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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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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발언대]가능성 품은 지역작가를 알아보는 눈- 어태희(문화체육부)

  • 기사입력 : 2023-07-24 19: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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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추시대에는 백락이라는 상마가(相馬家)가 있었다. 산비탈에서 우연히 소금수레를 끄는 천리마를 마주하고 측은지심에 입고 있던 베옷을 벗어주자 말이 감격해 우렁차게 울었다는 백락상마(伯樂相馬)의 설이 있다. 인재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고서는 인재 또한 없다는 의미로 흔히 기업에서는 인재 등용의 중요성으로 쓰이는데, 문화부 기자가 되어보니 지역 예술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이 백락상마 시선이라 생각된다.

    김해문화재단은 윤슬미술관에서 ‘뉴페이스 앤 아티스트 인 김해’전을 열고 있다. 프로젝트는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중진작가를 재조명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로 15년째를 맞이했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 모두 빛이 났지만 그 중에서도 두 작가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작품 속 지역성이 있어서다.

    중견작가인 허건태 작가는 김해의 뿌리인 금관가야와 지역의 자연을 모티브로 작품을, 신진작가인 백보림 작가는 다문화의 특색을 가진 김해 동상동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들은 지역민의 흘려보낼 일상의 면면을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지역은 예술인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예술인은 지역에 문화를 선사한다. 더 강조해보자면 지역 예술인이 아니고서야 누가 우리 지역을 예술적으로 조명할 수 있을까. 백보림 작가가 김해 동상동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김해 윤슬미술관에 앞서 서울과 부산, 춘천에서도 전시됐었다. 전시를 본 이들은 김해는 모르더라도 동상동이라는 다국적 문화가 공존하는 작은 동네는 알게 됐을 것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출신 작가’의 조명 또한 필요하다. 수구초심(首丘初心), 누구나 그렇듯 예술인에게도 뿌리는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마산 추산동을 고향으로 둔 문신은 조각가로 전향하기 이전 고향을 소재로 ‘어부들’, ‘마산앞바다’, ‘뒷산과 하늘’ 등 회화작품을 그려왔다. 프랑스와 일본으로 떠난 문신은 전성기를 누린 1980년대 다시 추산동으로 돌아와 고향과 마주하며 조각가의 삶을 이어갔다. 문신을 통해 경남의 예술 문화가 얼마나 발전했는가.

    최근 우리는 세계에 나선 ‘K-브랜드’를 통해 문화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지역 소멸의 위기에 선 지금은 우리 지역을 문화적으로 기록하고 그것을 알릴 수 있는 지역 작가가 더욱더 절실하다. 누군가의 가능성이 묻혀지지 않도록 지역 예술계는 원석을 찾을 기회를 가지고,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물론 기자 또한 ‘소금수레를 끄는 천리마’를 찾아 발 빠르게 뛰어보겠다.

    어태희(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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