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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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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세상의 말들- 이은정 시조시인(200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기사입력 : 2023-11-09 19: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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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라는 모로코 속담이 있다. 말은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우리는 말과 글을 통해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작가는 넓은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퇴고의 과정은 창작의 기쁨 못지않게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그러나 독자에게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기에 온 힘을 쏟는다. 마음에 감동과 전율을 주는 작품을 만났을 때 우리는 진심 어린 위안과 또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는 말을 “음성기호나 문자기호로 나타나는 사고의 표현 수단”으로 정의해 놓았다. 말과 글이 없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이처럼 말과 글은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한 필요 불가결의 관계에 놓여 있다.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기 어려운 잘못된 정보는 틀린 맞춤법, 외래어, 신조어와 함께 고쳐나가야 할 커다란 숙제다. 특히 건물에 부착된 간판, 안내문, 현수막의 틀린 표기법은 문제가 많다.

    미디어의 영향이 아주 큰 시대, 뉴스 속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의 순화되지 못한 언어 사용이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그만큼 비방 언어가 도를 넘어 욕설이 섞인 댓글은 사람을 아프게 하고 피폐하게 한다.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개개인의 적극적인 참여는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조심성 없이 타인의 인격을 존중치 않고 무분별하게 써 내려간 말과 글은 아픈 상처가 된다.

    물질을 조심스레 사용해야 한다는 경제 관념만큼 말 사용법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워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제대로 표기된 외래어라면 눈살을 찌푸릴 일도 없겠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외래어의 사용이 당연시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맞춤법에 맞게 오탈자 없이 정갈하게 펼쳐진 품위 있는 말과 글은 함께 소통하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것이다.

    우리에겐 세종대왕이 만든 소중한 한글이 있다. 한글날에만 찾는 한글 말고 우리 곁에 늘 함께하는 정갈하고 품위 있는 우리 말과 글을 올바르게 사용하자.

    퇴고의 정신이 필요한 시대, 잘못된 말 낭비를 막고 제대로 된 말 교육으로 서로가 행복한 소통을 이어가면 좋겠다. 글에서 행간을 읽어내듯 말에도 온기가 있다. 말은 나의 얼굴이니 튕겨 나고 불쾌하게 하는 것은 삼가고 조심하자. 쏟아진 물은 주워 담기 힘들다.

    말도 그렇다. 이제는 넘쳐나는 말을 다잡아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 겹겹의 물이 든 단풍처럼 잘 다듬어진 말을 통해 서로의 관계가 돈독해진다면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질 것이다. 눈앞에 보이지 않아 빛이 될 수도 있고 칼이 될 수도 있는 말. 우리는 지금 말에도 퇴고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은정 시조시인(200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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