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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우리의 푸른 별, 지구- 김주경 시조시인(201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기사입력 : 2023-10-05 19: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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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이다. 아침저녁 스치는 바람이 처진 어깨를 일으켜 세운다. 깊게 숨을 들이켜 본다. 온몸으로 가을이 번져가는 걸 느끼며 안도감에 젖는다. 이제야 살 것 같다. 유난히 길었던 지난여름, 장마도 길었고, 한낮의 더위가 열대야로 이어지는 폭염의 날도 길었다. 익숙하지 않은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에 많이 지쳤던 나는, 어쩌면 가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더구나 이러한 이상기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폭우, 가뭄과 산불 등으로 사람들을 위협했다.

    지금 지구는 열병을 앓고 있다. 산업의 발달을 위해 우리는 너무나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였으며, 산업폐기물 발생의 심각성에 무지했었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남용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등으로, 태평양을 비롯한 곳곳에 우리나라의 17배가 되는 쓰레기 섬도 생겼다고 한다. TV에선 연일 빙하가 녹아 갈라지고 갈 곳을 찾아 헤매는 불안한 모습의 북극곰을 보여준다.

    거듭되는 폭우로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수천 명의 사망자와 이재민 발생 소식을 전한다. 몇 날 며칠 불길에 휩싸인 마을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도 잊을 수가 없다. 이건 TV 속의 픽션이 아니다. 언제든 내게 닥칠 수 있는 자연재해, 아니 인재(人災) 인 것이다.

    지난 UN 총회에서의 총장 연설문 중에 “지구 온난화의 시대는 끝났다. 지구가 끓는 시대(the era of boiling)가 왔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과학자들 사이엔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고, 가장 따뜻한 겨울이 될 듯하다”는 말이 오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말들에 휘둘려 우리의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릴 수는 없다. 이상기후는 적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 하며 해결해야 하는 과제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COVID-19라는 팬데믹을 3년 넘게 경험했으며, 올해 들어서야 엔데믹으로 전환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왔다. 팬데믹을 겪는 동안 지난날의 평범한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우리의 생활패턴과 의식에도 많은 변화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이나 ‘탄소중립’의 중요함과 이를 위한 방법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누군가 하겠지라는 안일함을 버리고, 나부터, 지금부터 뜨거워진 지구를 진정시키기에 한마음이 되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구가 건강해야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생태계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주경 시조시인(201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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