳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2023년 11월 14일)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70여 개국에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2억여명이 참여하는 선거가 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도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을 치른다. 그러나 아무래도 11월 5일 치러질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만약 전직 대통령 트럼프가 현직 바이든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이라도 된다면 세계 경제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 이에 각국은 벌써 바짝 긴장하고 보이지 않게 대비책을 세우느라 바쁘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더라도 근원적인 문제는 정치인 것이 명확하다.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치권에서 관련법상 근거를 만들고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기업이 지속해서 투자를 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 그것도 늦지 않게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다른 나라와 경쟁하며 시장을 선점하려면 늑장 대처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경제를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아 왔다. 정치권의 행태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오래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토로했을까.

    경남도민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우주항공청 특별법만 해도 지난해 4월 정부안으로 발의되었지만, 이후 9개월간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다 지난 1월 9일에서야 비로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런 사이 인도와 같은 후발 주자도 달 착륙에 성공하는 등 우리나라는 경쟁에서 뒤처지는 형국이다.

    우리는 21대 국회에서 수준 이하의 국회의원을 지겹도록 봐 왔다. 편향성을 동원하며 좌우 극단으로 치닫고, 가짜 뉴스를 양산하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국가 이해관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영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의원 등등…. 이런 정상배들이 여의도에 똬리를 틀고 있는 한, 경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진과 후퇴의 갈림길이 아니라, 국가 존망의 중차대한 기로에 있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에서, 이제는 출산율 저하로 ‘가장 빨리 소멸할 수도 있는’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묵직한 과제와 씨름해야 할 시점에서 치러질 4·10 총선은 특별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해서라도 사류급의 정치를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각성한 유권자들이 눈앞의 선거만 바라보는 정상배 무리를 퇴출하고, 그 자리에 국가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식견을 갖춘 정치인으로 채워야 한다.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과 국토의 균형적 발전, 삶의 질 향상을 고민하는 정치인이 나와야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찾으려고 머리를 맞댈 것이다. 그런 참 일꾼을 뽑는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자 책무이고, 그 선택의 시간은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이재달(심산서울병원 부이사장·전 MBC경남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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