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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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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자아 찾기- 정황수 시조시인(201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기사입력 : 2023-08-25 08: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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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영화 풀 몬티(The Full Monty)는 알몸이란 뜻의 방언이다. 철광 산업 도시 셰필드가 배경이다. 경기가 쇠락하면서 공장이 문을 닫고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지켜야 할 것은 너무도 많다. 누가 봐도 별 볼 일 없는 몸매의 소유자인 동네 아저씨들이 여성 전용 클럽의 남성 스트립쇼의 댄서가 되는 결정을 하고 옷을 벗는다.

    가정이나 사회의 어떤 제약보다도 우선은 관중들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무장해제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옷을 벗고 나체가 될 때 관객들은 환호하지만, 자신들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를 느끼며 다시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이다.

    즉 밑바닥까지 다 보여 버리면 그다음에는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몬티는 흔한 남자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풀 몬티는 가장 충만한(Full) 자신감의 남자인 반면 한편으로는 가장 어리석은(Fool) 사람이기도 하다. 제일 무서운 싸움의 상대는 작전이나 두려움도 없이 어리석게 덤비는 사람이다. 결국은 충만한 것과 어리석은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이고 어떤 면에선 같은 말이기도 하다. 그것이 자아라는 것이다.

    태어남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뜬구름은 본바탕이 철저하게 텅 빈 것이요 허깨비 같은 몸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것 또한 자연적이라는 내용의 글이 있다. 종교에서 주장하는 것은 무(無)에서 생겨난 인간은 죽으면 무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자아를 찾기 위해서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으라고 한다. 방하착(放下着) 하면 착득거(着得去) 한다고 하고, 다 내려놓고 따르라고 한다. 예수도 십이 사도를 부르시며 하시는 말씀이 무조건 내려놓고 그냥 따르라고만 하신다. 그래야만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소유하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제로, 즉 Full Monty 또는 공(空)의 상태에서 온전히 믿고 의탁해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자아라고 한다. 그 자아야말로 소멸하지 않는 진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아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에 찾기가 힘든 것이다.

    옛말에도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남의 조그만 허물은 잘 보면서 자신의 들보는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하늘의 천사가 세상에서 착한 공덕을 쌓은 자에게 상으로 거울을 준 것은 거울로 얼굴을 보며 치장을 하거나 나르시스를 느끼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와 진솔하게 대화를 해보라는 뜻일 거다.

    정황수 시조시인(201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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