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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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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억 보정의 창원국가산단 -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 원장)

  • 기사입력 : 2023-12-27 21: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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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주기업 2900여곳, 종사자 11만6000여명, 생산액 51조6000억원, 수출액 154억달러. 내년 50주년을 맞이하는 창원국가산단의 현재 모습이다. 1970~1980년대 정부의 주도로 성장한 창원은 당시엔 그야말로 전국의 모든 공대 졸업생의 선망의 도시였다. 작업복 하나만으로 식당 등 여러 가게에서 신용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하니, 도시의 위상을 어림짐작하고도 남을 듯하다.

    창원국가산단은 무려 50년의 세월을 버텨냈다. 하지만 현재 변혁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산단의 노후화와 국내외 경제 여건의 변화,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시대의 도래 등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주력 산업인 기계공업이 위기를 맞고, 여기에 깎고(절삭가공), 찍고(성형가공), 붙이는(용접) 전통 산업으로부터 기능과 지능 산업으로의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통합창원시 출범 당시 110만명에 다다랐던 인구는 어느덧 102만명까지 떨어졌다.

    창원시는 현재 ‘창원국가산단 2.0’을 준비 중이다. 창원이 가진 방위, 원자력 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신산업과 고급 인재를 동시에 육성하는 게 주요 골자다. 필자는 이에 더해 창원국가산단이 걸어온 지난 50년의 기억을 더듬어보고자 한다. 지난 50년에는 정부의 발전 전략과 적극적인 주도, 기업의 참여와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기억할 건 여기에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창원 역사이자 우리나라 공업의 발전사로 요약되는 창원국가산단은 당시에 기업가와 노동자에게 꿈과 기회의 땅이었다. 중공업 진출을 꿈꾸는 대기업은 반드시 창원에 공장 하나를 가져야 했기에, 정부 주도 하에 당시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창원 러시가 이어지기도 했다.

    책 〈스마트시티에서는 기술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에서 저자 박찬호 등은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스마트 기술이 상용화된 도시일수록 ‘기술’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도시가 스마트화할수록 사람은 생산과 소비의 경계에 서게 되고, 여기서 양질의 서비스를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사람의 주체성이라는 것이다. 기술 발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속에는 모두 이의 성장을 도모하고 끌어내는 사람의 주체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창원국가산단이 맞이할 미래 또한 이를 이뤄낼 기업가와 노동자의 노력을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현재 창원은 디지털 산업 혁신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창원국가산단은 이제 변화의 길목에 들어서는 중이다. 창원은 지난 50년을 되돌아보며 도시의 성장을 이끈 많은 이들을 기억해야만 한다. 기업가와 노동자의 헌신을 기억하는 올바른 방법을 찾을 때, 새롭게 맞이하는 창원국가산단의 미래 또한 그 빛을 더해 갈 것이다.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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