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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소설 쓰는 즐거움- 조화진 소설가(200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 기사입력 : 2023-10-12 19: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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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때부터 닥치는 대로 활자를 읽는 게 재미있었던 나는 성장하면서 소설에 탐닉했다. 막연히 소설을 쓸 거라 믿었지만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가 40대에 등단했다. 돌이켜보면 40대에 인생의 절정기에 있었던 것 같다. 삶에서 뭔가에 올인한 적 없이 시니컬한 내가 열정적인 40대를 보낸 것이 소설이라는 것이었으니. 신춘에 당선됐지만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 나는 새로운 시작이듯 읽고 쓰기를 반복했다. 닥치고 소설에 올인한 것이다. 그러자니 인생이 온통 ‘소설’과 연관되어 미칠 듯한 문장의 바다에 빠져 살았다. 주관적인 나와 삼자가 보는 객관적인 시각이 다름을 깨닫는 데도 한세월이 걸렸다. 특히 소설의 장르를 택하였으니 공부(?)해야 할 건 얼마나 많고 학습과 습득하는 것은 얼마나 방대할 것인가. 고통과 친구가 되는 건 당연했다.

    등단은 시작을 열어줄 뿐이었다.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글쓰기는 막막했고 반대로 즐거운 작업이었다. 그건 희열이고 고통인 동시에 생생한 즐거움이었다. 때로 글쓰기의 고뇌마저도 즐겼는데 나락 같은 고통의 시기가 지나가면 뭔가 덤 같은 수확이 따라온다는 진리 같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뇌 끝은 어떻게든 해결이 됐다. 내 머릿속에 ‘소설함’을 만들고 채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소설함에는 현재 쓰고 있는 1번 2번 3번방 등 여러 이야기방이 있는데, 설거지 중에도, 걷기 중에도, 운전 중에도 글감들을 집어넣으며 들락거리는 게 습관이 되었다.

    애들 키우고 나이 먹어가는 지인들이 하소연한다.

    “시간이 남아돌아 너무 심심해. 손자까지 크고 나면 파파 할머니가 되겠지? 그래도 노인정에는 가기 싫은데.”

    나는 그들에게 충고랍시고 한마디 한다.

    “그러게, 조금 젊을 때 잘하는 것 개발하면 좋았잖아. 다들 한두 가지씩 재능 있잖아. 지금부터라도 뭐든 해 봐.”

    간혹 들어오는 강연이나 북토크에서 나는 감히 ‘조금 젊을 때 노인의 내 미래 모습’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하라고 말한다. 에너지가 있을 때 본인이 잘하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뭐든지 개발해 놓으면 노인이 돼서도 공허하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게 되는 활력이 생긴다고 말이다.

    세상은 휙휙 변하고 좋아지는데 삶은 더 공허해진다. 휴대폰 저장 연락처는 적어지고 만나는 관계 또한 얼마 안 된다. 등단 당시엔 늦은 것 같던 나이였는데 여전히 소설을 붙잡고 즐거운 투쟁을 하는 시간이 좋다. 귀를 열어놓고 오픈 마인드를 실천하려 노력한다. 현재의 이슈는 무엇인지, 사람 간의 관계는 어떻게 변하는지, 쓰고 싶은 얘기를 찾아서 세상사에 귀 기울인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작업은 소설 쓰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카페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서 한나절 글 쓰는 시간의 즐거움에 빠져 사는 지금이 나의 가장 좋은 때다.

    조화진 소설가(200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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