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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후투티 노트- 김하정 시조시인(202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기사입력 : 2023-09-21 19: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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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일주일마다 요일을 정해 부모님을 뵈러 간다. 부모님과 같이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그날도 거실에 함께 앉았다가 바깥 풍경을 보는데 후투티 세 마리가 앞마당에 날아왔다. 처음엔 한 마리였는데 잠시 후 두 마리를 더 데리고 왔다. 평소에는 잘 볼 수 없었던 새였다. 시 공부를 하면서 도감에서 봤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왜 그 새를 추장새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착지하는 순간 화려한 날개와 펼치는 머리 깃은 흡사 인디언 추장을 닮았다. 그리고 이내 잔디 위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쪼고 있었다. 전날 아버지께서 잔디를 예쁘게 깎아 놓으신 일이 그들에겐 풍성한 식탁을 마련해 준 셈이 되었다.

    후투티에 관한 백과사전을 검색해 보니 멸종위기 등급에 속한 동물로 개체수 보호가 필요한 새라고 한다. 먹잇감은 긴 부리로 땅속을 파서 애벌레나 땅강아지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이렇게 희귀한 새가 어떻게 이곳까지 왔을까, 만약에 이곳이 각박한 도시였다면 날아올 수 있었을까. 자연을 닮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조용한 걸음, 정원수가 드리운 그늘, 맑은 공기와 햇살은 후투티가 찾을 만한 공간이었나 보다. 이러한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며 책임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어릴 때 동네 꼬마들이 어떤 목적도 없이 새가 보이면 돌멩이로 던져서 다치게 하거나 날갯죽지가 꺾여 죽으면 환호성을 지르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옳지 않다는 걸 성장하면서 알게 되었을 것이다. 미물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야말로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테니까. 생명 경시 풍조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국가적,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을 가져다주는 요인이 된다. 지구에는 약 1000만종의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그중 혼자서 살 수 있는 생물이 과연 있을까 싶다. 그곳이 바다든 육지든 숲이든 모두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은 1960년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로 탄자니아 곰베에서 침팬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저서를 통해 이 땅에 살아있는 모든 생물을 아끼고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그날, 잠깐이었지만 아무런 경쟁 없이 또는 서로 경계 없이 후투티와 함께 놀았다. 아무튼 나는 후투티가 집 마당으로 날아온 설렘이 컸다.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일기장에 기록해 두었다. 자연과의 공존은 우리 삶이 더욱 건강해지며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욕심 없이 사시는 부모님의 시골스러운 모습에 대해 그리고 내 고향의 발전이 더뎌 도시화되지 않은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김하정 시조시인(202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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