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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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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90) 사엄도존(師嚴道尊)

- 스승이 엄해야 도리가 존중된다

  • 기사입력 : 2023-08-01 08:11:30
  •   
  • 동방한학연구원장

    지난 7월 18일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온 나라 사람들이 애도를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들의 숫자가 100여명을 넘는다. 교육 당국에서는 이 100여명 가운데 70%는 자살 원인을 ‘원인 불명’이라고 밝혔고, 나머지 30%도 우울증 공황장애 등 개인적인 원인으로 돌렸다.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를 붙들고 10여 분 동안 집단폭행했다고 한다. 학부모에게 하소연하자, 그 학부모는 “우리 애가 선생이 보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다”라는 답을 했다고 한다. 또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를 때리겠다고 달려들고 교사는 피해 달아나는 광경이 벌어졌다. 학생을 잡거나 나무라면 학생 학대 등의 법에 걸리기 때문이다.

    교권(敎權)이 추락하여 자살자가 계속 나오는데도 교육부나 각 도교육청, 각종 교원단체 등에서는 모른 체하고 있다가, 이번 교사의 자살을 계기로 대책을 세운다고 야단이다.

    교권은 교육자가 교육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다. 교권이 추락하여 교육을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갔는데도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 학생은 절대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안 몇몇 학생들은 학교에 와서 못 할 짓이 없게 되었다. 거기다가 올바른 인성을 갖지 못한 학부모들이 교사를 위협하고 막말하고 학교를 찾아와 난동을 피우는데도 교사 혼자 그 어려움을 참아내야 했다. 그래서 지금 교사의 80% 이상이 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존경은커녕 이렇게 모욕을 당하는데 교육의 효과가 나겠는가? 교권이 이렇게 추락하면 교사들에게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최종적인 피해자는 학생이다.

    학생의 인권은 물론 존경되어야 한다. 그러나 학생의 인권과 교권은 서로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다. 학생은 학생의 도리를, 교사는 교사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

    예기(禮記) ‘학기편(學記篇)’에 “무릇 배우는 도는 스승을 존엄하게 모시는 것이 어렵다. 스승이 존엄하게 된 그런 뒤에라야 도리가 존귀하게 된다. 도리가 존귀하게 된 그런 뒤에라야 백성들이 학문을 공경할 줄을 안다. 이런 까닭에 임금이 신하 가운데서 신하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있나니, …… 그 스승이었던 사람은 신하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凡, 學之道, 嚴師爲難. 師嚴然後道尊, 道尊然後民知敬學. …… 是故, 君之所不臣於其臣者, …… 當其爲師, 則弗臣也)”라는 구절이 있다.

    스승을 존엄하게 대하지 않는데, 스승이 가르치는 내용이 의미가 있을 까닭이 없다. 임금도 자기가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신하로 여기지 않을 정도로 스승은 존귀한 것이다.

    지금은 스승이 못된 학부모들의 분풀이 대상이 되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 이는 교사나 교육계 종사자들의 문제만이 아니고, 교육자를 대수롭잖게 여겨온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야기시킨 문제다.

    *師 : 스승 사. *嚴 : 엄할 엄.

    *道 : 길 도. *尊 : 존귀할 존.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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