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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마산, 아름다운 상생을 위하여-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 기사입력 : 2023-12-13 19: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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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이 많이 내리는 시기라는 대설도 일주일이나 지났다. 여느 해보다 일찍 첫눈이 살짝 내리더니, 겨울은 실종된 채로 봄날같이 포근한 기온의 연속이다. 이 포근한 겨울에 마산 창동과 오동동 일대의 골목골목을 걷는다. 오래전 청소년 시절과 그 이전의 역사를 생각하며 걷는다.

    어시장에서 옛 극동예식장 방면으로 가다 보면 남성파출소며, 시민극장이 나온다. 그 주변 골목에서 자주 가던 ‘안집’에서는 단출한 김밥과 청양초를 냠냠냠 맛있는 소리로 먹고, ‘명동칼국수집’에서는 쫄깃한 면발을 후루룩 콧등치기하며 먹는 장면을 떠올린다. 제야의 종이 걸려 있는 불종거리 주변에서 옛 코아제과와 희다방을 생각하며 풋사랑 추억에 젖어 본다. 또 고려당과 홍화집, 먹자골목, 아구찜 골목 등 다양한 추억을 떠올리며 창동예술촌 일대를 뉘엿뉘엿 걸으며 마산에 대해 골똘히 생각한다. 노산이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마산의 노래 ‘가고파’와 성불사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시조를 사랑하고 쓰는 한 사람으로서 애석하게 노산 이은상의 발자취를 되짚어 본다.

    노산 이은상 선생은 1903년 마산에서 태어났으며, 올해로 탄생 120주년이 되는 해다. 가람 이병기 선생과 함께 1920년대 후반에 일어난 ‘시조부흥운동’에 참여한 뒤로 시조의 현대화를 위해 힘써 왔다. 독립유공자 공훈록 6권(1988년 발간) 기록에 의하면, 1928년에 계명구락부의 조선어사전 편찬위원으로 활약하였다. 1929년에는 월간지 ‘신생’의 편집장으로 활동하였다.

    1931년 6월부터 동아일보에 35회에 걸쳐 빼앗긴 조국의 국토와 문화재에 얽힌 심정을 술회한 ‘향산유기’를 연재하여 민족의식을 고취하였다. 1934년 5월 ‘진단학회’ 창립의 발기인으로 참가했다. 1934년 겨울에 민족 독립사업에 유용한 국가적 인재를 양성할 교육기관으로 양사원을 설치할 것을 이극노, 안호상, 이윤재 등과 추진하였다. 1935년에는 조선기념도서출판관을 조직하는데 발기인으로 참가하였다. 1937년 조선일보에 한라산 등반기, 1938년 지리산탐험기를 발표하여 민족의식을 고취하였다.

    또한 1938년 조선일보의 주간으로 있으면서 일본군의 명칭 ‘아군’, ‘황군’으로 표기하는 것을 반대하고 동년 6월에 사직하였다.

    1942년 10월에 일제가 한국민족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어 말살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한글 연구자들을 탄압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조선어학회운동’으로 구속되어 함경남도 홍원경찰서와 함흥경찰서에서 일제의 잔혹한 고문과 악형을 받았으며, 1943년 9월 18일 함흥지방법원에서 기소유예로 석방되었으나 실질적으로 1년간의 옥고를 겪었다. 1945년 2월에는 사상범 예비검속으로 전남 광양경찰서에 구속 중 해방을 맞았다.

    일제강점기 기간에 한국 민족 고유의 시조 분야에서 우수한 작품을 창작하여 민족문화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훈을 인정하여 1990년에 건국훈장 애국장(1997년 건국포장)을 추서하였다.

    마산은 노산 이은상의 시와 노래가 있는 서정적인 도시이면서, 부마항쟁으로 들끓었던 민주화운동의 도시다. 이것은 분명한 마산의 역사다. 이 중 어느 하나를 버리게 된다면 우리는 분명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두 개의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깊은 상처를 쓰다듬고 포옹하는 ‘합포만의 얼’이 숨 쉬는 아름다운 문화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 파란 물이 출렁이던 ‘가고파’의 노래가 이곳 창동뿐만 아니라 마산의 거리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민주화운동’으로 목숨을 바친 이들의 영혼을 경건하게 기리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그런 의미에서 최근 노산에 대한 재조명을 위한 ‘대를 이은 독립유공자 남하 이승규·노산 이은상 기념사업회’에서는 두 애국지사의 기념관 건립을 위한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마산을 사랑하는 시민이 다 함께 마음을 모아 순조로운 건립이 되기를 축원한다.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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