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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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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89) 치수방재(治水防災)

- 물을 다스려서 재난을 예방하다

  • 기사입력 : 2023-07-25 08:17:55
  •   
  • 동방한학연구원장

    환경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자연은 원래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주장하며, 하천이나 산 등을 변형시키거나 개발하지 못하게 한다. 금년 봄 전주시에서 하천을 정비하느라고 수양버들, 갈대 등을 베내고, 하천 바닥의 토사나 불순물을 제거하였더니, 환경단체에서 환경파괴, 수달 서식지 파괴 등의 이유로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고발하였다. 그러나 하천을 정비한 덕에 전주는 홍수 피해가 없었다. 반면 미호강을 정비하지 않은 청주시 오송에서는 지하도 참사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환경이 중요하다. 그러나 백성의 생존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필자는 홍수의 피해가 극심했던 함안군 법수면에서 자랐기 때문에 치수의 효과를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체험하고 있다. 경남지역은 자연 지리적으로 홍수가 자주 나게 형성되어 있다.

    강원도 태백산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여러 곳에서 모인 물을 전부 부산 앞바다로 흘려보낸다. 그런데 낙동강 하구인 삼랑진에서 물금 사이에는 강폭이 좁아 홍수 때가 되면 물이 빠지지 못한다.

    지리산 남쪽에서 발원한 덕천강, 북쪽에서 발원한 경호강이 진주 서쪽에 이르러 합쳐져 남강이 된다. 거기서 남쪽으로 10㎞ 직진하면 바로 사천만 바다이다. 그러나 152m 미륵산을 넘지 못하고 다시 동북쪽으로 흘러 함안 북쪽 창녕 건너편에서 낙동강에 합류한다. 낙동강 물이 불어나면, 남강 물은 낙동강으로 유입하지 못하고, 거꾸로 상류로 역류한다.

    이러니 1년에 홍수가 보통 3번, 많으면 5번까지 발생하니, 물에 잠긴 농작물이 다 녹아내린다. 정말 사람 살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1970년 여름부터 비가 많이 내려도 남강 물이 붇지를 않았다. 노인들이, “살다가 희한한 일을 다 보겠다. 비가 이렇게 많이 왔는데 강물이 불지 않으니 이 무슨 조화인고? 강바닥에 무슨 구멍이 뚫렸나?”라고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강댐을 막고 사천 쪽으로 인공 강을 만들어 많은 물을 바다로 바로 빼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미 있던 농토에 홍수 피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강가의 저습지들도 다 옥토가 되었다. 해마다 홍수 피해를 보던 진주, 의령 함안 등지는 물론이고, 창녕, 창원, 고령, 성주, 대구 지역이 홍수 피해를 보지 않아 낙지(樂地)가 되었다.

    남강에 둑을 쌓고 사천만으로 강물을 빼자는 발상은 1796년 조선 정조 때 장재곤(張載坤)이라는 사람이 조정에 건의한 적이 있으나 묵살되었다. 1936년 일제강점기 때 착공했다 2차대전 때문에, 1949년 착공했다가 6·25전쟁 때문에 중단하였다. 1962년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이 주도하여 공사를 재개해서 1970년 완공했다. 이때 국가에 재정이 없기 때문에 병역기피자, 불량배 등을 동원하여 공사를 진행했다.

    오늘날 홍수 방지는 물론이고, 공업용수, 농업용수, 발전 등 치수의 대표적 사례의 다목적 댐으로 잘 운용되고 있다.

    * 治 : 다스릴 치. * 水 : 물 수.

    * 防 : 막을 방. * 災 : 재앙 재.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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